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국궁’ 전통 문화로

입력 2008.03.0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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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평화시위였던 3.1운동이 이후 전국의 무장봉기로 이어졌을 때 총이 부족했던 의병들은 농기구와, 특히 활에 의존했습니다.
오늘 문화와 사람은 우리의 활, 국궁을 다시 살펴봅니다.
박석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사람의 기운과 활의 기운이 만나 이루는 팽팽한 긴장상태.

시위를 놓는 순간 모든 기운이 화살에 실려 과녁으로 향합니다.

고무로 만들어진 과녁은 화살을 그대로 밀어내 화살촉이 상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때문에 화살이 과녁에 부딪히는 소리를 통해 관중이냐 아니냐를 판단합니다.

<인터뷰> 윤음전·김종수(경기도 부천시) : "관중하면 기분이 좋죠. 나만 보는 게 아니라 다 쳐다보고 있어요."

탄소섬유로 만든 개량궁이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통 기법으로 만든 국궁을 따라올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이정우(80세/성무정 활모임 고문) : "우리 국궁은 유연성이 풍부하게 있어서 활에서 나오는 반동을 활에서 흡수하기 때문에 사람이 쏠 때 신체적으로 아무 지장이 없고 아주 부드럽다고..."

잘 자란 대나무를 불에 휘어 모양을 잡고 뽕나무를 잇대어 골격을 만듭니다.

여기에 물소의 뿔을 덧대 활의 힘을 키웁니다.

소의 힘줄까지 두껍게 붙이면 비로소 모양을 갖추는 국궁, 뿔로 만든다고 해서 각궁으로도 불립니다.

꼬박 3개월이 걸리는 제작 과정 동안 활에 가득 베인 장인의 혼은 고스란히 새 주인에게 옮겨집니다.

<인터뷰> 김박영(중요무형문화재 궁시장) : "오더니만 절을 넙죽 하더라고. 선생님 활을 좋게 만들어 주셔서 1등을 했습니다. 참 좋더라고요."

활시위를 귀까지 힘껏 잡아당기는 이른바 만작 자세가 국궁의 특징입니다.

때문에 시위가 얼굴을 치지 않도록 활은 비스듬히 기울입니다.

시위를 입술까지만 당기고 활을 똑바로 세우는 양궁과는 크게 다릅니다.

또 시위를 잡는 방법도 국궁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검지와 중지를 주로 이용하는 양궁과 차이가 납니다.

이런 국궁의 특징을 전통 문화로 잘 보존하기 위해 사료를 모으고 교범을 만드는 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연익모(국궁문화협회 회장) : "각 활터마다 각기 활 쏘는 사법이 다르고 일부 드라마와 영화에서 양궁 사법을 국궁 사법인양 잘못 보도해서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고, 평상시에는 사람들의 심신을 단련시켰던 국궁.

현재 3만여 명이 즐기는 생활 체육을 넘어서서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전통 문화로 올라서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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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국궁’ 전통 문화로
    • 입력 2008-03-01 21:14:24
    뉴스 9
<앵커 멘트> 평화시위였던 3.1운동이 이후 전국의 무장봉기로 이어졌을 때 총이 부족했던 의병들은 농기구와, 특히 활에 의존했습니다. 오늘 문화와 사람은 우리의 활, 국궁을 다시 살펴봅니다. 박석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사람의 기운과 활의 기운이 만나 이루는 팽팽한 긴장상태. 시위를 놓는 순간 모든 기운이 화살에 실려 과녁으로 향합니다. 고무로 만들어진 과녁은 화살을 그대로 밀어내 화살촉이 상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때문에 화살이 과녁에 부딪히는 소리를 통해 관중이냐 아니냐를 판단합니다. <인터뷰> 윤음전·김종수(경기도 부천시) : "관중하면 기분이 좋죠. 나만 보는 게 아니라 다 쳐다보고 있어요." 탄소섬유로 만든 개량궁이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통 기법으로 만든 국궁을 따라올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 이정우(80세/성무정 활모임 고문) : "우리 국궁은 유연성이 풍부하게 있어서 활에서 나오는 반동을 활에서 흡수하기 때문에 사람이 쏠 때 신체적으로 아무 지장이 없고 아주 부드럽다고..." 잘 자란 대나무를 불에 휘어 모양을 잡고 뽕나무를 잇대어 골격을 만듭니다. 여기에 물소의 뿔을 덧대 활의 힘을 키웁니다. 소의 힘줄까지 두껍게 붙이면 비로소 모양을 갖추는 국궁, 뿔로 만든다고 해서 각궁으로도 불립니다. 꼬박 3개월이 걸리는 제작 과정 동안 활에 가득 베인 장인의 혼은 고스란히 새 주인에게 옮겨집니다. <인터뷰> 김박영(중요무형문화재 궁시장) : "오더니만 절을 넙죽 하더라고. 선생님 활을 좋게 만들어 주셔서 1등을 했습니다. 참 좋더라고요." 활시위를 귀까지 힘껏 잡아당기는 이른바 만작 자세가 국궁의 특징입니다. 때문에 시위가 얼굴을 치지 않도록 활은 비스듬히 기울입니다. 시위를 입술까지만 당기고 활을 똑바로 세우는 양궁과는 크게 다릅니다. 또 시위를 잡는 방법도 국궁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검지와 중지를 주로 이용하는 양궁과 차이가 납니다. 이런 국궁의 특징을 전통 문화로 잘 보존하기 위해 사료를 모으고 교범을 만드는 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연익모(국궁문화협회 회장) : "각 활터마다 각기 활 쏘는 사법이 다르고 일부 드라마와 영화에서 양궁 사법을 국궁 사법인양 잘못 보도해서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고, 평상시에는 사람들의 심신을 단련시켰던 국궁. 현재 3만여 명이 즐기는 생활 체육을 넘어서서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전통 문화로 올라서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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