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새바람 ‘고정관념 깨라!’

입력 2008.06.30 (11:08) 수정 2008.06.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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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결산③

무적함대 스페인이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2008)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면서 23일간의 ‘유럽 축구전쟁’이 모두 막을 내렸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D조에서 러시아(4-1승), 스웨덴(2-1승), 그리스(2-1승)를 잇따라 침몰시키고 8강에서 2006 독일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와 피 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면서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는 러시아의 '히딩크 매직'을 3-0 으로 제압한 스페인은 마침내 결승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맞아 침착함과 정교한 패스를 앞세워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1964년 대회 이후 무려 44년 만에 우승 트로피와 짜릿한 키스를 나눴다.
스페인의 우승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유럽축구에 불고 있는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깬 포지션 변화와 사령탑의 전술 철학까지 유로2008을 통해 드러나 유럽축구의 변화를 조명한다.

△고정관념을 깨라 ‘포지션 파괴’

유로2008을 통해 드러난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 1996년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점차 공격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페인은 미드필더 조합을 강조한 '4-1-4-1 전술'을 앞세워 중원을 장악하면서 독일의 반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뒤 중원에서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를 겨냥한 볼 배급을 통해 골을 노렸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스페인의 허리를 맡았던 사비와 파브레가스, 세나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공격형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구분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라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 성격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프랑스의 마켈렐레는 수비 능력은 뛰어나지만 공격수를 겨냥한 패스는 좋지 않았다"며 "점차 공격형과 수비형의 구분없이 자유롭게 포지션을 소화하는 미드필더들이 대거 배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조력 갖춘 전술이 ‘우승 원동력’

유럽축구에 불고 있는 새 바람은 전통적인 개념의 중앙 공격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톱 공격수들이 전방에서 자기 자리만 지키는 게 아니라 수시로 좌우 공격수와 자리를 바꿔가며 공간을 만들고, 역습을 당하면 1차 수비수 역할까지 해내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측면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중앙 공격수 웨인 루니(잉글랜드)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것도 공격수간 유기적이고 창조적인 포지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허정무호가 90분 내내 장신 공격수 고기구(전남)를 전방에 남겨두고 계속해서 공중볼을 투입해 헤딩으로 떨어뜨린 볼을 2선에서 골로 만들겠다는 작전은 이제 '교과서'에만 남아있는 전술이 됐을 정도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전술은 구시대적 유물이 됐다. 폭넓고 상황에 맞는 전술을 통해 선수들을 조율하는 시대가 됐다"며 "전통적인 공수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커버링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수아비 감독은 ‘가라!’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유로2008을 거치는 동안 축구팬들을 감탄하게 만든 최고의 화두는 '4강 제조기' 거스 히딩크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다.
축구가 점차로 스타플레이의 활약에서 짜임새 있는 조직력 위주로 바뀌면서 사령탑의 경험적 자산과 전술 지휘 능력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정을 받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축구의 변방 러시아를 특유의 지도력으로 4강까지 끌어올렸고, 스페인의 아라고네스 감독 역시 '덤비는 축구'를 했던 스페인 축구의 성격에 침착성과 신중함을 가미해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제대로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변의 속출보다는 이변의 일반화로 변해가는 경향이 있다"며 "누가 감독을 맡느냐에 따라 팀의 전통적인 성격마저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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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축구 새바람 ‘고정관념 깨라!’
    • 입력 2008-06-30 11:01:20
    • 수정2008-06-30 11:12:57
    연합뉴스
2008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결산③ 무적함대 스페인이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2008)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면서 23일간의 ‘유럽 축구전쟁’이 모두 막을 내렸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D조에서 러시아(4-1승), 스웨덴(2-1승), 그리스(2-1승)를 잇따라 침몰시키고 8강에서 2006 독일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와 피 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면서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는 러시아의 '히딩크 매직'을 3-0 으로 제압한 스페인은 마침내 결승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맞아 침착함과 정교한 패스를 앞세워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1964년 대회 이후 무려 44년 만에 우승 트로피와 짜릿한 키스를 나눴다. 스페인의 우승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유럽축구에 불고 있는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깬 포지션 변화와 사령탑의 전술 철학까지 유로2008을 통해 드러나 유럽축구의 변화를 조명한다. △고정관념을 깨라 ‘포지션 파괴’ 유로2008을 통해 드러난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 1996년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점차 공격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페인은 미드필더 조합을 강조한 '4-1-4-1 전술'을 앞세워 중원을 장악하면서 독일의 반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뒤 중원에서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를 겨냥한 볼 배급을 통해 골을 노렸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스페인의 허리를 맡았던 사비와 파브레가스, 세나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공격형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구분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라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 성격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프랑스의 마켈렐레는 수비 능력은 뛰어나지만 공격수를 겨냥한 패스는 좋지 않았다"며 "점차 공격형과 수비형의 구분없이 자유롭게 포지션을 소화하는 미드필더들이 대거 배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조력 갖춘 전술이 ‘우승 원동력’ 유럽축구에 불고 있는 새 바람은 전통적인 개념의 중앙 공격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톱 공격수들이 전방에서 자기 자리만 지키는 게 아니라 수시로 좌우 공격수와 자리를 바꿔가며 공간을 만들고, 역습을 당하면 1차 수비수 역할까지 해내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측면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중앙 공격수 웨인 루니(잉글랜드)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것도 공격수간 유기적이고 창조적인 포지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허정무호가 90분 내내 장신 공격수 고기구(전남)를 전방에 남겨두고 계속해서 공중볼을 투입해 헤딩으로 떨어뜨린 볼을 2선에서 골로 만들겠다는 작전은 이제 '교과서'에만 남아있는 전술이 됐을 정도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전술은 구시대적 유물이 됐다. 폭넓고 상황에 맞는 전술을 통해 선수들을 조율하는 시대가 됐다"며 "전통적인 공수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커버링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수아비 감독은 ‘가라!’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유로2008을 거치는 동안 축구팬들을 감탄하게 만든 최고의 화두는 '4강 제조기' 거스 히딩크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다. 축구가 점차로 스타플레이의 활약에서 짜임새 있는 조직력 위주로 바뀌면서 사령탑의 경험적 자산과 전술 지휘 능력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정을 받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축구의 변방 러시아를 특유의 지도력으로 4강까지 끌어올렸고, 스페인의 아라고네스 감독 역시 '덤비는 축구'를 했던 스페인 축구의 성격에 침착성과 신중함을 가미해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제대로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변의 속출보다는 이변의 일반화로 변해가는 경향이 있다"며 "누가 감독을 맡느냐에 따라 팀의 전통적인 성격마저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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