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운전자 이어 주유소도 울상

입력 2008.05.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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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출근길의 경기도 수원시 1번국도변 A셀프주유소.
A셀프주유소 단골인 직장인 김모(36)씨는 가격표 '휘발유 1ℓ 1천803원'을 보고 화들짝 놀랐지만 일반 주유소보다는 저렴하다는 데 위안삼으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들렀다.
나흘에 한번꼴로 절반 가량 주유하는 김씨는 하루 사이 1ℓ당 55원이 오르자 이번엔 아예 기름통을 가득 채웠다.
김씨는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는데 너무하네요. 주변 주유소보다 얼마 싸지도 않고, 서민들의 유(油)테크는 승용차를 안타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요"라고 푸념했다.
김씨의 주유영수증을 보면 4월 9일 1ℓ당 1천618원, 5월 13일 1천698원, 23일 1천803원으로 2개월여 사이 1ℓ당 185원이나 올랐다.
◇손님들 항의 빗발..경유차는 한탄
수원시 팔달구에서 기름값이 가장 저렴하다는 B주유소에서도 곳곳에서 손님과 주유원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23일 판매가는 1ℓ당 휘발유 1천789원, 경유 1천829원이었다.
대부분 손님들은 "싸다고 들렀는데 한달 사이 135원이 올랐다. 폭리 아니냐"고 항의했다.
경유차량이 주로 이용하는 수원시 권선구 C주유소에서도 화물차 운전자들이 '기름값이 트럭운전사 골을 빼먹는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특히 1t 포터트럭으로 행상이나 배달일을 하는 운전자들은 너나없이 주유 눈금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C주유소의 경우 '369데이'(3, 6, 9가 들어가는 날에 리터당 80원 할인) '제로 팡팡'(10, 20, 30일에 리터당 100원 할인)'같은 행사날에는 여지없이 손님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선화(29)씨는 "한달 기름값을 30만원으로 예상하고 차를 사려했는 데 이젠 40만원도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차 구입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주유소 "우리도 피해잡니다"
A셀프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이 하루 만에 1ℓ당 55원 오른 탓에 23일 출근시간대 매출이 전날에 비해 20%나 급감했다.
A셀프주유소 관계자는 "항의하는 단골들에게 국제유가 급등부터 설명할라 치면 화부터 내신다"며 "주유소가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다"고 난감해 했다.
C주유소 관계자도 "우리도 기름값 오르는 것을 보면 무섭다. 인근 업소와의 경쟁으로 크게 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다"며 "세금만 줄여도 기름값이 훨씬 낮아질텐데.."라고 정부의 대책을 기다렸다.
주유소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요즘들어 매매와 임대를 문의하는 주유소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정유업체와 연계되지 않은 개인 주유소를 운영하는 분들은 경쟁력이 떨어져 올 하반기에 도태하는 주유소가 줄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50억, 70억짜리 주유소를 갖고 한달에 500만원도 못갖고 가는 분들도 있다"며 "주유소를 소유하면 부자라는 것은 옛말"이라고 주유소업계의 현실을 설명했다.
◇경유가 폭등에 버스업계도 울상
수원에서 시내버스와 좌석버스 260대(경유차량 160대, 가스차량 100대)를 운영하는 용남고속은 경유값 급등으로 가스차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
경유가격이 작년만해도 1천100원 밑이었는데 지금은 1천70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용남고속 관계자는 "한달 유류비가 1년에 120억원 정도 드는데 올해는 5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버스회사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세금을 내렸는데 현재는 보조금만 줄고 경유값만 올라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책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최대 버스운송업체인 경기고속(3천600대 보유)은 매달 55억여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고속 관계자는 "버스요금 인상을 협회에 건의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며 막막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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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솟는 유가…운전자 이어 주유소도 울상
    • 입력 2008-05-23 13:50:10
    연합뉴스
23일 오전 출근길의 경기도 수원시 1번국도변 A셀프주유소. A셀프주유소 단골인 직장인 김모(36)씨는 가격표 '휘발유 1ℓ 1천803원'을 보고 화들짝 놀랐지만 일반 주유소보다는 저렴하다는 데 위안삼으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들렀다. 나흘에 한번꼴로 절반 가량 주유하는 김씨는 하루 사이 1ℓ당 55원이 오르자 이번엔 아예 기름통을 가득 채웠다. 김씨는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는데 너무하네요. 주변 주유소보다 얼마 싸지도 않고, 서민들의 유(油)테크는 승용차를 안타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요"라고 푸념했다. 김씨의 주유영수증을 보면 4월 9일 1ℓ당 1천618원, 5월 13일 1천698원, 23일 1천803원으로 2개월여 사이 1ℓ당 185원이나 올랐다. ◇손님들 항의 빗발..경유차는 한탄 수원시 팔달구에서 기름값이 가장 저렴하다는 B주유소에서도 곳곳에서 손님과 주유원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23일 판매가는 1ℓ당 휘발유 1천789원, 경유 1천829원이었다. 대부분 손님들은 "싸다고 들렀는데 한달 사이 135원이 올랐다. 폭리 아니냐"고 항의했다. 경유차량이 주로 이용하는 수원시 권선구 C주유소에서도 화물차 운전자들이 '기름값이 트럭운전사 골을 빼먹는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특히 1t 포터트럭으로 행상이나 배달일을 하는 운전자들은 너나없이 주유 눈금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C주유소의 경우 '369데이'(3, 6, 9가 들어가는 날에 리터당 80원 할인) '제로 팡팡'(10, 20, 30일에 리터당 100원 할인)'같은 행사날에는 여지없이 손님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선화(29)씨는 "한달 기름값을 30만원으로 예상하고 차를 사려했는 데 이젠 40만원도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차 구입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주유소 "우리도 피해잡니다" A셀프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이 하루 만에 1ℓ당 55원 오른 탓에 23일 출근시간대 매출이 전날에 비해 20%나 급감했다. A셀프주유소 관계자는 "항의하는 단골들에게 국제유가 급등부터 설명할라 치면 화부터 내신다"며 "주유소가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다"고 난감해 했다. C주유소 관계자도 "우리도 기름값 오르는 것을 보면 무섭다. 인근 업소와의 경쟁으로 크게 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다"며 "세금만 줄여도 기름값이 훨씬 낮아질텐데.."라고 정부의 대책을 기다렸다. 주유소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요즘들어 매매와 임대를 문의하는 주유소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정유업체와 연계되지 않은 개인 주유소를 운영하는 분들은 경쟁력이 떨어져 올 하반기에 도태하는 주유소가 줄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50억, 70억짜리 주유소를 갖고 한달에 500만원도 못갖고 가는 분들도 있다"며 "주유소를 소유하면 부자라는 것은 옛말"이라고 주유소업계의 현실을 설명했다. ◇경유가 폭등에 버스업계도 울상 수원에서 시내버스와 좌석버스 260대(경유차량 160대, 가스차량 100대)를 운영하는 용남고속은 경유값 급등으로 가스차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 경유가격이 작년만해도 1천100원 밑이었는데 지금은 1천70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용남고속 관계자는 "한달 유류비가 1년에 120억원 정도 드는데 올해는 5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버스회사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세금을 내렸는데 현재는 보조금만 줄고 경유값만 올라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책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최대 버스운송업체인 경기고속(3천600대 보유)은 매달 55억여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고속 관계자는 "버스요금 인상을 협회에 건의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며 막막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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