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독일 꺾고 44년만 유럽 정상

입력 2008.06.30 (06:13) 수정 2008.06.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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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 스페인이 ‘전차군단’ 독일을 꺾고 44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페인은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결승에서 전반 33분 간판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의 득점으로 독일을 1-0으로 눌렀다.
이로써 스페인은 자국에서 개최된 1964년 대회 이후 44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이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도 1964년 유럽선수권 이후 처음이다.
반면 대회 최다 챔피언(1972, 1980, 1996년) 독일은 통산 네 번째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아 스페인이 우승컵인 앙리들로네컵에 입 맞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스페인은 대회 우승 상금 750만 유로(약 124억 원)도 가져갔다.
대회 최다인 4골을 기록 중이던 다비드 비야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빠진 스페인은 토레스를 최전방 원톱에 내세운 4-1-4-1 포메이션으로 독일에 맞섰다.
다비드 실바-세스크 파브레가스-사비 에르난데스-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2선에서 토레스를 지원했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마르코스 세나가 배치됐다.
포백 수비라인은 호안 카프데빌라-카를레스 푸욜-카를로스 마르체나-세르히오 라모스로 구성했고, 골문은 주장 완장을 찬 이케르 카시야스가 지켰다.
독일은 장딴지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팀의 주장이자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를 선발로 내세우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최전방에 미로슬라프 클로제, 좌우 측면에 루카스 포돌스키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배치한 4-2-3-1 포메이션으로 스페인 사냥에 나섰다.
전반 4분 스페인은 라모스의 횡패스를 독일 클로제가 가로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치고 들어갔으나 볼 터치가 안 좋아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9분 미드필더 토마스 히츨슈페르거의 첫 유효 슈팅이 터지는 등 경기 초반은 독일이 주도권을 잡는 듯 했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 역시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듯 좌우 측면 미드필더 실바와 이니에스타의 위치를 바꿔 변화를 줬고, 이후 스페인의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14분 이니에스타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가운데로 찔러준 볼이 상대 수비수 크리스토프 메첼더의 발에 맞고 굴절돼 자책골이 될 뻔했다. 하지만 독일은 골키퍼 옌스 레만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스페인은 전반 23분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라모스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토레스가 골 지역 왼쪽에서 헤딩으로 돌려 놓았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전반 25분 반격에 나선 독일의 발라크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날린 오른발슛은 수비수 몸에 맞고 나왔다.
마침내 전반 33분 스페인의 우승 한 풀이를 알리는 역사적 장면이 찾아왔다.
사비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독일의 일자 수비를 무너뜨리는 송곳 같은 패스를 찔러줬다.
그 순간 토레스가 독일 수비수 필리프 람과 몸싸움을 벌이며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든 뒤 달려 나온 골키퍼 레만을 보고 오른발로 살짝 차 올렸다. 토레스의 발 끝을 떠난 공은 반대편 골대 쪽으로 굴러 들어가 골망을 흔들었다.
리드를 잡은 스페인은 후반 들어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8분 사비의 오른발 중거리슛과 1분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실바가 날린 왼발슛은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다.
독일도 후반 15분 발라크가 아크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슛이 골대를 살짝 빗겨가는 등 스페인의 굳게 닫힌 골문을 쉽게 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2분 라모스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골키퍼 레만의 선방에 걸리고, 23분 이니에스타의 오른발슛이 골문 앞에 서 있던 토르스텐 프링스의 다리에 맞고 나오는 등 스페인이 득점 기회를 더 많이 만들었다.
독일은 후반 13분 케빈 쿠라니, 34분 마리오 고메스 등 공격수들을 교체 투입하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스페인의 수비벽을 무너뜨릴 만큼 위력적인 공격은 보여주지 못했다.
세 골로 대회 득점왕을 다퉜던 포돌스키를 비롯해 두 골씩을 기록 중이었던 발라크, 클로제, 슈바인슈타이거 모두 끝내 침묵했다.
발라크는 전반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응급 치료를 하고 풀타임을 뛰며 고군분투했지만 팀 패배까지 막지는 못했다.
결국 대회 득점왕은 이날 결장한 스페인 비야의 몫으로 돌아갔다.

◇역대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개최지 및 우승ㆍ준우승팀

1960년 우승 : 소련, 준우승 : 유고
1964년 우승 : 스페인, 준우승 : 소련
1968년 우승 : 이탈리아, 준우승 : 유고
1972년 우승 : 서독, 준우승 : 소련
1976년 우승 : 체코, 준우승 : 서독
1980년 우승 : 서독, 준우승 : 벨기에
1984년 우승 : 프랑스, 준우승 : 스페인
1988년 우승 : 네덜란드, 준우승 : 소련
1992년 우승 : 덴마크, 준우승 : 독일
1996년 우승 : 독일, 준우승 : 체코
2000년 우승 : 프랑스, 준우승 : 이탈리아
2004년 우승 : 그리스, 준우승 : 포르투갈
2008년 우승 : 스페인, 준우승 :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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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독일 꺾고 44년만 유럽 정상
    • 입력 2008-06-30 06:00:25
    • 수정2008-06-30 09:52:13
    연합뉴스
‘무적함대’ 스페인이 ‘전차군단’ 독일을 꺾고 44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페인은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결승에서 전반 33분 간판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의 득점으로 독일을 1-0으로 눌렀다. 이로써 스페인은 자국에서 개최된 1964년 대회 이후 44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이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도 1964년 유럽선수권 이후 처음이다. 반면 대회 최다 챔피언(1972, 1980, 1996년) 독일은 통산 네 번째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아 스페인이 우승컵인 앙리들로네컵에 입 맞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스페인은 대회 우승 상금 750만 유로(약 124억 원)도 가져갔다. 대회 최다인 4골을 기록 중이던 다비드 비야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빠진 스페인은 토레스를 최전방 원톱에 내세운 4-1-4-1 포메이션으로 독일에 맞섰다. 다비드 실바-세스크 파브레가스-사비 에르난데스-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2선에서 토레스를 지원했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마르코스 세나가 배치됐다. 포백 수비라인은 호안 카프데빌라-카를레스 푸욜-카를로스 마르체나-세르히오 라모스로 구성했고, 골문은 주장 완장을 찬 이케르 카시야스가 지켰다. 독일은 장딴지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팀의 주장이자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를 선발로 내세우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최전방에 미로슬라프 클로제, 좌우 측면에 루카스 포돌스키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배치한 4-2-3-1 포메이션으로 스페인 사냥에 나섰다. 전반 4분 스페인은 라모스의 횡패스를 독일 클로제가 가로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치고 들어갔으나 볼 터치가 안 좋아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9분 미드필더 토마스 히츨슈페르거의 첫 유효 슈팅이 터지는 등 경기 초반은 독일이 주도권을 잡는 듯 했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 역시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듯 좌우 측면 미드필더 실바와 이니에스타의 위치를 바꿔 변화를 줬고, 이후 스페인의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14분 이니에스타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가운데로 찔러준 볼이 상대 수비수 크리스토프 메첼더의 발에 맞고 굴절돼 자책골이 될 뻔했다. 하지만 독일은 골키퍼 옌스 레만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스페인은 전반 23분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라모스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토레스가 골 지역 왼쪽에서 헤딩으로 돌려 놓았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전반 25분 반격에 나선 독일의 발라크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날린 오른발슛은 수비수 몸에 맞고 나왔다. 마침내 전반 33분 스페인의 우승 한 풀이를 알리는 역사적 장면이 찾아왔다. 사비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독일의 일자 수비를 무너뜨리는 송곳 같은 패스를 찔러줬다. 그 순간 토레스가 독일 수비수 필리프 람과 몸싸움을 벌이며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든 뒤 달려 나온 골키퍼 레만을 보고 오른발로 살짝 차 올렸다. 토레스의 발 끝을 떠난 공은 반대편 골대 쪽으로 굴러 들어가 골망을 흔들었다. 리드를 잡은 스페인은 후반 들어서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8분 사비의 오른발 중거리슛과 1분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실바가 날린 왼발슛은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다. 독일도 후반 15분 발라크가 아크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슛이 골대를 살짝 빗겨가는 등 스페인의 굳게 닫힌 골문을 쉽게 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2분 라모스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골키퍼 레만의 선방에 걸리고, 23분 이니에스타의 오른발슛이 골문 앞에 서 있던 토르스텐 프링스의 다리에 맞고 나오는 등 스페인이 득점 기회를 더 많이 만들었다. 독일은 후반 13분 케빈 쿠라니, 34분 마리오 고메스 등 공격수들을 교체 투입하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스페인의 수비벽을 무너뜨릴 만큼 위력적인 공격은 보여주지 못했다. 세 골로 대회 득점왕을 다퉜던 포돌스키를 비롯해 두 골씩을 기록 중이었던 발라크, 클로제, 슈바인슈타이거 모두 끝내 침묵했다. 발라크는 전반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눈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응급 치료를 하고 풀타임을 뛰며 고군분투했지만 팀 패배까지 막지는 못했다. 결국 대회 득점왕은 이날 결장한 스페인 비야의 몫으로 돌아갔다. ◇역대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개최지 및 우승ㆍ준우승팀 1960년 우승 : 소련, 준우승 : 유고 1964년 우승 : 스페인, 준우승 : 소련 1968년 우승 : 이탈리아, 준우승 : 유고 1972년 우승 : 서독, 준우승 : 소련 1976년 우승 : 체코, 준우승 : 서독 1980년 우승 : 서독, 준우승 : 벨기에 1984년 우승 : 프랑스, 준우승 : 스페인 1988년 우승 : 네덜란드, 준우승 : 소련 1992년 우승 : 덴마크, 준우승 : 독일 1996년 우승 : 독일, 준우승 : 체코 2000년 우승 : 프랑스, 준우승 : 이탈리아 2004년 우승 : 그리스, 준우승 : 포르투갈 2008년 우승 : 스페인, 준우승 :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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