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주유소 가격 공개, 용두사미?

입력 2008.05.06 (08:51) 수정 2008.05.0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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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국의 주유소 기름 가격을 비교 검색해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요즘 심심치않게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회원가 입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사이트에 나와있는 가격과 실제가격이 차이가 나는 등 업데이트가 잘 안 된다고 불평하는데요.

네, 이러다가 조용히 문을 닫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소정 기자, 취재진이 실제로 확인을 해봤죠, 어땠습니까?

<리포트>

서울시와 지방 자치구 한 곳씩을 찾아가봤는데요. 실제 가격 차이가 나는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싸다는 정보만 믿고 갔다가 훨씬 비싼 기름값을 확인하고 낭패를 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는데요.

여기에 주유소끼리의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던 정부의 당초 계획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며 지난달 시작한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정오와 자정을 기준으로 하루에 두 번, 전국 주유소들의 판매가격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인터뷰> 양동춘(지식경제부 담당 공무원): "10,000곳 이상의 주유소 가격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손님들이 사이트를 보고 찾아가는 홍보효과가 있어서 처음에는 공개를 안 하겠다고 했던 주유소 업주들의 참여도 더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과연 제대로 혜택을 보고 있는 걸까요?

휘발유의 1리터 가격이 1728원으로 공개된 한 주유소를 찾아가봤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실제 표시된 가격은 1798원! 인터넷에 공개된 가격보다 70원이나 더 비쌌는데요.

<녹취> 'A' 주유소 직원: "한 번 등록해놓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신용카드)단말기에서 바로 가격이 나오니까 사이트에도 (전송돼) 같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1리터 가격이 1649원으로 서울에서 제법 싼 편으로 공개된 한 주유소도 실제 판매가격은 100원이나 비쌌습니다.

<녹취> 'B' 주유소 직원: "휘발유 리터당 가격이요? 1,762원이요. 1,600원대는 며칠 전이고 (지금은) 올랐어요."

사이트에 공개되는 기름값은 대부분 매일 정오와 자정을 기준으로 판매가격이 수정되는데요.

각 주유소에서 가장 최근에 결제된 카드 판매단가가 자동으로 전송됩니다. 따라서 적어도 12시간 이전 판매가격이 올라와 있어야 되는데요.

취재진이 실태 파악을 위해 서울과 지방의 자치구 한 곳을 임으로 정해 실제 가격을 확인해 봤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경우 가격 공개 주유소 35곳 가운데 가격정보가 실제와 다른 곳이 모두 4곳이었는데요. 가격차는 30원 정도였습니다.

또 지난달 이후 가격 변동 내용이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곳들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산의 강서구에서도 전체 26곳 가운데 실제 가격과 다른 곳이 6곳이었고, 이 가운데 업데이트가 안 된 곳이 3곳, 업데이트를 했지만 가격 차이가 나는 곳이 3곳이었습니다.

대부분 실제보다 2-30원 싸게 가격정보가 소개돼있었는데요. 많게는 40원까지 차이 났습니다.

이렇다보니 상당수 운전자들은 정작 사이트를 검색해 기름값이 싼 곳을 찾았다가 값이 비싼 것을 확인하고는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결국, 사이트 정보에 대한 운전자들의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오승현(운전자/부천 오정동): "사이트에는 얼마라고 나와 있는데 막상 가 보면 그 주유소에서는 가격이 다르니까 신뢰가 안 가고……."

<인터뷰> 정원주(운전자/서울시 효자동): "일부러 주유소들이 싼 가격을 사이트에 올려놓고 다른 가격대로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카드단말기를 통해 가격이 전송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단순 오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한국석유공사 직원: "신용카드 결제가 될 때 카드 단말기를 통해서 가격 자료를 받는데요. 누락이 되는 경우도 있고 오류 데이터로 되는 경우도 있어서 시정을 하려고 하는데 아직……."

단말기 오류라면 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오해를 받는 건 바로 주유소일텐데요, 주유소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습니다.

<녹취> ‘C’ 주유소 직원: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가격이 다르게 올라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손님들은 지역별 찾기를 이용해서 싼 곳이라고 오는데……. 손님들의 항의가 많았죠."

더욱이 사이트가 생긴 이후로 전국 주유소의 평균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유가상승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주유소간 경쟁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버들(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인근 주유소들끼리 가격을 담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는 만큼 가격 인하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이트가 문을 열자마자 접속자 수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는 등 운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렀지만, 최근엔 방문자수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이트 운영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취> 주유업계 관계자: "어차피 사이트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주유소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거든요. 정부에서 하는 만큼 신뢰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정부가 기름값 부담이 커진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내놓은 주유소 종합정보 시스템!

사이트가 공개된 지 한 달도 안 돼 운영과 관리의 여러 허점을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가 또 한번의 실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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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국의 주유소 기름 가격을 비교 검색해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요즘 심심치않게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회원가 입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사이트에 나와있는 가격과 실제가격이 차이가 나는 등 업데이트가 잘 안 된다고 불평하는데요. 네, 이러다가 조용히 문을 닫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소정 기자, 취재진이 실제로 확인을 해봤죠, 어땠습니까? <리포트> 서울시와 지방 자치구 한 곳씩을 찾아가봤는데요. 실제 가격 차이가 나는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싸다는 정보만 믿고 갔다가 훨씬 비싼 기름값을 확인하고 낭패를 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는데요. 여기에 주유소끼리의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던 정부의 당초 계획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며 지난달 시작한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정오와 자정을 기준으로 하루에 두 번, 전국 주유소들의 판매가격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인터뷰> 양동춘(지식경제부 담당 공무원): "10,000곳 이상의 주유소 가격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손님들이 사이트를 보고 찾아가는 홍보효과가 있어서 처음에는 공개를 안 하겠다고 했던 주유소 업주들의 참여도 더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과연 제대로 혜택을 보고 있는 걸까요? 휘발유의 1리터 가격이 1728원으로 공개된 한 주유소를 찾아가봤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실제 표시된 가격은 1798원! 인터넷에 공개된 가격보다 70원이나 더 비쌌는데요. <녹취> 'A' 주유소 직원: "한 번 등록해놓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신용카드)단말기에서 바로 가격이 나오니까 사이트에도 (전송돼) 같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1리터 가격이 1649원으로 서울에서 제법 싼 편으로 공개된 한 주유소도 실제 판매가격은 100원이나 비쌌습니다. <녹취> 'B' 주유소 직원: "휘발유 리터당 가격이요? 1,762원이요. 1,600원대는 며칠 전이고 (지금은) 올랐어요." 사이트에 공개되는 기름값은 대부분 매일 정오와 자정을 기준으로 판매가격이 수정되는데요. 각 주유소에서 가장 최근에 결제된 카드 판매단가가 자동으로 전송됩니다. 따라서 적어도 12시간 이전 판매가격이 올라와 있어야 되는데요. 취재진이 실태 파악을 위해 서울과 지방의 자치구 한 곳을 임으로 정해 실제 가격을 확인해 봤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경우 가격 공개 주유소 35곳 가운데 가격정보가 실제와 다른 곳이 모두 4곳이었는데요. 가격차는 30원 정도였습니다. 또 지난달 이후 가격 변동 내용이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곳들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산의 강서구에서도 전체 26곳 가운데 실제 가격과 다른 곳이 6곳이었고, 이 가운데 업데이트가 안 된 곳이 3곳, 업데이트를 했지만 가격 차이가 나는 곳이 3곳이었습니다. 대부분 실제보다 2-30원 싸게 가격정보가 소개돼있었는데요. 많게는 40원까지 차이 났습니다. 이렇다보니 상당수 운전자들은 정작 사이트를 검색해 기름값이 싼 곳을 찾았다가 값이 비싼 것을 확인하고는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결국, 사이트 정보에 대한 운전자들의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오승현(운전자/부천 오정동): "사이트에는 얼마라고 나와 있는데 막상 가 보면 그 주유소에서는 가격이 다르니까 신뢰가 안 가고……." <인터뷰> 정원주(운전자/서울시 효자동): "일부러 주유소들이 싼 가격을 사이트에 올려놓고 다른 가격대로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카드단말기를 통해 가격이 전송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단순 오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한국석유공사 직원: "신용카드 결제가 될 때 카드 단말기를 통해서 가격 자료를 받는데요. 누락이 되는 경우도 있고 오류 데이터로 되는 경우도 있어서 시정을 하려고 하는데 아직……." 단말기 오류라면 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오해를 받는 건 바로 주유소일텐데요, 주유소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습니다. <녹취> ‘C’ 주유소 직원: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가격이 다르게 올라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손님들은 지역별 찾기를 이용해서 싼 곳이라고 오는데……. 손님들의 항의가 많았죠." 더욱이 사이트가 생긴 이후로 전국 주유소의 평균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유가상승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주유소간 경쟁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버들(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인근 주유소들끼리 가격을 담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는 만큼 가격 인하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이트가 문을 열자마자 접속자 수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는 등 운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렀지만, 최근엔 방문자수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이트 운영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취> 주유업계 관계자: "어차피 사이트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주유소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거든요. 정부에서 하는 만큼 신뢰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정부가 기름값 부담이 커진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내놓은 주유소 종합정보 시스템! 사이트가 공개된 지 한 달도 안 돼 운영과 관리의 여러 허점을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가 또 한번의 실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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