전자업계 상생협력 ‘속빈 강정’

입력 2008.02.2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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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봄 삼성과 엘지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서로 도울 것은 돕겠다며 대대적인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상생 협력은커녕 과당 경쟁을 일삼고 있어 경쟁국들에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한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성전자와 엘지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수조 원씩의 8세대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삼성과 엘지 측이 지난해 봄 상생협력선언을 했던 만큼 장비부품업체들은 이런 대규모 투자가 상대사 협력업체의 부품을 구매하는 '교차 구매'로 이어지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차구매 계약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엘지 납품업체 관계자 : "그쪽에서의 의견을 받아야 저희도 납품할 수 있는 거니까. 저희야 공급업체가 확대되면 좋죠."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도 상대사가 생산한 패널을 서로 구매해 주기로 약속했지만 역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두 회사 모두 LCD TV 생산에 상당수 타이완산 패널을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그 결과 타이완 업체 AUO는 지난해 4분기 LCD 패널 시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결국 국내 대기업 간의 상생협력선언이 치밀한 준비도 없이 이뤄지면서 효과는 전혀 거두지 못하고 업체 간의 갈등만 키운 셈입니다.

<인터뷰> 김동운(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믿고, 또 과연 값싸게 나에게 공급해줄 수 있겠느냐 하는 측면에서 조금 더 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좀 더 필요한 그런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산자부가 주도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가 맺은 차세대 반도체 공동개발 협약을 놓고도 벌써부터 업계 안팎에서는 '실속없는 상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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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업계 상생협력 ‘속빈 강정’
    • 입력 2008-02-20 06:32:18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지난해 봄 삼성과 엘지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서로 도울 것은 돕겠다며 대대적인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상생 협력은커녕 과당 경쟁을 일삼고 있어 경쟁국들에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한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성전자와 엘지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수조 원씩의 8세대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삼성과 엘지 측이 지난해 봄 상생협력선언을 했던 만큼 장비부품업체들은 이런 대규모 투자가 상대사 협력업체의 부품을 구매하는 '교차 구매'로 이어지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차구매 계약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엘지 납품업체 관계자 : "그쪽에서의 의견을 받아야 저희도 납품할 수 있는 거니까. 저희야 공급업체가 확대되면 좋죠."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도 상대사가 생산한 패널을 서로 구매해 주기로 약속했지만 역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두 회사 모두 LCD TV 생산에 상당수 타이완산 패널을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그 결과 타이완 업체 AUO는 지난해 4분기 LCD 패널 시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결국 국내 대기업 간의 상생협력선언이 치밀한 준비도 없이 이뤄지면서 효과는 전혀 거두지 못하고 업체 간의 갈등만 키운 셈입니다. <인터뷰> 김동운(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믿고, 또 과연 값싸게 나에게 공급해줄 수 있겠느냐 하는 측면에서 조금 더 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좀 더 필요한 그런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산자부가 주도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가 맺은 차세대 반도체 공동개발 협약을 놓고도 벌써부터 업계 안팎에서는 '실속없는 상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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