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폭격장에 ‘움트는 생명’

입력 2008.05.23 (22:03) 수정 2008.05.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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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반세기 동안 미군의 폭격연습장으로 사용되면서 폐허가 된 매향리 농섬이 생명의 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곳에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는 모습이 처음으로 KBS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송명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0년이나 계속된 폭격 연습으로 만신창이가 된 작은 섬.

포탄의 녹물을 지우지 못한 농섬의 흙은 아직도 붉은 색입니다.

깍이고 패인 섬 곳곳엔 포탄들이 여전히 널려 있고 벌집이 된 기총 사격의 표적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폭격이 멈춘 지 3년 째. 폐허가 된 이 곳에서 생명이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듬성듬성 자란 풀숲 아래서 조용히 알을 품고 있는 새 한 마리.

텃새인 흰뺨검둥오리입니다.

어미가 잠깐 자리를 비운 둥지에선 10여 개의 알이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농섬과 윗섬에서 10개의 둥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흰뺨 검둥오리는 부화할 때까지 20여일 동안 이곳에서 알을 품을 겁니다.

빼앗겼던 갯벌에 어장을 일구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도, 섬을 되찾으려고 20년을 싸워온 이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납니다.

<인터뷰> 전만규(매향리대책위원장) : "세상에... 저 새 알좀 보게. 바다새 알좀 보게. 포탄파편 대신에 새 알이 있으니까 완전히 딴 세상이네 이게..."

<인터뷰> 권헌열(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 "새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이가 다시 생겨났거나 새들의 서식을 위협하던 요인들이 사라졌다고 볼수가 있는거거든요"

상처투성이인 땅에 자연은 사람보다 먼저 깃들어 생명의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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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향리 폭격장에 ‘움트는 생명’
    • 입력 2008-05-23 21:34:30
    • 수정2008-05-24 07: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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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반세기 동안 미군의 폭격연습장으로 사용되면서 폐허가 된 매향리 농섬이 생명의 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곳에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는 모습이 처음으로 KBS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송명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0년이나 계속된 폭격 연습으로 만신창이가 된 작은 섬. 포탄의 녹물을 지우지 못한 농섬의 흙은 아직도 붉은 색입니다. 깍이고 패인 섬 곳곳엔 포탄들이 여전히 널려 있고 벌집이 된 기총 사격의 표적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폭격이 멈춘 지 3년 째. 폐허가 된 이 곳에서 생명이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듬성듬성 자란 풀숲 아래서 조용히 알을 품고 있는 새 한 마리. 텃새인 흰뺨검둥오리입니다. 어미가 잠깐 자리를 비운 둥지에선 10여 개의 알이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농섬과 윗섬에서 10개의 둥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흰뺨 검둥오리는 부화할 때까지 20여일 동안 이곳에서 알을 품을 겁니다. 빼앗겼던 갯벌에 어장을 일구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도, 섬을 되찾으려고 20년을 싸워온 이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납니다. <인터뷰> 전만규(매향리대책위원장) : "세상에... 저 새 알좀 보게. 바다새 알좀 보게. 포탄파편 대신에 새 알이 있으니까 완전히 딴 세상이네 이게..." <인터뷰> 권헌열(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 "새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이가 다시 생겨났거나 새들의 서식을 위협하던 요인들이 사라졌다고 볼수가 있는거거든요" 상처투성이인 땅에 자연은 사람보다 먼저 깃들어 생명의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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