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축구, 10% 협상 여지는 남았다”

입력 2008.02.27 (11:07) 수정 2008.02.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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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지는 있지 않겠습니까"
26일 개성에서 남북 축구대표팀 평양 원정 경기(3월26일)와 관련해 실무 협상을 하고 돌아온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부회장은 "평양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다섯 시간 마라톤 회의를 했다고 한다.
북측에서는 손광호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왔다. 지난 5일 1차 회의 때도 같은 멤버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양측 대표단은 '쉬운 얘기'부터 풀어갔다.
사전 답사를 어떻게 할지, 취재진이 방북할 수 있을지 등 세부 현안을 먼저 입에 올렸다. 처음부터 태극기 게양, 애국가 연주 문제를 의제로 올리면 아예 협의 자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축구협회는 '히든 카드'도 갖고 있었다.
큰 틀에서 평양 경기를 예정대로 하자고 합의만 된다면 다른 현안에선 과감하게 양보할 준비도 했다고 대표단은 전했다.
하지만 결국 '기본'에서 막혔다.
북측은 6.15 남북공동선언 취지에 맞춰 한반도기를 걸고 아리랑을 틀자는 기존 입장만 고집했다.
축구협회 대표단은 경기의 성격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라 열리는 월드컵 예선이란 점을 내세웠지만 더 이상 설득이 이뤄지지 않았다.
북측도 FIFA 규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고 이 문제가 FIFA의 중재로 해결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계산'에 넣고 있는 듯 했지만 실제 협상에서 유연함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는 게 대표단의 전언이다.
협상이 결렬된 직후 동평양대극장에선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으로 성조기가 걸리고 미국 국가가 연주됐지만 북한이 월드컵 예선 경기장으로 신청해놓은 대동강변 김일성경기장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순 없었던 셈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제한된 공간인 실내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것과 최대 10만명이 들어가는 대규모 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협상이 결렬된 마당이라 축구협회는 일단 빠른 시일 안에 FIFA에 중재 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추후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조중연 부회장은 "10% 정도 협상 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영철 축구협회 홍보국장은 "FIFA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제3의 채널을 통해서도 북측과 협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북측이 평양 홈 경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우선 월드컵 예선 경기인데다 15년 만에 '타이틀'을 걸고 벌이는 남북 축구 맞대결이란 면에서 상당한 중계권료가 발생한다.
북한도 1966년 이후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어 3차예선 진행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홈 경기 하나를 그냥 내다버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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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축구, 10% 협상 여지는 남았다”
    • 입력 2008-02-27 11:07:25
    • 수정2008-02-27 11:09:56
    연합뉴스
"10% 여지는 있지 않겠습니까" 26일 개성에서 남북 축구대표팀 평양 원정 경기(3월26일)와 관련해 실무 협상을 하고 돌아온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부회장은 "평양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다섯 시간 마라톤 회의를 했다고 한다. 북측에서는 손광호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왔다. 지난 5일 1차 회의 때도 같은 멤버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양측 대표단은 '쉬운 얘기'부터 풀어갔다. 사전 답사를 어떻게 할지, 취재진이 방북할 수 있을지 등 세부 현안을 먼저 입에 올렸다. 처음부터 태극기 게양, 애국가 연주 문제를 의제로 올리면 아예 협의 자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축구협회는 '히든 카드'도 갖고 있었다. 큰 틀에서 평양 경기를 예정대로 하자고 합의만 된다면 다른 현안에선 과감하게 양보할 준비도 했다고 대표단은 전했다. 하지만 결국 '기본'에서 막혔다. 북측은 6.15 남북공동선언 취지에 맞춰 한반도기를 걸고 아리랑을 틀자는 기존 입장만 고집했다. 축구협회 대표단은 경기의 성격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라 열리는 월드컵 예선이란 점을 내세웠지만 더 이상 설득이 이뤄지지 않았다. 북측도 FIFA 규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고 이 문제가 FIFA의 중재로 해결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계산'에 넣고 있는 듯 했지만 실제 협상에서 유연함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는 게 대표단의 전언이다. 협상이 결렬된 직후 동평양대극장에선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으로 성조기가 걸리고 미국 국가가 연주됐지만 북한이 월드컵 예선 경기장으로 신청해놓은 대동강변 김일성경기장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순 없었던 셈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제한된 공간인 실내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것과 최대 10만명이 들어가는 대규모 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협상이 결렬된 마당이라 축구협회는 일단 빠른 시일 안에 FIFA에 중재 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추후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조중연 부회장은 "10% 정도 협상 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영철 축구협회 홍보국장은 "FIFA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제3의 채널을 통해서도 북측과 협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북측이 평양 홈 경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우선 월드컵 예선 경기인데다 15년 만에 '타이틀'을 걸고 벌이는 남북 축구 맞대결이란 면에서 상당한 중계권료가 발생한다. 북한도 1966년 이후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어 3차예선 진행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홈 경기 하나를 그냥 내다버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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