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베트남, 오토바이 헬멧 전쟁

입력 2008.05.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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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 국민의 90% 이상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나라가 있습니다.

오토바이 천국이라 불리는 베트남 얘기인데요,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베트남 정부가 오토바이 이용자들의 헬멧 착용을 전면 의무화하면서 시내의 풍경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세계인 오늘은, 오토바이 헬멧착용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박태서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아침... 요란한 오토바이 시동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오토바이 탄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도로를 빼곡히 매운 채 헬멧쓰고 거리를 질주하는 베트남 오토바이 족들,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에 새로운 명물이 탄생한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3년 전 만해도 오토바이를 탄 사람가운데, 안전 장구인 헬멧 쓴 사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당시에는 헬멧쓰고 오토바이 타는 게 오히려 이상해보였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 대한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동안은 고속도로에서만 헬멧을 써야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도로, 그러니까 국도와 일반 시내도로에서도 헬멧을 반드시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이나. 뒤에 탄 사람이나 오토바이를 탔으면 누구나 헬멧을 반드시 써야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베트남 당국은 그러면서 헬멧착용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무거운 벌금과 함께 강력한 단속을 선언했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았다가 걸리면 베트남돈 20만 동, 도시근로자 평균월급의 5분의 1일에 육박하는 벌금이 부과됩니다.

거리에선 종일 경찰과 오토바이족들간에 쫓고 쫓기는 단속전이 벌어집니다.

<녹취> 단속 경찰 : "헬멧 미착용으로 오토바이면허증을 압수했습니다."

헬멧착용을 하지 않아 단속에 걸린 40대, 봐달라고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녹취> "깜빡 잊고 헬멧 안 쓰고 나왔네요."

헬멧을 썼어도 단속에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경찰 : "이 사람은 헬멧 안쓰고 오다가 멀리서 우리를(경찰) 발견하고는 뒤늦게 썼기 때문에 적발된 것입니다."

베트남정부가 이렇게 헬멧 미착용에 대해 강력한 단속에 나선 것은 폭증하는 교통사고 인명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오토바이 이용자가 국민 절대다수인 마당에 그렇잖아도 오토바이사고가 많은데, 그 가운데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생기는 인명피해는 더욱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호 기야 덩(베트남 교통장관) : "오토바이 헬멧착용이 왜 중요하느냐,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치명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전체 교통사고의 90%가 오토바이와 관련돼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만도 베트남 전국에서 하루 30명, 연간 만 3000명 이상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집계까지 나와있습니다.

<녹취>교통사고 환자 보호자 : "(다친 동생이)눈도 제대로 못뜨고 문병온 가족들을 잘 알아보지도 못할만큼 상태가 좋지않아요."

특히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또 인명피해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만해도 무려 8억 8천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당국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에 오토바이 사고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녹취>카오 덕 랩(하노이 병원 의사) : "(오토바이사고로)머리를 다치면 대부분 더이상 일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계속 생기면 생길수록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헬멧착용 의무화조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베트남 정부는 대대적인 범국민 캠페인도 함께 벌이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친숙한 얼굴을 내세워 헬멧 착용을 연일 홍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미셸 여(양자경.영화배우) : "오토바이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써야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도 헬멧을 쓰도록 잘 가르쳐야 합니다."

8천만 베트남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헬멧 착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제조업체들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해외 업체들도 베트남 오토바이 헬멧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헬멧 착용 전면 의무화조치에 대한 여론반응은 아직까진 우호적입니다.

<인터뷰>니엔 수안 만(하노이 경찰) : "오후나 저녁 시간엔 특히 젊은이들의 헬멧 미착용이 문제입니다."

헬멧 착용의무화조치에 대한 긍정적인 조사결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베트남 국가 교통 안전 위원회는 올해 1분기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사망자 수도 크게 줄어 14%가 감소했고 부상자는 33% 줄어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토바이 헬멧 의무화조치가 교통사고와 인명피해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자 베트남 당국은 잔뜩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과연 얼마나 갈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않은 게 사실입니다.

더운 날씨의 베트남에서 헬멧 착용에 따른 불편이 큰데다 속도를 내기 힘든 시내에서까지 헬멧 착용을 강제하는데 대한 불만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구옌 킴 하이(하노이 시민) : "헬멧을 쓰면 무척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여차하면 헬멧을 도난당하기도 십상입니다."

경찰 단속이 미치지 못하는 헬멧착용 의무화조치의 사각지대 또한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하노이 경찰 : "헬멧 착용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밤이나 시 외곽에서는 헬멧 안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베트남 당국은 지난 2001년과 2004년 두 차례나 헬멧 착용 강제조치를 단행했지만 시행초기에만 반짝했을 뿐 얼마 가지않아 흐지부지됐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번 헬멧 단속 의무화 조치 역시 안정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거란 회의론을 베트남 당국이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구호활동이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활발하게 이뤄지는 동안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자들은 외로운 사투를 벌여왔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현지 방문을 계기로 해외 구호인력이 미얀마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점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풍전등화나 다름없던 미얀마 이재민들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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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 베트남, 오토바이 헬멧 전쟁
    • 입력 2008-05-25 08:42:0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전 국민의 90% 이상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나라가 있습니다. 오토바이 천국이라 불리는 베트남 얘기인데요,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베트남 정부가 오토바이 이용자들의 헬멧 착용을 전면 의무화하면서 시내의 풍경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세계인 오늘은, 오토바이 헬멧착용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박태서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아침... 요란한 오토바이 시동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오토바이 탄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헬멧을 쓰고 있습니다. 도로를 빼곡히 매운 채 헬멧쓰고 거리를 질주하는 베트남 오토바이 족들,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에 새로운 명물이 탄생한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3년 전 만해도 오토바이를 탄 사람가운데, 안전 장구인 헬멧 쓴 사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당시에는 헬멧쓰고 오토바이 타는 게 오히려 이상해보였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 대한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동안은 고속도로에서만 헬멧을 써야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도로, 그러니까 국도와 일반 시내도로에서도 헬멧을 반드시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이나. 뒤에 탄 사람이나 오토바이를 탔으면 누구나 헬멧을 반드시 써야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베트남 당국은 그러면서 헬멧착용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무거운 벌금과 함께 강력한 단속을 선언했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았다가 걸리면 베트남돈 20만 동, 도시근로자 평균월급의 5분의 1일에 육박하는 벌금이 부과됩니다. 거리에선 종일 경찰과 오토바이족들간에 쫓고 쫓기는 단속전이 벌어집니다. <녹취> 단속 경찰 : "헬멧 미착용으로 오토바이면허증을 압수했습니다." 헬멧착용을 하지 않아 단속에 걸린 40대, 봐달라고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녹취> "깜빡 잊고 헬멧 안 쓰고 나왔네요." 헬멧을 썼어도 단속에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경찰 : "이 사람은 헬멧 안쓰고 오다가 멀리서 우리를(경찰) 발견하고는 뒤늦게 썼기 때문에 적발된 것입니다." 베트남정부가 이렇게 헬멧 미착용에 대해 강력한 단속에 나선 것은 폭증하는 교통사고 인명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오토바이 이용자가 국민 절대다수인 마당에 그렇잖아도 오토바이사고가 많은데, 그 가운데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생기는 인명피해는 더욱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호 기야 덩(베트남 교통장관) : "오토바이 헬멧착용이 왜 중요하느냐,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치명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전체 교통사고의 90%가 오토바이와 관련돼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만도 베트남 전국에서 하루 30명, 연간 만 3000명 이상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집계까지 나와있습니다. <녹취>교통사고 환자 보호자 : "(다친 동생이)눈도 제대로 못뜨고 문병온 가족들을 잘 알아보지도 못할만큼 상태가 좋지않아요." 특히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또 인명피해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만해도 무려 8억 8천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당국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에 오토바이 사고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녹취>카오 덕 랩(하노이 병원 의사) : "(오토바이사고로)머리를 다치면 대부분 더이상 일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계속 생기면 생길수록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헬멧착용 의무화조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베트남 정부는 대대적인 범국민 캠페인도 함께 벌이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친숙한 얼굴을 내세워 헬멧 착용을 연일 홍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미셸 여(양자경.영화배우) : "오토바이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써야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도 헬멧을 쓰도록 잘 가르쳐야 합니다." 8천만 베트남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헬멧 착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제조업체들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해외 업체들도 베트남 오토바이 헬멧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헬멧 착용 전면 의무화조치에 대한 여론반응은 아직까진 우호적입니다. <인터뷰>니엔 수안 만(하노이 경찰) : "오후나 저녁 시간엔 특히 젊은이들의 헬멧 미착용이 문제입니다." 헬멧 착용의무화조치에 대한 긍정적인 조사결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베트남 국가 교통 안전 위원회는 올해 1분기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사망자 수도 크게 줄어 14%가 감소했고 부상자는 33% 줄어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토바이 헬멧 의무화조치가 교통사고와 인명피해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자 베트남 당국은 잔뜩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과연 얼마나 갈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않은 게 사실입니다. 더운 날씨의 베트남에서 헬멧 착용에 따른 불편이 큰데다 속도를 내기 힘든 시내에서까지 헬멧 착용을 강제하는데 대한 불만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구옌 킴 하이(하노이 시민) : "헬멧을 쓰면 무척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여차하면 헬멧을 도난당하기도 십상입니다." 경찰 단속이 미치지 못하는 헬멧착용 의무화조치의 사각지대 또한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하노이 경찰 : "헬멧 착용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밤이나 시 외곽에서는 헬멧 안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베트남 당국은 지난 2001년과 2004년 두 차례나 헬멧 착용 강제조치를 단행했지만 시행초기에만 반짝했을 뿐 얼마 가지않아 흐지부지됐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번 헬멧 단속 의무화 조치 역시 안정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거란 회의론을 베트남 당국이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구호활동이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활발하게 이뤄지는 동안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자들은 외로운 사투를 벌여왔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현지 방문을 계기로 해외 구호인력이 미얀마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점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풍전등화나 다름없던 미얀마 이재민들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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