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안개 헬기 조종사에 통보 안돼”

입력 2008.02.21 (11: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정상부근에 추락한 육군 UH-1H 헬기 조종사는 사고 직전 용문산에 짙은 안개가 끼었다는 사실을 지상관제소로부터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헬기 조종사가 용문산에 안개가 끼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예정된 항로를 따라 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방향을 잃어 항로를 이탈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고 당시 현장의 기상악화는 국지적으로 형성됐다가 없어지는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고 헬기의 이륙 당시 지상은 비행이 가능한 시계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적 기상악화에 대해서는 통보가 안됐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육군수사단의 지구수사대장 한성욱 대령도 전날 오후 10시께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육군의 사고경위 설명회에서 "국군수도병원을 이륙할 당시 지상은 비행이 가능한 시계였지만 1천115고지 용문산은 농무(짙은 안개)가 끼어 5-10m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보통 봄부터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봄이 가까이 오니까 그런 현상이 나타났던 것 같다"며 "기상정보를 획득할 때도 그런 정보는 얻기 어렵다. 이런 경우는 통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육군 합동조사본부 항공조사위원회는 사고 당일 저녁 용문산의 기상상황을 조종사에게 제대로 통보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조사위원회는 헬기 잔해에서 운행기록과 조종사 무전 내용 등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확보, 사고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통보 여부 규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유족들도 육군의 사고경위 설명회에서 사고 당일 기상상태가 조종사에게 제대로 전달됐는 지 여부를 공개하라고 거세게 항의를 했다.
유족들은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꼈다면 당연히 기상상태를 분석해 조종사에게 통보했어야 하는 데도 무리하게 운항을 시켜 사고가 났다"며 "이륙명령을 내리게 된 이유와 당시 기상상황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육군은 사고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한편 헬기가 추락했는지 여부와 관련, 군의 다른 소식통은 "헬기가 추락한 지점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의 나무들이 수평으로 일정한 넓이로 베어져 있었다"며 "이로 미뤄 헬기가 추락한 것이 아니라 비행 중 나무들을 베고 10m 정도 앞으로 가다 산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용문산 안개 헬기 조종사에 통보 안돼”
    • 입력 2008-02-21 11:47:16
    연합뉴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정상부근에 추락한 육군 UH-1H 헬기 조종사는 사고 직전 용문산에 짙은 안개가 끼었다는 사실을 지상관제소로부터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헬기 조종사가 용문산에 안개가 끼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예정된 항로를 따라 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방향을 잃어 항로를 이탈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고 당시 현장의 기상악화는 국지적으로 형성됐다가 없어지는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고 헬기의 이륙 당시 지상은 비행이 가능한 시계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적 기상악화에 대해서는 통보가 안됐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육군수사단의 지구수사대장 한성욱 대령도 전날 오후 10시께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육군의 사고경위 설명회에서 "국군수도병원을 이륙할 당시 지상은 비행이 가능한 시계였지만 1천115고지 용문산은 농무(짙은 안개)가 끼어 5-10m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보통 봄부터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데 봄이 가까이 오니까 그런 현상이 나타났던 것 같다"며 "기상정보를 획득할 때도 그런 정보는 얻기 어렵다. 이런 경우는 통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육군 합동조사본부 항공조사위원회는 사고 당일 저녁 용문산의 기상상황을 조종사에게 제대로 통보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조사위원회는 헬기 잔해에서 운행기록과 조종사 무전 내용 등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확보, 사고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통보 여부 규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유족들도 육군의 사고경위 설명회에서 사고 당일 기상상태가 조종사에게 제대로 전달됐는 지 여부를 공개하라고 거세게 항의를 했다. 유족들은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꼈다면 당연히 기상상태를 분석해 조종사에게 통보했어야 하는 데도 무리하게 운항을 시켜 사고가 났다"며 "이륙명령을 내리게 된 이유와 당시 기상상황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육군은 사고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한편 헬기가 추락했는지 여부와 관련, 군의 다른 소식통은 "헬기가 추락한 지점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의 나무들이 수평으로 일정한 넓이로 베어져 있었다"며 "이로 미뤄 헬기가 추락한 것이 아니라 비행 중 나무들을 베고 10m 정도 앞으로 가다 산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