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노인 요양시설도 ‘님비 극성’…해도 너무한 반대

입력 2008.06.11 (22:07) 수정 2008.06.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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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을 지원하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이제 20일 후면 시작되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 비상입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시설 건립을 결사반대하는 주민의 님비현상 때문이었습니다.

현장추적 김현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입구에 서슬퍼런 현수막이 몇달째 내걸려 있습니다.

이곳에는 4층짜리 노인요양시설이 지어질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벌써 2년째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시흥동 주민 : "여기가 옛날 시장 땅이야. 실버타운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는 거지. 딴 이유가 뭐가 있겠어."

요양시설 건립이 지연되면서 건축부지는 이처럼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차츰 도심의 흉물이 되어가고 있지만 구청측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 곳곳에는 균열이 일어나고 있고 주변에는 악취가 진동합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몇차례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고 구청에는 3백명이 탄원서를 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 "코 앞에 내다보이는 곳이쟎아요. 나도 늙으면 요양시설 들어가겠지만 솔직히 보기 싫쟎아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이곳 역시 파출소와 어린이집 자리에 요양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벽에 부딪혔습니다.

<녹취> 자양동 주민 : "애들 교육상 문제가 있는것 아니요. 집값도 떨어지겠지. 선생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쇼."

대놓고 다른 동네에 지으라고까지 합니다.

<녹취> 자양동 주민 : "옆에 광장동 땅도 넓은데 왜 거기에 안 짓고 여기에 짓겠다는 거에요? 광장동에는 아차산 공원 지어주고 여기에는 치매공원 짓겠다는 거에요?"

아예 서울을 피해 요양시설을 지은 구청도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의 한 요양시설, 이곳은 엉뚱하게도 서울 강남구의 요양시설입니다.

왜 강남구 내에는 짓지 못했던 걸까?

<녹취> 강남구청 관계자 : "윗 분들이 의지가 없어서 못지었던건 아니라고 봐요. 땅은 있어요."

님비현상으로 요양시설 건립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곳은 서울 금천구와 광진구,울산 동구와 북구, 경남 마산시와 함안군 등 10여곳에 이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과 20일 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지만 요양시설이 받아야 할 노인은 6만 2천명,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만 3천, 9천명이나 부족합니다.

특히 서울은 수용률이 53%에 불과해 대상 노인의 절반은 다른 지역에서 요양기관을 찾아야하는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인터뷰> 조희연(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모든걸 6,70년대 개발주의적 가치, 돈되는 것에만 최우선을 주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아상을 보여주는 아주 부끄러운 님비현상이라고 봅니다."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하지만 내 집 앞만은 절대 안된다는 님비현상에 묻혀 본래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현장추적 김현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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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노인 요양시설도 ‘님비 극성’…해도 너무한 반대
    • 입력 2008-06-11 21:28:19
    • 수정2008-06-12 08: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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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을 지원하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이제 20일 후면 시작되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 비상입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시설 건립을 결사반대하는 주민의 님비현상 때문이었습니다. 현장추적 김현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입구에 서슬퍼런 현수막이 몇달째 내걸려 있습니다. 이곳에는 4층짜리 노인요양시설이 지어질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벌써 2년째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시흥동 주민 : "여기가 옛날 시장 땅이야. 실버타운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는 거지. 딴 이유가 뭐가 있겠어." 요양시설 건립이 지연되면서 건축부지는 이처럼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차츰 도심의 흉물이 되어가고 있지만 구청측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 곳곳에는 균열이 일어나고 있고 주변에는 악취가 진동합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몇차례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고 구청에는 3백명이 탄원서를 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 "코 앞에 내다보이는 곳이쟎아요. 나도 늙으면 요양시설 들어가겠지만 솔직히 보기 싫쟎아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이곳 역시 파출소와 어린이집 자리에 요양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벽에 부딪혔습니다. <녹취> 자양동 주민 : "애들 교육상 문제가 있는것 아니요. 집값도 떨어지겠지. 선생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쇼." 대놓고 다른 동네에 지으라고까지 합니다. <녹취> 자양동 주민 : "옆에 광장동 땅도 넓은데 왜 거기에 안 짓고 여기에 짓겠다는 거에요? 광장동에는 아차산 공원 지어주고 여기에는 치매공원 짓겠다는 거에요?" 아예 서울을 피해 요양시설을 지은 구청도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의 한 요양시설, 이곳은 엉뚱하게도 서울 강남구의 요양시설입니다. 왜 강남구 내에는 짓지 못했던 걸까? <녹취> 강남구청 관계자 : "윗 분들이 의지가 없어서 못지었던건 아니라고 봐요. 땅은 있어요." 님비현상으로 요양시설 건립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곳은 서울 금천구와 광진구,울산 동구와 북구, 경남 마산시와 함안군 등 10여곳에 이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과 20일 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지만 요양시설이 받아야 할 노인은 6만 2천명,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만 3천, 9천명이나 부족합니다. 특히 서울은 수용률이 53%에 불과해 대상 노인의 절반은 다른 지역에서 요양기관을 찾아야하는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인터뷰> 조희연(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모든걸 6,70년대 개발주의적 가치, 돈되는 것에만 최우선을 주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아상을 보여주는 아주 부끄러운 님비현상이라고 봅니다."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하지만 내 집 앞만은 절대 안된다는 님비현상에 묻혀 본래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현장추적 김현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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