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문화 속도도 빨라진다

입력 2008.08.16 (23: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우리 일상속의 문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 받으신 적 없으신가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우리의 문화 소비가 갈수록 빠르고 감각적인 것만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사람, 이민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 한 장면의 길이는 5분이 넘습니다.

하지만 10여년 뒤.

영상의 속도는 이렇게 빨라졌습니다.

뭘 봤는지 인식하기도 전에 다른 영상이 튀어나옵니다.

한 장면의 길이가 0.2초에 불과한 것도 있습니다.

<인터뷰>이민희(서울 창천동): "아무래도 사건도 빨리 전개되고, 화면도 빨리 빨리 지나가야지, 안그러면 지루하죠."

TV 속에서 늘 접하는 광고도 그렇습니다.

매 순간 바뀌는 영상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가 힘들 정돕니다.

<인터뷰>류구현(광고기획자): "젊은 세대의 영상 감각이 빠르고 현란한 것을 원하고 있고, 3,40대도 그에 익숙해져..."

말투도 느리면 답답하고, 빨리 웃겨야 살아남습니다.

잠시 틈을 주는 순간, 금새 외면받기 때문입니다.

문화의 속도는 왜 이렇게 빨라졌을까.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디지털 환경을 주목합니다.

메신저나 휴대전화로 대화를 시도했을때,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즉각 응답받지 못하거나 잠시라도 지체되면 짜증을 부리고 조바심을 냅니다.

<인터뷰>이규현(서울시 중곡동): "검색하다 잘 안되면 바로 다른 사이트로..."

<인터뷰>박성태(서울시 신도림동): "문자보내서 빨리 답안오면 화나죠."

이렇게 디지털 세상의 속도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일상의 습관이나 문화에서도 빠름을 추구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이재신(중앙대 교수): "빠르고 즉각적인 것에 익숙하다 보니까 미디어 소비뿐만 아니라 생활전반에 빠른 것을 항상 끊임없이 요구..."

이러다보니 살아남는 것은 빠르고 강렬한 자극뿐입니다. 길고 지루하다 싶으면 바로 외면당합니다.

삶의 의미를 묻는 진지한 영화에 대한 외면, 역사를 반추케하는 대하소설의 퇴보와 감각적인 일본 소설의 인기.

가사 내용보다 자극적 리듬만으로 승부하는 가요의 범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결국 이런 문화적 환경에 익숙하다보면, 생각도 없이 행동만 앞서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나아가 사색과 성찰의 능력조차 사라질까 우려됩니다.

<인터뷰>김헌식(문화평론가): "감각적인 것만 추구하면 논리성이 부족... 사고의 깊이가 얕아지기 때문에 자신 표현능력조차 떨어지는 악순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감각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흐름에 떠밀려 문화의 깊이가 사라지고 있는건 아닐까요.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문화와 사람] 문화 속도도 빨라진다
    • 입력 2008-08-16 22:15:58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 일상속의 문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 받으신 적 없으신가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우리의 문화 소비가 갈수록 빠르고 감각적인 것만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사람, 이민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 한 장면의 길이는 5분이 넘습니다. 하지만 10여년 뒤. 영상의 속도는 이렇게 빨라졌습니다. 뭘 봤는지 인식하기도 전에 다른 영상이 튀어나옵니다. 한 장면의 길이가 0.2초에 불과한 것도 있습니다. <인터뷰>이민희(서울 창천동): "아무래도 사건도 빨리 전개되고, 화면도 빨리 빨리 지나가야지, 안그러면 지루하죠." TV 속에서 늘 접하는 광고도 그렇습니다. 매 순간 바뀌는 영상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가 힘들 정돕니다. <인터뷰>류구현(광고기획자): "젊은 세대의 영상 감각이 빠르고 현란한 것을 원하고 있고, 3,40대도 그에 익숙해져..." 말투도 느리면 답답하고, 빨리 웃겨야 살아남습니다. 잠시 틈을 주는 순간, 금새 외면받기 때문입니다. 문화의 속도는 왜 이렇게 빨라졌을까.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디지털 환경을 주목합니다. 메신저나 휴대전화로 대화를 시도했을때,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즉각 응답받지 못하거나 잠시라도 지체되면 짜증을 부리고 조바심을 냅니다. <인터뷰>이규현(서울시 중곡동): "검색하다 잘 안되면 바로 다른 사이트로..." <인터뷰>박성태(서울시 신도림동): "문자보내서 빨리 답안오면 화나죠." 이렇게 디지털 세상의 속도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일상의 습관이나 문화에서도 빠름을 추구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이재신(중앙대 교수): "빠르고 즉각적인 것에 익숙하다 보니까 미디어 소비뿐만 아니라 생활전반에 빠른 것을 항상 끊임없이 요구..." 이러다보니 살아남는 것은 빠르고 강렬한 자극뿐입니다. 길고 지루하다 싶으면 바로 외면당합니다. 삶의 의미를 묻는 진지한 영화에 대한 외면, 역사를 반추케하는 대하소설의 퇴보와 감각적인 일본 소설의 인기. 가사 내용보다 자극적 리듬만으로 승부하는 가요의 범람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결국 이런 문화적 환경에 익숙하다보면, 생각도 없이 행동만 앞서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나아가 사색과 성찰의 능력조차 사라질까 우려됩니다. <인터뷰>김헌식(문화평론가): "감각적인 것만 추구하면 논리성이 부족... 사고의 깊이가 얕아지기 때문에 자신 표현능력조차 떨어지는 악순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감각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흐름에 떠밀려 문화의 깊이가 사라지고 있는건 아닐까요.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