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박인비 “세리 언니 고마워요”

입력 2008.06.30 (09:29) 수정 2008.06.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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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골프대회를 제패한 박인비(20)는 1998년 박세리(31)가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소녀라고 부르기도 어린 10살 꼬마에 불과했다.
박인비는 "골프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US오픈 정상에 올라 너무 기쁘다.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큰 대회를 우승해 놀랍고 두렵기까지 하다"면서 "침착하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고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박세리에게 고마워하며 "박세리가 골프에서 이룬 업적들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정말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소감은.
▲정말 큰 영광이다. 너무 특별한 날이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특히 안니카 소렌스탐의 마지막 대회였는데 이 우승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
--우승을 확신한 때는 언제인가.
▲순위나 스코어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나도 사람이다. 15번 홀부터 3타 차로 앞서있다고 의식했지만 흥분하지 말고 침착해지자고 다짐했다.
--올해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렸는데.
▲몇 번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했지만 좋은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운이 따랐고 그동안 실수로 경험이 쌓인 것 같다. 앞으로 좋은 결과를 또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선두에 2타 뒤진 채 출발했다가 초반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2번 홀까지 버디를 잡은 것이 중요했다. 특히 1번 홀 러프에서 날린 칩샷이 들어간 것이 컸다. 버디 2개가 나오면서 이후로는 '파만 지켜가자'는 자세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박세리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나.
▲박세리 선배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골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를 때인 10년 전 박세리 선배의 우승 장면을 TV로 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잘 모르면서 왜 중계를 봤나.
▲부모님이 새벽 3시부터 TV 중계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쯤 자면서 같이 TV를 봤는데 박세리 선배가 마지막 퍼트를 집어넣자 소리까지 질러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국에는 19세 안팎의 좋은 선수들이 많은 이유는.
▲박세리 선배가 우리 또래 선수들에게 참 많은 영향을 줬다. 우리는 대부분 1988년에 태어났는데 아마 거의 박세리 선배 때문에 골프를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신력이 좋은 이유는 아마 젊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남자 선수들은 박세리에 영감을 별로 받지 않았나.
▲물론 남자 유망주들도 많이 있다. 아직 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몇 년 내로 많은 한국 남자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를 소개해달라.
▲아버지가 처음에는 여성용 클럽을 줬는데 두 달 만에 클럽이 부러지는 바람에 이번엔 남성용 클럽을 주셨다.
골프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대회에 나갔다가 128타를 친 기억도 있다. 그러나 1년 정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주니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 때는 학교에 다니면서 골프를 병행했기 때문에 하루에 2시간 정도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다.
--미국에 지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언어가 여전히 어렵고 음식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비교하면 나라가 크기 때문에 여행을 다닐 때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더 많다.
--이 대회에서 특별히 잘 된 부분은.
▲4∼ 6m 정도 거리 퍼트를 몇 차례 성공시켰다. 시즌 초반에는 퍼트 때문에 고생했는데 3월에 퍼터를 바꾼 것이 도움이 됐다.
--최근에 훈련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프로가 되기 전에는 훈련량이 많았다. 그러나 프로 전향 이후에는 여기저기 다녀야 하다 보니 휴식 시간이 늘어났다. 하루에 평균 4시간 정도 훈련을 하고 있는데 한국 선수 치고는 게으른 편이다.
--후반 9홀에서 사람들이 '저 선수가 누구지' 하는 소리를 들었나.
▲아마 내가 낯선 선수라 그랬을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성적이 좋으면 갤러리들이 자연히 따라오지 않겠는가.
--아버지가 오지 않아서 서운했을 텐데.
▲약간 그렇다. 하지만 아버지와 가족들은 한국에서 새벽 3시부터 TV 중계를 봤을 것이다. 사실 아버지가 어제 여기로 오려고 하기에 내가 "괜찮다. TV로 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렸다.
--박세리처럼 지금의 한국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 같은데.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다. 향후 이런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승 축하 파티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 어머니와 친구들이 함께 있는데 우선 저녁을 먹으러 갈 것 같다. 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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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저 퀸’ 박인비 “세리 언니 고마워요”
    • 입력 2008-06-30 09:29:51
    • 수정2008-06-30 09:47:03
    연합뉴스
30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골프대회를 제패한 박인비(20)는 1998년 박세리(31)가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소녀라고 부르기도 어린 10살 꼬마에 불과했다. 박인비는 "골프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US오픈 정상에 올라 너무 기쁘다.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큰 대회를 우승해 놀랍고 두렵기까지 하다"면서 "침착하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고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박세리에게 고마워하며 "박세리가 골프에서 이룬 업적들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정말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소감은. ▲정말 큰 영광이다. 너무 특별한 날이고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특히 안니카 소렌스탐의 마지막 대회였는데 이 우승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 --우승을 확신한 때는 언제인가. ▲순위나 스코어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나도 사람이다. 15번 홀부터 3타 차로 앞서있다고 의식했지만 흥분하지 말고 침착해지자고 다짐했다. --올해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렸는데. ▲몇 번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했지만 좋은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운이 따랐고 그동안 실수로 경험이 쌓인 것 같다. 앞으로 좋은 결과를 또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선두에 2타 뒤진 채 출발했다가 초반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2번 홀까지 버디를 잡은 것이 중요했다. 특히 1번 홀 러프에서 날린 칩샷이 들어간 것이 컸다. 버디 2개가 나오면서 이후로는 '파만 지켜가자'는 자세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박세리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나. ▲박세리 선배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골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를 때인 10년 전 박세리 선배의 우승 장면을 TV로 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잘 모르면서 왜 중계를 봤나. ▲부모님이 새벽 3시부터 TV 중계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쯤 자면서 같이 TV를 봤는데 박세리 선배가 마지막 퍼트를 집어넣자 소리까지 질러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국에는 19세 안팎의 좋은 선수들이 많은 이유는. ▲박세리 선배가 우리 또래 선수들에게 참 많은 영향을 줬다. 우리는 대부분 1988년에 태어났는데 아마 거의 박세리 선배 때문에 골프를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신력이 좋은 이유는 아마 젊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남자 선수들은 박세리에 영감을 별로 받지 않았나. ▲물론 남자 유망주들도 많이 있다. 아직 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몇 년 내로 많은 한국 남자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를 소개해달라. ▲아버지가 처음에는 여성용 클럽을 줬는데 두 달 만에 클럽이 부러지는 바람에 이번엔 남성용 클럽을 주셨다. 골프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대회에 나갔다가 128타를 친 기억도 있다. 그러나 1년 정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주니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 때는 학교에 다니면서 골프를 병행했기 때문에 하루에 2시간 정도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다. --미국에 지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언어가 여전히 어렵고 음식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비교하면 나라가 크기 때문에 여행을 다닐 때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더 많다. --이 대회에서 특별히 잘 된 부분은. ▲4∼ 6m 정도 거리 퍼트를 몇 차례 성공시켰다. 시즌 초반에는 퍼트 때문에 고생했는데 3월에 퍼터를 바꾼 것이 도움이 됐다. --최근에 훈련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프로가 되기 전에는 훈련량이 많았다. 그러나 프로 전향 이후에는 여기저기 다녀야 하다 보니 휴식 시간이 늘어났다. 하루에 평균 4시간 정도 훈련을 하고 있는데 한국 선수 치고는 게으른 편이다. --후반 9홀에서 사람들이 '저 선수가 누구지' 하는 소리를 들었나. ▲아마 내가 낯선 선수라 그랬을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성적이 좋으면 갤러리들이 자연히 따라오지 않겠는가. --아버지가 오지 않아서 서운했을 텐데. ▲약간 그렇다. 하지만 아버지와 가족들은 한국에서 새벽 3시부터 TV 중계를 봤을 것이다. 사실 아버지가 어제 여기로 오려고 하기에 내가 "괜찮다. TV로 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렸다. --박세리처럼 지금의 한국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 같은데.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다. 향후 이런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승 축하 파티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 어머니와 친구들이 함께 있는데 우선 저녁을 먹으러 갈 것 같다. 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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