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승부사’ 김중수 감독 “휴식이 필요해”

입력 2008.08.17 (23:00) 수정 2008.08.1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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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이용대-이효정(이상 삼성전기) 조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순간 이동수 코치가 뛰어들어가 선수들을 껴안았지만 김중수(48) 감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선수들의 손에 끌려 코트로 나온 김 감독은 이용대, 이효정과 차례로 포응한 뒤 담담하게 돌아서 나왔다.
그리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 감독은 체육관 밖 주차장에서 일본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주봉 감독의 축하 인사를 받은 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큰 승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한 대 씩 피곤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아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만큼 마음 고생도 심했고 스트레스도 많았기 때문이다.
김중수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를 거쳐 2001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발탁됐다.
`효자 종목'으로 불리던 배드민턴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노골드'의 치욕을 당한 뒤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던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최적임자로 김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김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 1개, 은 2개, 동메달 1개를 일궈냈고 이번 베이징에서도 금 1개, 은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해 배드민턴 강국의 이미지를 지켰다.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최고 성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배드민턴의 메달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과거 한국은 박주봉-김문수, 김동문-하태권, 김동문-라경민 등 확실한 '우승 보증수표'가 있었지만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고 평가될 만큼 에이스가 보이지 않았다.
또한 김 감독은 올림픽을 불과 40여일을 앞둔 지난 6월말 횡령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국가대표 감독 자격이 일시정지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배드민턴협회는 보름여 만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사령탑에 복귀시켰지만 이미 심한 마음고생을 앓고 난 뒤였다.
그런 악재 속에도 평소 치밀하고 꼼꼼하기로 소문난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철저히 준비했다.
주심과 부심은 물론 라인선심의 배정순서를 하나 하나 따지며 불이익을 피해갔고, 심지어 경기장 에어컨 바람의 세기까지 측정하며 중국의 `장난'을 방지했다.
그런 그였기에 12년만에 혼합복식 금메달, 12년만에 여자복식 은메달, 또 남자복식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이재진(밀양시청)-황지만(강남구청) 조의 동메달을 견인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이용대-이효정이 금메달을 따고 나자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거취 문제는 한국에 돌아가서 협회 임원들과 최종 상의해야겠지만 이제는 지쳤다. 조금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7년간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배드민턴 강국의 면모를 지켜 온 김중수 감독은 모든 것을 털고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승부사'가 필요한 협회가 그를 선뜻 놓아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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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셔틀콕 승부사’ 김중수 감독 “휴식이 필요해”
    • 입력 2008-08-17 23:00:59
    • 수정2008-08-17 23:22:20
    연합뉴스
17일 밤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이용대-이효정(이상 삼성전기) 조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순간 이동수 코치가 뛰어들어가 선수들을 껴안았지만 김중수(48) 감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선수들의 손에 끌려 코트로 나온 김 감독은 이용대, 이효정과 차례로 포응한 뒤 담담하게 돌아서 나왔다. 그리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 감독은 체육관 밖 주차장에서 일본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주봉 감독의 축하 인사를 받은 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큰 승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한 대 씩 피곤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아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만큼 마음 고생도 심했고 스트레스도 많았기 때문이다. 김중수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를 거쳐 2001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발탁됐다. `효자 종목'으로 불리던 배드민턴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노골드'의 치욕을 당한 뒤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던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최적임자로 김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김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 1개, 은 2개, 동메달 1개를 일궈냈고 이번 베이징에서도 금 1개, 은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해 배드민턴 강국의 이미지를 지켰다.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최고 성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배드민턴의 메달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과거 한국은 박주봉-김문수, 김동문-하태권, 김동문-라경민 등 확실한 '우승 보증수표'가 있었지만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고 평가될 만큼 에이스가 보이지 않았다. 또한 김 감독은 올림픽을 불과 40여일을 앞둔 지난 6월말 횡령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국가대표 감독 자격이 일시정지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배드민턴협회는 보름여 만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사령탑에 복귀시켰지만 이미 심한 마음고생을 앓고 난 뒤였다. 그런 악재 속에도 평소 치밀하고 꼼꼼하기로 소문난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철저히 준비했다. 주심과 부심은 물론 라인선심의 배정순서를 하나 하나 따지며 불이익을 피해갔고, 심지어 경기장 에어컨 바람의 세기까지 측정하며 중국의 `장난'을 방지했다. 그런 그였기에 12년만에 혼합복식 금메달, 12년만에 여자복식 은메달, 또 남자복식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이재진(밀양시청)-황지만(강남구청) 조의 동메달을 견인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이용대-이효정이 금메달을 따고 나자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거취 문제는 한국에 돌아가서 협회 임원들과 최종 상의해야겠지만 이제는 지쳤다. 조금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7년간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배드민턴 강국의 면모를 지켜 온 김중수 감독은 모든 것을 털고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승부사'가 필요한 협회가 그를 선뜻 놓아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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