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분노 폭발…‘코소보 사태’ 악화 조짐

입력 2008.02.2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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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 독립 선언에 반대하는 세르비아 시위대가 21일 베오그라드에서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는 등 코소보 사태가 다시 폭력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과 이에 대한 인정 여부를 놓고 국제사회가 양극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미국 대사관은 문을 닫은 상태로 일부 경비대원만이 지키고 있었고 특별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치안 부재 상황에 대한 국제적 논란과 세르비아 당국에 대한 미국 측의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잘메이 할릴자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베오그라드의 미 대사관 공격에 "분노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이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이 적극 나선다고 해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서방 국가들이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선언을 잇따라 지지한 것에 대해 세르비아 국민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코소보 내 소수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시위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 독립 선언 이후 2-3일 간 유엔 차량에 불을 지르고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잇는 검문소 2곳을 공격하는 시위가 폭력성을 띠다가 이날부터 평화 시위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세르비아계 재향군인들 300여명이 이날 검문소에서 코소보 경찰에 돌을 던지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데다가 베오그라드에서 미 대사관이 공격을 당함으로써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시위도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르비아로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세르비아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코소보 독립 선언을 곧바로 인정하고, 유엔을 대신해 EU의 경찰 및 사법 요원을 코소보에 파견하려 한 것에 대한 반발심이 적지 않은 상태다.
또 러시아와 중국, 스페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스리랑카, 베트남 등 여러 나라가 코소보의 독립선언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세르비아의 거센 반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와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 등은 이날 시위가 열리기 전 '평화 시위'를 거듭 강조했지만, 15만에 달한 성난 시위대의 돌발적 행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세르비아 일부에서는 코소보의 독립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전 세계 분리주의의 위험한 선례가 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가 두 개의 알바니아 국가를 세우도록 한 것이 논리적으로도 합당하지 않은 만큼 굳이 폭력을 사용하기 보다는 외교적으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세르비아의 경우 코소보 내전 당시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폭격을 경험, 많은 수의 국민이 미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코소보를 민족과 종교의 성지로 보는 민족주의 성향도 강하게 남아있어 코소보 문제를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와 같이 상황이 내전이나 대규모 유혈사태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일단 한번 폭력성을 띠기 시작한 세르비아의 코소보 독립 반대 시위는 언제든 폭발할 위험성을 안은 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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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르비아 분노 폭발…‘코소보 사태’ 악화 조짐
    • 입력 2008-02-22 06:35:41
    연합뉴스
코소보 독립 선언에 반대하는 세르비아 시위대가 21일 베오그라드에서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는 등 코소보 사태가 다시 폭력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과 이에 대한 인정 여부를 놓고 국제사회가 양극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미국 대사관은 문을 닫은 상태로 일부 경비대원만이 지키고 있었고 특별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치안 부재 상황에 대한 국제적 논란과 세르비아 당국에 대한 미국 측의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잘메이 할릴자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베오그라드의 미 대사관 공격에 "분노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이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이 적극 나선다고 해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서방 국가들이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선언을 잇따라 지지한 것에 대해 세르비아 국민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코소보 내 소수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시위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 독립 선언 이후 2-3일 간 유엔 차량에 불을 지르고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잇는 검문소 2곳을 공격하는 시위가 폭력성을 띠다가 이날부터 평화 시위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세르비아계 재향군인들 300여명이 이날 검문소에서 코소보 경찰에 돌을 던지고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데다가 베오그라드에서 미 대사관이 공격을 당함으로써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시위도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르비아로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세르비아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코소보 독립 선언을 곧바로 인정하고, 유엔을 대신해 EU의 경찰 및 사법 요원을 코소보에 파견하려 한 것에 대한 반발심이 적지 않은 상태다. 또 러시아와 중국, 스페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스리랑카, 베트남 등 여러 나라가 코소보의 독립선언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세르비아의 거센 반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와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 등은 이날 시위가 열리기 전 '평화 시위'를 거듭 강조했지만, 15만에 달한 성난 시위대의 돌발적 행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세르비아 일부에서는 코소보의 독립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전 세계 분리주의의 위험한 선례가 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가 두 개의 알바니아 국가를 세우도록 한 것이 논리적으로도 합당하지 않은 만큼 굳이 폭력을 사용하기 보다는 외교적으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세르비아의 경우 코소보 내전 당시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폭격을 경험, 많은 수의 국민이 미국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코소보를 민족과 종교의 성지로 보는 민족주의 성향도 강하게 남아있어 코소보 문제를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와 같이 상황이 내전이나 대규모 유혈사태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일단 한번 폭력성을 띠기 시작한 세르비아의 코소보 독립 반대 시위는 언제든 폭발할 위험성을 안은 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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