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혁 극적 우승은 ‘작전의 승리’

입력 2008.08.1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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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사재혁(23.강원도청)의 우승은 말 그대도 한편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이자 작전의 승리였다.
13일 오후 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 경기가 열린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체육관.
사재혁은 용상 2차 시기에서 짜릿한 연전 승부을 연출하기 전까지 조용히 기회를 기다렸다.
반면 관중석을 가득 메운 6천여 명 대부분이 중국인인 탓에 사재혁과 금메달을 다투게 될 리훙리(28)에 대한 일방적인 응원이 전개됐다. 게다가 인상 자체도 사재혁에게 다소 불리하게 전개되는 듯 했다.
인상에서 163kg을 들어 리훙리(168kg), 2위 아르메니아 게보르그 다브티안(165kg)에 이어 3위를 차지했기 때문.
사재혁은 그러나 용상에서 짜릿한 뒤집기를 차분히 준비했고 2차 시기에서 짜릿한 역전에 성공했다.
인상이 약한 사재혁으로서는 리훙리와 격차가 3-5kg 이내면 충분히 뒤집을 자신이 있던 터였다.
용상 1차 시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재혁과 리훙리 간 치열한 눈치 작전이 시작됐다.
사재혁과 이형근 남자대표팀 감독은 인상에서 5kg이 뒤져 있던 터라 초반에 용상에서 전세를 뒤집어 크게 앞서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하지는 않을까 리훙리의 신청 중량을 유심히 지켜봤다. 사재혁과 동반 출전한 김광훈(26.상무)도 신청기록을 수시로 바꾸며 다른 선수들에게 혼란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연습 도중 용상 208kg까지 들어 올린 적이 있는 사재혁은 고민 끝에 1차 시기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203kg을 신청했다. 5kg 앞선 리훙리가 198kg을 적어 냈기에 용상 마지막 시기까지 동률 작전을 구사해 몸무게 차로 이기겠다는 계산이었다.
신청 중량이 가벼워 먼저 플랫폼에 오른 리훙리는 1차 시기를 성공해 합계 361kg까지 기록했지만 사재혁에 쫓기는 부담을 안고 시도한 2차 시기에서는 198kg을 드는 데 실패했다.
2차 시기를 놓친 리훙리는 결국 은메달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중량을 올리지 않은 채 3차 시기에서도 198kg을 재도전했고 끝내 합계 기록 366kg을 만들어냈다.
리훙리의 2차 시기 실패는 당연히 사재혁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사재혁은 리훙리의 기록을 본 뒤 작전을 바로 바꿨다. 일단 안정적으로 은메달을 확보한 뒤 1위 탈환까지 노리겠다는 것.
이에 따라 사재혁은 1차 시기 중량을 애초 203kg에서 2kg 줄어 든 201kg으로 낮췄고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1차 시기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사재혁은 마침내 2차 시기에서 206kg을 신청했다. 성공하면 합계 중량이 366kg으로 리훙리와 동률이 돼 그대로 금메달이 확정되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플랫폼에 오른 뒤 한 숨을 고른 사재혁은 먼저 바벨을 가슴까지 들어 올린 뒤 힘차게 기합을 넣으며 머리 위까지 번쩍 들어올렸고 승리의 여신은 사재혁의 손을 들어줬다.
코칭스태프는 '와~'하는 탄성을 질렀고 경기장은 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국으로서는 16년 만에 세계적인 역사(力士)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사재혁은 3차 시기에서 부담 없이 세계기록에도 도전해 실패했지만 금메달은 이미 확보한 뒤였다.
이형근 감독은 "사재혁이 용상에 강하기 때문에 인상에서 최대한 격차를 줄이고 용사에서 전세를 뒤집는 작전을 구사했다. 인상에서 리훙리와 5kg밖에 차이가 안 났고 용상에서 그가 2차 시기를 실패해 역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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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재혁 극적 우승은 ‘작전의 승리’
    • 입력 2008-08-13 23:33:24
    연합뉴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사재혁(23.강원도청)의 우승은 말 그대도 한편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이자 작전의 승리였다. 13일 오후 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 경기가 열린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체육관. 사재혁은 용상 2차 시기에서 짜릿한 연전 승부을 연출하기 전까지 조용히 기회를 기다렸다. 반면 관중석을 가득 메운 6천여 명 대부분이 중국인인 탓에 사재혁과 금메달을 다투게 될 리훙리(28)에 대한 일방적인 응원이 전개됐다. 게다가 인상 자체도 사재혁에게 다소 불리하게 전개되는 듯 했다. 인상에서 163kg을 들어 리훙리(168kg), 2위 아르메니아 게보르그 다브티안(165kg)에 이어 3위를 차지했기 때문. 사재혁은 그러나 용상에서 짜릿한 뒤집기를 차분히 준비했고 2차 시기에서 짜릿한 역전에 성공했다. 인상이 약한 사재혁으로서는 리훙리와 격차가 3-5kg 이내면 충분히 뒤집을 자신이 있던 터였다. 용상 1차 시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재혁과 리훙리 간 치열한 눈치 작전이 시작됐다. 사재혁과 이형근 남자대표팀 감독은 인상에서 5kg이 뒤져 있던 터라 초반에 용상에서 전세를 뒤집어 크게 앞서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하지는 않을까 리훙리의 신청 중량을 유심히 지켜봤다. 사재혁과 동반 출전한 김광훈(26.상무)도 신청기록을 수시로 바꾸며 다른 선수들에게 혼란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연습 도중 용상 208kg까지 들어 올린 적이 있는 사재혁은 고민 끝에 1차 시기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203kg을 신청했다. 5kg 앞선 리훙리가 198kg을 적어 냈기에 용상 마지막 시기까지 동률 작전을 구사해 몸무게 차로 이기겠다는 계산이었다. 신청 중량이 가벼워 먼저 플랫폼에 오른 리훙리는 1차 시기를 성공해 합계 361kg까지 기록했지만 사재혁에 쫓기는 부담을 안고 시도한 2차 시기에서는 198kg을 드는 데 실패했다. 2차 시기를 놓친 리훙리는 결국 은메달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중량을 올리지 않은 채 3차 시기에서도 198kg을 재도전했고 끝내 합계 기록 366kg을 만들어냈다. 리훙리의 2차 시기 실패는 당연히 사재혁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사재혁은 리훙리의 기록을 본 뒤 작전을 바로 바꿨다. 일단 안정적으로 은메달을 확보한 뒤 1위 탈환까지 노리겠다는 것. 이에 따라 사재혁은 1차 시기 중량을 애초 203kg에서 2kg 줄어 든 201kg으로 낮췄고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1차 시기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사재혁은 마침내 2차 시기에서 206kg을 신청했다. 성공하면 합계 중량이 366kg으로 리훙리와 동률이 돼 그대로 금메달이 확정되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플랫폼에 오른 뒤 한 숨을 고른 사재혁은 먼저 바벨을 가슴까지 들어 올린 뒤 힘차게 기합을 넣으며 머리 위까지 번쩍 들어올렸고 승리의 여신은 사재혁의 손을 들어줬다. 코칭스태프는 '와~'하는 탄성을 질렀고 경기장은 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국으로서는 16년 만에 세계적인 역사(力士)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사재혁은 3차 시기에서 부담 없이 세계기록에도 도전해 실패했지만 금메달은 이미 확보한 뒤였다. 이형근 감독은 "사재혁이 용상에 강하기 때문에 인상에서 최대한 격차를 줄이고 용사에서 전세를 뒤집는 작전을 구사했다. 인상에서 리훙리와 5kg밖에 차이가 안 났고 용상에서 그가 2차 시기를 실패해 역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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