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전술 다변화 ‘공염불 졸전’

입력 2008.06.22 (22:25) 수정 2008.06.2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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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 포스트 플레이. 좀처럼 공격수를 향하지 못하는 측면 크로스. 공격의 핵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백에 대비해 허정무호가 준비한 '전술 다변화 실험은 눈에 띄는 효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축구대표팀은 22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에서 북한을 맞아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는 모험을 했다.
박지성을 비롯해 조원희(수원), 설기현(풀럼) 등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백업 멤버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허 감독의 실험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득점없는 무승부로 마감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포스트 플레이의 '실종'
허 감독 전술의 핵심은 신장 187㎝의 장신 스트라이커 고기구(전남)를 스리톱 공격의 꼭짓점으로 놓고 측면과 후방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활용하기 위한 포스트 플레이였다.
그러나 '5-4-1 전술'의 밀집수비로 나선 북한의 수비벽은 한국의 정확한 측면 크로스를 허용하지 않았고, 고기구가 오히려 수비진에 고립되면서 허 감독의 포스트 플레이 전술은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고기구를 투입했지만 그에 맞는 활용을 제대로 못했다"며 "크로스가 올라와도 고기구의 머리에 맞고 떨어지는 볼의 낙하 위치를 2선 공격수들이 예측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강신우 MBC 해설위원 역시 "포스트 플레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적인 공격법"이라며 "하지만 고기구를 향하는 크로스가 골키퍼와 더 경쟁하게 만들어 줬어야 했다. 정확성이 떨어져 효과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후반 들어 안정환(부산) 대신 박주영(서울)을 투입하고, 발에 쥐가 난 오장은(울산)을 빼고 이근호(대구)를 넣으면서 공격 전술을 바꾸는 듯 했지만 90분 동안 고기구에게 포스트 플레이를 맡기는 뚝심 있는 전략을 고수했다.
하지만 고기구는 '머리 활용'에만 집착했고, 전방에서 고립되면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말았다.
◇안정감 찾은 수비 '그나마 다행'
허정무 감독은 3차 예선을 치르면서 포백(4-back) 구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꺼낸 카드는 김치우-강민수(이상 전남)-이정수(수원)-최효진(포항) 라인이었다.
수비진에게 떨어진 '1차 과제'는 북한의 정대세(가와사키)와 홍영조(FK베자니아)를 봉쇄하는 것. 이에 따라 최효진이 홍영조를, 이정수가 정대세를 각각 전담 수비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정대세와 홍영조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수비라인은 어느 정도 합격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더불어 최효진과 김치우는 쉴새 없이 오버래핑으로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측면 공략에 가담하면서 팀에 활력소 역할도 충실히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경우는 '옥에 티'였다.
한국은 후반 22분 북한의 미드필더 안영학(수원)의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리광천(4.25체육단)에게 헤딩슛을 허용하며 실점 위기를 맞았다.
허정무 감독이 3차 예선을 치르면서 반복적으로 훈련해왔던 세트 피스 방어 훈련에 또 한번 구멍이 생긴 것이다.
또 전반 15분에는 수비 숫자에서 앞선 상황에서 불필요한 반칙으로 문전에서 프리킥을 내주는 등 최종예선을 앞두고 수비라인의 조직력과 안정성을 찾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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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무호, 전술 다변화 ‘공염불 졸전’
    • 입력 2008-06-22 22:25:01
    • 수정2008-06-22 22:25:21
    연합뉴스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 포스트 플레이. 좀처럼 공격수를 향하지 못하는 측면 크로스. 공격의 핵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백에 대비해 허정무호가 준비한 '전술 다변화 실험은 눈에 띄는 효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축구대표팀은 22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에서 북한을 맞아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는 모험을 했다. 박지성을 비롯해 조원희(수원), 설기현(풀럼) 등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백업 멤버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허 감독의 실험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득점없는 무승부로 마감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포스트 플레이의 '실종' 허 감독 전술의 핵심은 신장 187㎝의 장신 스트라이커 고기구(전남)를 스리톱 공격의 꼭짓점으로 놓고 측면과 후방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활용하기 위한 포스트 플레이였다. 그러나 '5-4-1 전술'의 밀집수비로 나선 북한의 수비벽은 한국의 정확한 측면 크로스를 허용하지 않았고, 고기구가 오히려 수비진에 고립되면서 허 감독의 포스트 플레이 전술은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고기구를 투입했지만 그에 맞는 활용을 제대로 못했다"며 "크로스가 올라와도 고기구의 머리에 맞고 떨어지는 볼의 낙하 위치를 2선 공격수들이 예측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강신우 MBC 해설위원 역시 "포스트 플레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적인 공격법"이라며 "하지만 고기구를 향하는 크로스가 골키퍼와 더 경쟁하게 만들어 줬어야 했다. 정확성이 떨어져 효과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후반 들어 안정환(부산) 대신 박주영(서울)을 투입하고, 발에 쥐가 난 오장은(울산)을 빼고 이근호(대구)를 넣으면서 공격 전술을 바꾸는 듯 했지만 90분 동안 고기구에게 포스트 플레이를 맡기는 뚝심 있는 전략을 고수했다. 하지만 고기구는 '머리 활용'에만 집착했고, 전방에서 고립되면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말았다. ◇안정감 찾은 수비 '그나마 다행' 허정무 감독은 3차 예선을 치르면서 포백(4-back) 구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꺼낸 카드는 김치우-강민수(이상 전남)-이정수(수원)-최효진(포항) 라인이었다. 수비진에게 떨어진 '1차 과제'는 북한의 정대세(가와사키)와 홍영조(FK베자니아)를 봉쇄하는 것. 이에 따라 최효진이 홍영조를, 이정수가 정대세를 각각 전담 수비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정대세와 홍영조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하게 하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수비라인은 어느 정도 합격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더불어 최효진과 김치우는 쉴새 없이 오버래핑으로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측면 공략에 가담하면서 팀에 활력소 역할도 충실히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경우는 '옥에 티'였다. 한국은 후반 22분 북한의 미드필더 안영학(수원)의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리광천(4.25체육단)에게 헤딩슛을 허용하며 실점 위기를 맞았다. 허정무 감독이 3차 예선을 치르면서 반복적으로 훈련해왔던 세트 피스 방어 훈련에 또 한번 구멍이 생긴 것이다. 또 전반 15분에는 수비 숫자에서 앞선 상황에서 불필요한 반칙으로 문전에서 프리킥을 내주는 등 최종예선을 앞두고 수비라인의 조직력과 안정성을 찾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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