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싸움’에 흔들리는 한국 탁구

입력 2008.06.24 (17: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메달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탁구협회 전복 음모다(협회 집행부). 탁구인의 믿음을 잃은 천영석 회장에게 더 협회를 맡길 수 없다(반대파 대의원)'
대한탁구협회 집행부 장악을 둘러싼 친(親)회장파와 천영석 회장 퇴진을 주장하는 반대파의 헤게모니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네 차례 대의원 총회에서 격돌해 온 회장파와 반대파 간 대립은 마침내 정면에서 마주 달리는 전차처럼 충돌하기 일보 직전이다.
반대파들이 26일 탁구협회 `사고단체' 지정과 천영석 회장 탄핵을 목적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양측은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왔다.
유광건 대구시협회 부회장을 주축으로 하는 반대파 대의원들은 천 회장 해임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20명)의 3분 2인 14명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회장파는 일부 시.도협회 대의원들이 반대파 대오에서 이탈하고 있다며 히든카드인 중앙 대의원(5명)을 쓰지 않더라도 표 대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여의치 않으면 중앙 대의원들을 동원할 기세여서 반대파 대의원과 충돌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진흙탕 파벌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밥그릇 싸움은 1997년 회장 옹립을 둘러싼 쟁탈전 끝에 삼성계열 박홍기 전 회장이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광남, 윤영호 전 회장을 거쳐 2004년 탁구인 출신 천영석 회장이 취임했지만 그동안 난잡한 이합집산에도 집행부를 차지하려는 다툼은 계속돼 왔다.
천영석 회장 체제 출범 당시 소외됐던 그룹과 천 회장의 독선적인 협회 운영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연합한 성격의 반대파는 회장 퇴진만이 해결책이라며 벼랑 끝 승부를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도전에 직면한 회장파들도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며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베이징올림픽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메달 사냥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대표 선수들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표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국가대표라도 유승민(삼성생명), 윤재영(상무.이상 남자)과 김경아, 당예서(이상 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이상 여자)은 반대파 라인이고 대표팀 `맏형' 오상은만 회장파 계열 KT&G 소속이다. `회장이 바뀌면 코치진도 교체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선수들 간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이유다.
회장이 탄핵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천영석 회장이 임명한 남녀 대표팀 사령탑 서상길(KT&G), 윤길중(현대시멘트) 감독은 교체가 불가피하다. 반대파들의 쿠데타가 성공하면 지난해 연말까지 5년 가까이 남녀 대표팀을 이끌었던 왕년의 스타 유남규, 현정화 등의 무혈 입성이 점쳐진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운 건 당연지사다.
대표팀은 2연패를 노리는 간판 유승민, 어깨 수술에서 회복된 오상은이 버티는 남자팀과 전력이 급상승중인 당예서, 환상의 `콤비' 김경아, 박미영을 앞세운 여자팀 모두 메달권에 근접해 있다.
중국이 최근 오픈대회 우승을 싹쓸이하는 등 아성을 구축했지만 틈새를 뚫고 저력을 보여줄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역대 최강 드림팀 전력을 살리기 어렵다.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천영석 회장이 퇴진하는 용단을 내리거나 반대파 대의원들이 빼든 칼을 다시 꼽지 않으면 양측의 정면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의원 총회가 어떻게 막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정치 싸움’에 흔들리는 한국 탁구
    • 입력 2008-06-24 17:12:55
    연합뉴스
`2008 베이징올림픽 메달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탁구협회 전복 음모다(협회 집행부). 탁구인의 믿음을 잃은 천영석 회장에게 더 협회를 맡길 수 없다(반대파 대의원)' 대한탁구협회 집행부 장악을 둘러싼 친(親)회장파와 천영석 회장 퇴진을 주장하는 반대파의 헤게모니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네 차례 대의원 총회에서 격돌해 온 회장파와 반대파 간 대립은 마침내 정면에서 마주 달리는 전차처럼 충돌하기 일보 직전이다. 반대파들이 26일 탁구협회 `사고단체' 지정과 천영석 회장 탄핵을 목적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양측은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왔다. 유광건 대구시협회 부회장을 주축으로 하는 반대파 대의원들은 천 회장 해임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20명)의 3분 2인 14명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회장파는 일부 시.도협회 대의원들이 반대파 대오에서 이탈하고 있다며 히든카드인 중앙 대의원(5명)을 쓰지 않더라도 표 대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여의치 않으면 중앙 대의원들을 동원할 기세여서 반대파 대의원과 충돌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진흙탕 파벌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밥그릇 싸움은 1997년 회장 옹립을 둘러싼 쟁탈전 끝에 삼성계열 박홍기 전 회장이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광남, 윤영호 전 회장을 거쳐 2004년 탁구인 출신 천영석 회장이 취임했지만 그동안 난잡한 이합집산에도 집행부를 차지하려는 다툼은 계속돼 왔다. 천영석 회장 체제 출범 당시 소외됐던 그룹과 천 회장의 독선적인 협회 운영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연합한 성격의 반대파는 회장 퇴진만이 해결책이라며 벼랑 끝 승부를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도전에 직면한 회장파들도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며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베이징올림픽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메달 사냥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대표 선수들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표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국가대표라도 유승민(삼성생명), 윤재영(상무.이상 남자)과 김경아, 당예서(이상 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이상 여자)은 반대파 라인이고 대표팀 `맏형' 오상은만 회장파 계열 KT&G 소속이다. `회장이 바뀌면 코치진도 교체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선수들 간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이유다. 회장이 탄핵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천영석 회장이 임명한 남녀 대표팀 사령탑 서상길(KT&G), 윤길중(현대시멘트) 감독은 교체가 불가피하다. 반대파들의 쿠데타가 성공하면 지난해 연말까지 5년 가까이 남녀 대표팀을 이끌었던 왕년의 스타 유남규, 현정화 등의 무혈 입성이 점쳐진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운 건 당연지사다. 대표팀은 2연패를 노리는 간판 유승민, 어깨 수술에서 회복된 오상은이 버티는 남자팀과 전력이 급상승중인 당예서, 환상의 `콤비' 김경아, 박미영을 앞세운 여자팀 모두 메달권에 근접해 있다. 중국이 최근 오픈대회 우승을 싹쓸이하는 등 아성을 구축했지만 틈새를 뚫고 저력을 보여줄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역대 최강 드림팀 전력을 살리기 어렵다.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천영석 회장이 퇴진하는 용단을 내리거나 반대파 대의원들이 빼든 칼을 다시 꼽지 않으면 양측의 정면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의원 총회가 어떻게 막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