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조선 사발’ 영광 되살린다

입력 2008.05.10 (21:36) 수정 2008.05.10 (21: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일본에서 신의 그릇이란 극찬과 함께 국보로까지 지정된 , 찻사발 이도다완.

이 사발의 원래주인은 바로 우리나라 였습니다.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 , 조선 사발을 되살리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사기장 신한균 씨를 오늘 문화와 사람. 조성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4백여년 전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은 소중한 문화재들을 모조리 약탈해 갔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탐냈던 것은 다름아닌 제기용 사발들.

"잘 싸서 본진으로 가져가거라"

이렇게 넘어간 조선 사발들은 사발을 사용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이도 다완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천하 명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사발의 주인 나라에선 사발의 이름도, 아름다움도 까맣게 잊혀져 왔습니다.

사기장 신한균씨가 좋은 흙을 찾아 나섰습니다.

우리 사발을 되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 땅의 흙을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파온 흙을 골라낸 뒤엔 점성을 높이기 위해 정성스레 밟고 또 밟습니다.

이제 사발의 모양을 결정짓는 물레질, 무심한 듯 거침이 없는 장인의 손길 속에 흙덩이는 어느새 모양을 갖춰갑니다.

<인터뷰>신한균(사기장): "이쪽이 높고 다른 쪽이 약간 낮게 보이는 기술이 더 뛰어난 기술입니다. 우리 민족이 여유있게 똑바른 것 보다는 약간 불안한 것 같은 그런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민족이었습니다."

사기장 신 씨가 우리 사발 재현에 나선 것은 30여년 전, 조선 사발 복원에 한 평생을 받친 선친을 따르면서부텁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흙을 찾고, 빼앗긴 우리 사발을 보기 위해 일본을 수없이 넘나들기도 했습니다.

신 씨는 이 때의 기억과 자료들을 모아 빼앗긴 우리 사발의 역사를 기록한 장편 소설을 엮어내기도 했습니다.

사발을 굽기 위해 피움불을 붙인 지 사흘째, 가마속 불 꽃의 온도는 어느새 천 3백도를 넘어갑니다.

뜨거운 불길이 쉼없이 치솟지만, 사기장의 눈빛은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이 땅의 흙과 불, 물과 바람 그리고 장인의 손길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잊혀졌던 우리 사발은 마침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거칠지만, 질리지 않고, 친근하면서도 단순하고 소박한 우리 그릇입니다.

<인터뷰>신한균(사기장): "좋은 그릇을 빚어서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싶고, 세계 각국에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도자기의 세계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사기장 신 씨가 그토록 되살리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잊혀진 우리의 역사이고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기억일 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문화와 사람] ‘조선 사발’ 영광 되살린다
    • 입력 2008-05-10 21:15:57
    • 수정2008-05-10 21:40:34
    뉴스 9
<앵커 멘트> 일본에서 신의 그릇이란 극찬과 함께 국보로까지 지정된 , 찻사발 이도다완. 이 사발의 원래주인은 바로 우리나라 였습니다.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 , 조선 사발을 되살리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사기장 신한균 씨를 오늘 문화와 사람. 조성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4백여년 전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은 소중한 문화재들을 모조리 약탈해 갔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탐냈던 것은 다름아닌 제기용 사발들. "잘 싸서 본진으로 가져가거라" 이렇게 넘어간 조선 사발들은 사발을 사용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이도 다완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천하 명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사발의 주인 나라에선 사발의 이름도, 아름다움도 까맣게 잊혀져 왔습니다. 사기장 신한균씨가 좋은 흙을 찾아 나섰습니다. 우리 사발을 되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 땅의 흙을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파온 흙을 골라낸 뒤엔 점성을 높이기 위해 정성스레 밟고 또 밟습니다. 이제 사발의 모양을 결정짓는 물레질, 무심한 듯 거침이 없는 장인의 손길 속에 흙덩이는 어느새 모양을 갖춰갑니다. <인터뷰>신한균(사기장): "이쪽이 높고 다른 쪽이 약간 낮게 보이는 기술이 더 뛰어난 기술입니다. 우리 민족이 여유있게 똑바른 것 보다는 약간 불안한 것 같은 그런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민족이었습니다." 사기장 신 씨가 우리 사발 재현에 나선 것은 30여년 전, 조선 사발 복원에 한 평생을 받친 선친을 따르면서부텁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흙을 찾고, 빼앗긴 우리 사발을 보기 위해 일본을 수없이 넘나들기도 했습니다. 신 씨는 이 때의 기억과 자료들을 모아 빼앗긴 우리 사발의 역사를 기록한 장편 소설을 엮어내기도 했습니다. 사발을 굽기 위해 피움불을 붙인 지 사흘째, 가마속 불 꽃의 온도는 어느새 천 3백도를 넘어갑니다. 뜨거운 불길이 쉼없이 치솟지만, 사기장의 눈빛은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이 땅의 흙과 불, 물과 바람 그리고 장인의 손길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잊혀졌던 우리 사발은 마침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거칠지만, 질리지 않고, 친근하면서도 단순하고 소박한 우리 그릇입니다. <인터뷰>신한균(사기장): "좋은 그릇을 빚어서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싶고, 세계 각국에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도자기의 세계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사기장 신 씨가 그토록 되살리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잊혀진 우리의 역사이고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기억일 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