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고민 ‘해외파, 잘 해야 데려오지’

입력 2008.02.25 (16:19) 수정 2008.02.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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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號)가 사실상 2진급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나름대로 '건질 건 건졌지만' 월드컵 대장정을 앞두고 오히려 해외파들의 실전 감각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26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예선 평양 원정 경기에 해외파를 '다 소집하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황.
그러나 요즘 유럽파 태극전사들의 출전일지를 보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지난 6일 월드컵 예선 첫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과 설기현(풀럼)이 맹활약하고 이영표(토트넘)도 뒷문을 굳건히 지키면서 4-0 대승을 합작했지만 그 이후엔 각 팀에서 해외파들의 현주소가 달라졌다.
먼저 박지성은 작년 연말 9개월 공백을 딛고 그라운드에 돌아오면서 특유의 활동량을 되살리는 듯 했지만 최근 두 경기에선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FA컵 아스널전에서 박지성을 쓴 다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랭피크 리옹과 프랑스 원정, 지난 주말 뉴캐슬과 정규리그 경기에서 박지성을 벤치에만 앉혀두기만 했다.
박지성의 공격 포인트가 없는 문제도 있지만 경쟁자인 포르투갈 출신 루이스 나니와 한동안 박지성에게는 경쟁에서 밀리는 듯 했던 스코틀랜드 출신 미드필더 대런 플레처가 펄펄 날면서 주전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리그 정상급 레귤러와 경쟁은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나니, 플레처에게 밀리자 박지성의 출전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박지성은 다음달 포츠머스, 더비카운티, 리버풀과 일전을 남겨놓고 있는데 아스널과 피말리는 선두 경쟁은 물론 FA컵 정상까지 노리는 맨유 입장에선 '선수를 안배해가며' 쓸 상황이 아니란 점도 박지성에겐 조바심이 나는 대목이다.
설기현도 최근 네 경기 연속 결장하면서 거의 한 달째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 한국에 와서 경기를 치른 투르크메니스탄전이 그나마 실전 감각을 확인할 수 있던 기회였다.
태극전사 중 거의 맏형급 나이에 속하는 이영표도 25일 토트넘이 9년 만에 칼링컵을 들어올리면서 우승의 환희에 젖었지만 그 자리에 유니폼 대신 정장을 입고 참석했다.
선발에는 물론 대기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영표도 무려 여섯 경기째 연속 결장이다.
이영표는 토트넘의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집요하리만치 풀백에만 집착하면서 크리스 건터, 앨런 허튼, 질베르투 등 경쟁자들을 잇따라 영입한 데 이어 원래 미드필더 요원이던 티무 타이니오를 왼쪽 풀백으로 내리면서 입지가 더 좁아졌다.
어렵사리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김두현(웨스트브러미치 알비온)은 입단식도 하기 전 데뷔전을 치러 희망을 부풀렸지만 지난 주말 헐시티전에는 빠져 역시 경쟁이 만만찮은 무대란 점을 반영했다.
여기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는 이천수(페예노르트)도 발목 부상으로 네 경기째 결장했다.
이동국(미들즈브러)은 작년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징계를 받고 있는 상태라 어차피 대표팀에 뽑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최근 두 경기 연속 결장으로 아폰스 알베스 등 새로 뽑은 공격수들에게 밀리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툰카이 산리의 득점포가 부쩍 불을 뿜어 기존 공격수 중 한 둘이 부상을 당하더라도 쉽게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허정무 감독은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마치면서 다음달 평양 원정엔 "해외파를 모두 부르겠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해외파 태극전사들이 소속 팀 내에서 제대로 실전 감각을 갖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월드컵 예선에서도 1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을 하고 돌아와 하루 이틀 기존 국내파들과 발을 맞추고 100% 기량을 발휘하기는 힘들다는 게 현실론이다.
그나마 러시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왼쪽 측면 요원 김동진(제니트)이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살리고 있어 2기 허정무호에 탑승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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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2-25 16:07:20
    • 수정2008-02-25 17:05:13
    연합뉴스
허정무호(號)가 사실상 2진급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나름대로 '건질 건 건졌지만' 월드컵 대장정을 앞두고 오히려 해외파들의 실전 감각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26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예선 평양 원정 경기에 해외파를 '다 소집하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황. 그러나 요즘 유럽파 태극전사들의 출전일지를 보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지난 6일 월드컵 예선 첫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과 설기현(풀럼)이 맹활약하고 이영표(토트넘)도 뒷문을 굳건히 지키면서 4-0 대승을 합작했지만 그 이후엔 각 팀에서 해외파들의 현주소가 달라졌다. 먼저 박지성은 작년 연말 9개월 공백을 딛고 그라운드에 돌아오면서 특유의 활동량을 되살리는 듯 했지만 최근 두 경기에선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FA컵 아스널전에서 박지성을 쓴 다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랭피크 리옹과 프랑스 원정, 지난 주말 뉴캐슬과 정규리그 경기에서 박지성을 벤치에만 앉혀두기만 했다. 박지성의 공격 포인트가 없는 문제도 있지만 경쟁자인 포르투갈 출신 루이스 나니와 한동안 박지성에게는 경쟁에서 밀리는 듯 했던 스코틀랜드 출신 미드필더 대런 플레처가 펄펄 날면서 주전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리그 정상급 레귤러와 경쟁은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나니, 플레처에게 밀리자 박지성의 출전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박지성은 다음달 포츠머스, 더비카운티, 리버풀과 일전을 남겨놓고 있는데 아스널과 피말리는 선두 경쟁은 물론 FA컵 정상까지 노리는 맨유 입장에선 '선수를 안배해가며' 쓸 상황이 아니란 점도 박지성에겐 조바심이 나는 대목이다. 설기현도 최근 네 경기 연속 결장하면서 거의 한 달째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 한국에 와서 경기를 치른 투르크메니스탄전이 그나마 실전 감각을 확인할 수 있던 기회였다. 태극전사 중 거의 맏형급 나이에 속하는 이영표도 25일 토트넘이 9년 만에 칼링컵을 들어올리면서 우승의 환희에 젖었지만 그 자리에 유니폼 대신 정장을 입고 참석했다. 선발에는 물론 대기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영표도 무려 여섯 경기째 연속 결장이다. 이영표는 토트넘의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집요하리만치 풀백에만 집착하면서 크리스 건터, 앨런 허튼, 질베르투 등 경쟁자들을 잇따라 영입한 데 이어 원래 미드필더 요원이던 티무 타이니오를 왼쪽 풀백으로 내리면서 입지가 더 좁아졌다. 어렵사리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김두현(웨스트브러미치 알비온)은 입단식도 하기 전 데뷔전을 치러 희망을 부풀렸지만 지난 주말 헐시티전에는 빠져 역시 경쟁이 만만찮은 무대란 점을 반영했다. 여기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는 이천수(페예노르트)도 발목 부상으로 네 경기째 결장했다. 이동국(미들즈브러)은 작년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징계를 받고 있는 상태라 어차피 대표팀에 뽑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최근 두 경기 연속 결장으로 아폰스 알베스 등 새로 뽑은 공격수들에게 밀리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툰카이 산리의 득점포가 부쩍 불을 뿜어 기존 공격수 중 한 둘이 부상을 당하더라도 쉽게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허정무 감독은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마치면서 다음달 평양 원정엔 "해외파를 모두 부르겠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해외파 태극전사들이 소속 팀 내에서 제대로 실전 감각을 갖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월드컵 예선에서도 1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을 하고 돌아와 하루 이틀 기존 국내파들과 발을 맞추고 100% 기량을 발휘하기는 힘들다는 게 현실론이다. 그나마 러시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왼쪽 측면 요원 김동진(제니트)이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살리고 있어 2기 허정무호에 탑승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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