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빨리빨리를 외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느리게 살기란 좀처럼 쉽지만은 않은데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슬로우 시티로 선정된 남해안의 작은섬, 증도 사람들의 삶을 조성훈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한반도 서남해안 끝자락에 자리한 인구 2천여 명의 조그만 섬 마을, 증도.
한 낮의 뜨거운 햇살 속에 드넓은 소금밭이 펼쳐집니다.
햇볕의 양과 바람의 세기를 살피는 소금 농부에게 기다림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입니다.
<인터뷰> 박형진(소금 장인) : "소금은 사람의 노력과 함께 하늘에서 햇볕과 바람을 주어야 만들어지는 기다림의 식품입니다."
바닷물을 가둔지 꼭 25일, 바람과 햇살, 그리고 사람의 노동이 함께 빚어낸 잘 익은 소금이 새하얀 속살을 드러냅니다.
한두시간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일반 정제염과는 달리,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진 소금은 그만큼 오래되고 깊은 옛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염전에서 밴 느림의 철학은 섬 마을 사람들의 삶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두 해전부터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는 불편하고 더디지만, 서두르지 않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이기숙(농부) : "빨리한다고 공산물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연그대로 해서 서서히 농사가 되고 곡물이 커야, 완전히 맛도 있고 그러는 것이지..."
자연의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느림의 습성은 때로는 시원찮은 결과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삶의 여유로까지 이어집니다.
<인터뷰> 이병윤(어부) : "엄청 잡아야 된다 이런 마음은 절대 없어요, 너무 바쁘게만 살지 맙시다. 자 우린 고기잡으러 갑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또 옛 것을 되살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는 섬 마을 사람들의 느림의 삶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국제 슬로우 시티 협회로부터 느리게 사는 마을, 슬로우 시티로 선정됐습니다.
빼어난 절경이나 별다른 관광명소도 없고, 많은 게 불편하기만 한 조그만 섬마을을 찾는 도시인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지희·박우경(관광객) : "도시생활하면 아무래도 옆을 못보잖아요, 앞만보고 바쁘게 생활하다 이곳에서 옆도 처다보고 또 천천히 걷다보면 좀 여유로워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느린 것은 불편하고, 뒤처지는 것이란 생각속에, 빠른 것만이 성공의 미덕이라 여기며, 속도의 경쟁속으로 내몰린 사람들...
섬 마을의 느리고 더딘 시간은 불편함이 아닌 기다림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과 행복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조용히 되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느리게 살기란 좀처럼 쉽지만은 않은데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슬로우 시티로 선정된 남해안의 작은섬, 증도 사람들의 삶을 조성훈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한반도 서남해안 끝자락에 자리한 인구 2천여 명의 조그만 섬 마을, 증도.
한 낮의 뜨거운 햇살 속에 드넓은 소금밭이 펼쳐집니다.
햇볕의 양과 바람의 세기를 살피는 소금 농부에게 기다림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입니다.
<인터뷰> 박형진(소금 장인) : "소금은 사람의 노력과 함께 하늘에서 햇볕과 바람을 주어야 만들어지는 기다림의 식품입니다."
바닷물을 가둔지 꼭 25일, 바람과 햇살, 그리고 사람의 노동이 함께 빚어낸 잘 익은 소금이 새하얀 속살을 드러냅니다.
한두시간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일반 정제염과는 달리,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진 소금은 그만큼 오래되고 깊은 옛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염전에서 밴 느림의 철학은 섬 마을 사람들의 삶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두 해전부터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는 불편하고 더디지만, 서두르지 않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이기숙(농부) : "빨리한다고 공산물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연그대로 해서 서서히 농사가 되고 곡물이 커야, 완전히 맛도 있고 그러는 것이지..."
자연의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느림의 습성은 때로는 시원찮은 결과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삶의 여유로까지 이어집니다.
<인터뷰> 이병윤(어부) : "엄청 잡아야 된다 이런 마음은 절대 없어요, 너무 바쁘게만 살지 맙시다. 자 우린 고기잡으러 갑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또 옛 것을 되살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는 섬 마을 사람들의 느림의 삶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국제 슬로우 시티 협회로부터 느리게 사는 마을, 슬로우 시티로 선정됐습니다.
빼어난 절경이나 별다른 관광명소도 없고, 많은 게 불편하기만 한 조그만 섬마을을 찾는 도시인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지희·박우경(관광객) : "도시생활하면 아무래도 옆을 못보잖아요, 앞만보고 바쁘게 생활하다 이곳에서 옆도 처다보고 또 천천히 걷다보면 좀 여유로워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느린 것은 불편하고, 뒤처지는 것이란 생각속에, 빠른 것만이 성공의 미덕이라 여기며, 속도의 경쟁속으로 내몰린 사람들...
섬 마을의 느리고 더딘 시간은 불편함이 아닌 기다림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과 행복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조용히 되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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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와 사람] 섬마을 사람들 ‘느리게 사는 여유’
-
- 입력 2008-07-19 21:15:33
<앵커 멘트>
빨리빨리를 외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느리게 살기란 좀처럼 쉽지만은 않은데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슬로우 시티로 선정된 남해안의 작은섬, 증도 사람들의 삶을 조성훈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한반도 서남해안 끝자락에 자리한 인구 2천여 명의 조그만 섬 마을, 증도.
한 낮의 뜨거운 햇살 속에 드넓은 소금밭이 펼쳐집니다.
햇볕의 양과 바람의 세기를 살피는 소금 농부에게 기다림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입니다.
<인터뷰> 박형진(소금 장인) : "소금은 사람의 노력과 함께 하늘에서 햇볕과 바람을 주어야 만들어지는 기다림의 식품입니다."
바닷물을 가둔지 꼭 25일, 바람과 햇살, 그리고 사람의 노동이 함께 빚어낸 잘 익은 소금이 새하얀 속살을 드러냅니다.
한두시간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일반 정제염과는 달리,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진 소금은 그만큼 오래되고 깊은 옛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염전에서 밴 느림의 철학은 섬 마을 사람들의 삶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두 해전부터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는 불편하고 더디지만, 서두르지 않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이기숙(농부) : "빨리한다고 공산물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연그대로 해서 서서히 농사가 되고 곡물이 커야, 완전히 맛도 있고 그러는 것이지..."
자연의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느림의 습성은 때로는 시원찮은 결과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삶의 여유로까지 이어집니다.
<인터뷰> 이병윤(어부) : "엄청 잡아야 된다 이런 마음은 절대 없어요, 너무 바쁘게만 살지 맙시다. 자 우린 고기잡으러 갑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또 옛 것을 되살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는 섬 마을 사람들의 느림의 삶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국제 슬로우 시티 협회로부터 느리게 사는 마을, 슬로우 시티로 선정됐습니다.
빼어난 절경이나 별다른 관광명소도 없고, 많은 게 불편하기만 한 조그만 섬마을을 찾는 도시인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지희·박우경(관광객) : "도시생활하면 아무래도 옆을 못보잖아요, 앞만보고 바쁘게 생활하다 이곳에서 옆도 처다보고 또 천천히 걷다보면 좀 여유로워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느린 것은 불편하고, 뒤처지는 것이란 생각속에, 빠른 것만이 성공의 미덕이라 여기며, 속도의 경쟁속으로 내몰린 사람들...
섬 마을의 느리고 더딘 시간은 불편함이 아닌 기다림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과 행복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조용히 되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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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 기자 aufheb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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