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10명 뛴 북한’과 아쉬운 무승부

입력 2008.02.20 (23:31) 수정 2008.02.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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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가 30개월 만의 남북축구 맞대결에서 다 잡은 듯한 승리를 놓쳤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일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북한과 2차전에서 전반 염기훈의 프리킥 선제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 북한의 공격 첨병 정대세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지난 17일 중국전에서 3-2 재역전승을 거둔 허정무호는 1승1무(승점4)가 돼 앞서 중국을 꺾고 첫 승을 올린 일본(1승1무)과 같아졌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1위를 지켰다.
한국은 23일 일본과 3차전에서 대회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일본전 무승부에 이어 2무(승점2)가 된 북한은 23일 중국전에서 2골차 이상 이기고 한일전이 무승부로 끝날 경우 우승할 수 있다.
후반 초반 북한 수비수 박철진이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승리를 지켜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한 판이었다.
박주영이 근육통으로 빠진 공격진은 후반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포백(4-back) 수비라인은 북한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허정무호는 다음달 26일 평양에서 펼쳐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차전을 앞둔 남북대결 전초전에서 기선을 잡는데도 실패했다.
한국은 북한과 역대 전적에서 5승4무1패를 기록했다. 2005년 8월 전주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 0-0 무승부 이후 2년6개월 만의 남북축구 맞대결은 다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마감됐다.
허정무 감독은 중국전과 달리 박주영을 벤치에 앉히고 장신(187㎝) 고기구를 전방 원톱으로 꽂았다.
좌우 날개엔 염기훈, 이근호를 배치하고 테크니션 이관우에게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스트라이커를 맡겼다.
수비도 중앙수비수 곽태휘, 강민수 두 명만 놓는 포백(4-back)으로 바꿔 좌우 풀백 곽희주, 이상호를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게 했다. 수문장은 상무에 입대한 김용대가 오랜만에 나왔다.
북한은 예상대로 재일교포 공격 첨병 정대세를 원톱에 놓고 밀집수비로 방어백을 쌓는 3-6-1 전술을 폈다.
안영학이 중원을 조율하고 문인국, 박남철이 좌우에서 돌파를 시도했다.
남북 스트라이커 지존을 가리자는 박주영과 정대세의 맞대결을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이 좀처럼 수비 진영에서 올라오지 않자 전반 9분 염기훈이 오른발로 날카로운 원거리 위협포를 날렸다.
골키퍼 리명국이 몸을 날려 가까스로 막았고 이어진 고기구의 쇄도도 좋았지만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전반 20분 선제골의 주인공은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이었다.
몸이 가벼운 염기훈은 수비 둘 사이를 방향 전환으로 돌아 돌파하다 프리킥을 끌어냈다.
아크 오른쪽 뒤 프리킥. 각도상 염기훈의 왼발과 이관우의 오른발이 다 가능했다.
북한 방어벽 왼쪽이 약간 허술하게 열리자 염기훈의 왼발 인스텝 슛이 불을 뿜었다.
키 높이 바로 위로 궤적을 그린 슈팅은 골문 왼쪽 구석 끝으로 빨려들어갔다. 골라인 앞에서 바운드되면서 골문 안쪽 옆그물을 세차게 휘감았다. 리명국이 사력을 다해 다이빙했지만 이미 볼이 통과한 뒤였고 염기훈은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작년 6월 이라크전 이후 A매치 두 번째 골.
허정무호는 중국전 박주영의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포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세트피스로 돌파구를 열었다.
득점 이후 문인국에게 중거리슛을 내주는 등 잠시 수세에 몰렸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전반 40분 김남일의 로빙 스루패스를 받은 강민수가 가슴 트래핑을 하고 돌아서 결정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이번엔 리명국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허정무호는 후반 교체 사인을 낸 김남일 대신 황지수를 투입했고, 북한은 신예 공격수 김금일과 수비수 지윤남을 넣었다.
후반 초반 북한에 악재가 겹쳤다. 수비수 박철진이 볼을 멀리 던져 프리킥 시간을 지연하는 공격 방해행위로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곽희주와 이관우를 빼고 박원재와 오장은을 투입한 허정무호는 오히려 10명이 싸운 북한의 역공에 오히려 수비 불안을 드러냈다.
후반 14분 정대세의 논스톱 터닝슛이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고 20분에도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사이 수비수 리광천에게 중거리슛을 허용했다. 다행히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결국 북한이 자랑하는 골잡이 정대세에게 통한의 한 방을 내줬다.
후반 27분 공격 지향적으로 치고 올라갔던 포백 라인이 로빙패스가 올라오자 순식간에 구멍이 뚫렸고 정대세는 특유의 스피드를 살려 먹잇감을 쫓듯 돌진했다.
시야가 열린 정대세는 끈질기게 따라붙는 곽태휘와 강민수를 따돌리고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뚫었다. 볼은 골 포스트에 맞고 굴절돼 그물을 출렁였다.
후반 막판 허정무호의 찬스가 있었지만 끝내 골문이 열리지 않았다. 염기훈의 프리킥이 벽에 맞았고 35분과 후반 인저리타임 염기훈과 이근호가 회심의 슈팅을 때렸지만 골키퍼 리명국에게 막혔다.
남북 축구의 조우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한 달후 리턴매치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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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무호 ‘10명 뛴 북한’과 아쉬운 무승부
    • 입력 2008-02-20 23:31:04
    • 수정2008-02-21 07:21:02
    연합뉴스
허정무호가 30개월 만의 남북축구 맞대결에서 다 잡은 듯한 승리를 놓쳤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일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북한과 2차전에서 전반 염기훈의 프리킥 선제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 북한의 공격 첨병 정대세에게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지난 17일 중국전에서 3-2 재역전승을 거둔 허정무호는 1승1무(승점4)가 돼 앞서 중국을 꺾고 첫 승을 올린 일본(1승1무)과 같아졌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1위를 지켰다. 한국은 23일 일본과 3차전에서 대회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일본전 무승부에 이어 2무(승점2)가 된 북한은 23일 중국전에서 2골차 이상 이기고 한일전이 무승부로 끝날 경우 우승할 수 있다. 후반 초반 북한 수비수 박철진이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승리를 지켜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한 판이었다. 박주영이 근육통으로 빠진 공격진은 후반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포백(4-back) 수비라인은 북한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허정무호는 다음달 26일 평양에서 펼쳐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차전을 앞둔 남북대결 전초전에서 기선을 잡는데도 실패했다. 한국은 북한과 역대 전적에서 5승4무1패를 기록했다. 2005년 8월 전주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 0-0 무승부 이후 2년6개월 만의 남북축구 맞대결은 다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마감됐다. 허정무 감독은 중국전과 달리 박주영을 벤치에 앉히고 장신(187㎝) 고기구를 전방 원톱으로 꽂았다. 좌우 날개엔 염기훈, 이근호를 배치하고 테크니션 이관우에게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스트라이커를 맡겼다. 수비도 중앙수비수 곽태휘, 강민수 두 명만 놓는 포백(4-back)으로 바꿔 좌우 풀백 곽희주, 이상호를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게 했다. 수문장은 상무에 입대한 김용대가 오랜만에 나왔다. 북한은 예상대로 재일교포 공격 첨병 정대세를 원톱에 놓고 밀집수비로 방어백을 쌓는 3-6-1 전술을 폈다. 안영학이 중원을 조율하고 문인국, 박남철이 좌우에서 돌파를 시도했다. 남북 스트라이커 지존을 가리자는 박주영과 정대세의 맞대결을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이 좀처럼 수비 진영에서 올라오지 않자 전반 9분 염기훈이 오른발로 날카로운 원거리 위협포를 날렸다. 골키퍼 리명국이 몸을 날려 가까스로 막았고 이어진 고기구의 쇄도도 좋았지만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전반 20분 선제골의 주인공은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이었다. 몸이 가벼운 염기훈은 수비 둘 사이를 방향 전환으로 돌아 돌파하다 프리킥을 끌어냈다. 아크 오른쪽 뒤 프리킥. 각도상 염기훈의 왼발과 이관우의 오른발이 다 가능했다. 북한 방어벽 왼쪽이 약간 허술하게 열리자 염기훈의 왼발 인스텝 슛이 불을 뿜었다. 키 높이 바로 위로 궤적을 그린 슈팅은 골문 왼쪽 구석 끝으로 빨려들어갔다. 골라인 앞에서 바운드되면서 골문 안쪽 옆그물을 세차게 휘감았다. 리명국이 사력을 다해 다이빙했지만 이미 볼이 통과한 뒤였고 염기훈은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작년 6월 이라크전 이후 A매치 두 번째 골. 허정무호는 중국전 박주영의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포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세트피스로 돌파구를 열었다. 득점 이후 문인국에게 중거리슛을 내주는 등 잠시 수세에 몰렸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전반 40분 김남일의 로빙 스루패스를 받은 강민수가 가슴 트래핑을 하고 돌아서 결정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이번엔 리명국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허정무호는 후반 교체 사인을 낸 김남일 대신 황지수를 투입했고, 북한은 신예 공격수 김금일과 수비수 지윤남을 넣었다. 후반 초반 북한에 악재가 겹쳤다. 수비수 박철진이 볼을 멀리 던져 프리킥 시간을 지연하는 공격 방해행위로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곽희주와 이관우를 빼고 박원재와 오장은을 투입한 허정무호는 오히려 10명이 싸운 북한의 역공에 오히려 수비 불안을 드러냈다. 후반 14분 정대세의 논스톱 터닝슛이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고 20분에도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사이 수비수 리광천에게 중거리슛을 허용했다. 다행히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결국 북한이 자랑하는 골잡이 정대세에게 통한의 한 방을 내줬다. 후반 27분 공격 지향적으로 치고 올라갔던 포백 라인이 로빙패스가 올라오자 순식간에 구멍이 뚫렸고 정대세는 특유의 스피드를 살려 먹잇감을 쫓듯 돌진했다. 시야가 열린 정대세는 끈질기게 따라붙는 곽태휘와 강민수를 따돌리고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뚫었다. 볼은 골 포스트에 맞고 굴절돼 그물을 출렁였다. 후반 막판 허정무호의 찬스가 있었지만 끝내 골문이 열리지 않았다. 염기훈의 프리킥이 벽에 맞았고 35분과 후반 인저리타임 염기훈과 이근호가 회심의 슈팅을 때렸지만 골키퍼 리명국에게 막혔다. 남북 축구의 조우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한 달후 리턴매치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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