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윤재영, 화려하게 부활

입력 2008.08.18 (19:06) 수정 2008.08.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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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에서 '미운 오리' 신세였던 윤재영(25.상무)이 베이징에서 백조로 기분 좋게 날아올랐다.
18일 베이징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 3위 결정전이 열린 베이징대 체육관.
윤재영은 동료 유승민이 4단식에서 오스트리아의 천웨이싱을 3-0으로 완파하며 동메달을 확정하자 유남규(40) 대표팀 코치와 와락 껴안은 뒤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한 달 동안의 힘들었던 시간이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윤재영은 2001년 삼성생명에 함께 입단했던 유승민(26)의 실업 9년차 동기.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으로 화려한 백핸드 드라이브와 빠른 몸 놀림이 강점이다.
2006년 KRA컵 때 유승민을 8강에서 4-3으로 꺾어 '왼손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의 국제 무대 경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이 전부다.
도하 아시안게임 때 너무 긴장한 탓에 유승민과 호흡을 맞춘 복식 8강에서 탈락했고 단체전도 중국에 져 은메달에 그쳐 병역 특례 기회를 놓쳤다. 결국 상무에 입대해 머리를 짧게 깎아야 했다.
그런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올림픽에 나갈 3명 중 두 명은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이 높은 유승민과 오상은이 확정됐고 나머지 한 명을 뽑아야 하는 상황. 지난 2월 대한탁구협회는 파벌 싸움에 휘말려 결국 딱 한 번의 대표 선발전으로 발탁하기로 했다.
윤재영은 예상을 깨고 '수비 달인' 주세혁(삼성생명), 차세대 에이스 이정우(농심삼다수)를 따돌려 올림픽 대표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러나 윤재영은 대표팀에서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오상은과 계속 복식 호흡을 맞춰온 이정우나 유럽 선수들에게 강한 주세혁이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영석 전 회장의 독선적인 협회 운영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12월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유남규가 지난 달 코치로 복귀하면서 윤재영의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유 코치는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윤재영을 붙잡고 한 달 내내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유승민과 오상은은 실력이 입증돼 '윤재영 때문에 졌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윤재영은 큰 무대에서 주눅이 들지 않았고 오상은과 복식 콤비를 이뤄 결국 동메달을 따는 데 기여했다. 윤재영-오상은 조는 중국과 준결승을 빼고는 예선부터 이날 3위 결정전까지 5경기를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윤재영은 "유남규 코치가 동메달을 딴 뒤 '너에게 심하게 한 건 잘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해줬다. 나도 그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오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2일 군 복무를 마치고 삼성생명으로 복귀한다. 단식에는 뛰지 않지만 베이징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기분 좋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선물을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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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운 오리’ 윤재영, 화려하게 부활
    • 입력 2008-08-18 18:58:04
    • 수정2008-08-18 21:38:53
    연합뉴스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에서 '미운 오리' 신세였던 윤재영(25.상무)이 베이징에서 백조로 기분 좋게 날아올랐다. 18일 베이징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 3위 결정전이 열린 베이징대 체육관. 윤재영은 동료 유승민이 4단식에서 오스트리아의 천웨이싱을 3-0으로 완파하며 동메달을 확정하자 유남규(40) 대표팀 코치와 와락 껴안은 뒤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한 달 동안의 힘들었던 시간이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윤재영은 2001년 삼성생명에 함께 입단했던 유승민(26)의 실업 9년차 동기.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으로 화려한 백핸드 드라이브와 빠른 몸 놀림이 강점이다. 2006년 KRA컵 때 유승민을 8강에서 4-3으로 꺾어 '왼손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의 국제 무대 경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이 전부다. 도하 아시안게임 때 너무 긴장한 탓에 유승민과 호흡을 맞춘 복식 8강에서 탈락했고 단체전도 중국에 져 은메달에 그쳐 병역 특례 기회를 놓쳤다. 결국 상무에 입대해 머리를 짧게 깎아야 했다. 그런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올림픽에 나갈 3명 중 두 명은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이 높은 유승민과 오상은이 확정됐고 나머지 한 명을 뽑아야 하는 상황. 지난 2월 대한탁구협회는 파벌 싸움에 휘말려 결국 딱 한 번의 대표 선발전으로 발탁하기로 했다. 윤재영은 예상을 깨고 '수비 달인' 주세혁(삼성생명), 차세대 에이스 이정우(농심삼다수)를 따돌려 올림픽 대표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러나 윤재영은 대표팀에서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오상은과 계속 복식 호흡을 맞춰온 이정우나 유럽 선수들에게 강한 주세혁이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영석 전 회장의 독선적인 협회 운영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12월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유남규가 지난 달 코치로 복귀하면서 윤재영의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유 코치는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윤재영을 붙잡고 한 달 내내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유승민과 오상은은 실력이 입증돼 '윤재영 때문에 졌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윤재영은 큰 무대에서 주눅이 들지 않았고 오상은과 복식 콤비를 이뤄 결국 동메달을 따는 데 기여했다. 윤재영-오상은 조는 중국과 준결승을 빼고는 예선부터 이날 3위 결정전까지 5경기를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윤재영은 "유남규 코치가 동메달을 딴 뒤 '너에게 심하게 한 건 잘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해줬다. 나도 그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오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2일 군 복무를 마치고 삼성생명으로 복귀한다. 단식에는 뛰지 않지만 베이징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기분 좋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선물을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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