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 전성시대 원동력 ‘토털 베이스볼’

입력 2008.10.3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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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변방일 것 같던 SK 와이번스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2년 연속 제패한 원동력은 '토털 베이스볼'이다.
특정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전원이 때리고 전원이 막는 토털 야구는 비룡 군단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의 토털 야구는 2년째를 맞아 더욱 원숙해지고 세련돼졌다.
혹독한 훈련과 '벌떼 마운드'로 지난해 창단 후 첫 우승을 일궜다면 올해는 선수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제 몫을 해내는 '김성근식 자율야구'로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일궜다.
2년 연속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휩쓴 퍼펙트 우승. 타 구단 지도자와 선수들로부터 '야구 기계'라는 질시와 찬사를 동시에 받는 SK 선수단은 종종 1986-1989년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 과거 해태(KIA의 전신)와 비교된다.
야구 스타일을 떠나 SK가 해태처럼 몇 년간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할 힘을 지녔다는 뜻이다.
생애 두 번째로 헹가래를 받은 김성근 감독은 "SK 야구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준비된 야구"라고 정의했다.
감독은 선수에게 '야구를 왜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선수들은 엄청난 훈련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고행 끝에 지금의 SK 야구가 완성됐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이룬 대성과였다.

◇신진급의 눈부신 성장…조직력 극대화로 연결

SK의 최대 강점은 투타의 풍부한 자원이다. 전력의 상향 평준화로 김성근 감독은 '골라 쓰는 재미'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우승 주역 이호준, 정경배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진영과 정근우가 훌륭히 공백을 메웠다. 이진영이 1루로 자리를 옮기면 우익수로는 박재홍과 조동화가 경쟁했다.
박경완이 후반기 막판 다쳐서 빠졌을 때는 백업 정상호가 주가를 높였다.
SK 타자 중 규정 타석을 채운 이는 박재홍, 최정, 정근우, 나주환 등 4명뿐이다. 거의 전 포지션에서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이 엇비슷했기에 김 감독은 선수단을 폭넓게 기용했다.
지난해 타율 0.323, 홈런 9개에 44타점을 올렸던 정근우는 타율 0.314에 홈런 8개, 58타점으로 팀 공헌도가 좋아졌다.
최정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지난해 타율 0.267에 홈런 16개, 77타점을 남긴 그는 4년차인 올해 타율 0.328에 홈런 12개, 61타점을 올리며 '소년장사' 꼬리표를 완전히 뗐다.
조동화와 김강민, 박재상은 타율 0.270대를 때리면서 도루를 각각 19개, 16개, 21개나 기록, 정근우(40개)와 발야구 사총사를 형성하며 팀의 공수 스피드를 향상시켰다.
케니 레이번, 마이크 로마노에게 1-2선발을 내줬던 선발 투수진은 김광현의 성장으로 좌우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다승 1위(16승4패), 탈삼진 1위(150개), 평균자책점 2위(2.39)에 오른 그는 올해 정규 시즌과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등에서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3승7패에서 비약적인 발전이다.
지난해 1패 14홀드, 평균자책점 4.28에 머물렀던 정우람은 올해 팀에서 가장 많은 85경기에 등판, 9승2패 5세이브, 25홀드, 방어율 2.09를 올리며 원 포인트 릴리프에서 불펜의 핵으로 성장했다.

◇박재홍·김재현·김원형 '베테랑의 희생정신'

프로 13년차 박재홍은 30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회 도루에 성공했다. 그는 현대 시절이던 2000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8년 만에 도루를 추가했다.
이호준을 대신해 시즌 내내 4번 타자로 활약해 온 베테랑 박재홍마저 뛰는 게 SK 야구다. 타율 0.318을 때린 그는 홈런(19개)과 타점(72개)에서 팀 내 1위를 차지하며 '해결사'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좌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벤치를 지키는 좌타자 김재현은 불규칙한 출장에도 불구, 타율 0.310, 10홈런 60타점을 남기며 15년차 베테랑의 관록을 뽐냈다.
둘 다 팀 승리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김성근 감독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랐다. 베테랑의 절대복종은 후배들에게도 급속히 전파됐고 응집력 강화로 이어졌다.
마운드에서는 김원형의 선전이 눈부셨다. 18년차 노장 김원형은 마당쇠를 자임하며 선발과 중간을 오갔고 42경기에서 12승6패, 2세이브, 방어율 3.15를 남겼다. 동점이나 뒤진 상황에 주로 나왔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그는 생애 네 번째 두자릿수 승리라는 보너스도 얻었다.
신구의 조화, 조직력과 개인기의 융화로 SK는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토종들의 활약상이 워낙 대단했기에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을 탓할 이유도 없었다.
야구를 보는 눈이 활짝 열려 누구나 생각하는 야구를 펼치면서 비룡 전성시대가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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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룡 전성시대 원동력 ‘토털 베이스볼’
    • 입력 2008-10-31 21:52:15
    연합뉴스
영원한 변방일 것 같던 SK 와이번스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2년 연속 제패한 원동력은 '토털 베이스볼'이다. 특정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전원이 때리고 전원이 막는 토털 야구는 비룡 군단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의 토털 야구는 2년째를 맞아 더욱 원숙해지고 세련돼졌다. 혹독한 훈련과 '벌떼 마운드'로 지난해 창단 후 첫 우승을 일궜다면 올해는 선수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제 몫을 해내는 '김성근식 자율야구'로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일궜다. 2년 연속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휩쓴 퍼펙트 우승. 타 구단 지도자와 선수들로부터 '야구 기계'라는 질시와 찬사를 동시에 받는 SK 선수단은 종종 1986-1989년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 과거 해태(KIA의 전신)와 비교된다. 야구 스타일을 떠나 SK가 해태처럼 몇 년간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할 힘을 지녔다는 뜻이다. 생애 두 번째로 헹가래를 받은 김성근 감독은 "SK 야구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준비된 야구"라고 정의했다. 감독은 선수에게 '야구를 왜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선수들은 엄청난 훈련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고행 끝에 지금의 SK 야구가 완성됐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이룬 대성과였다. ◇신진급의 눈부신 성장…조직력 극대화로 연결 SK의 최대 강점은 투타의 풍부한 자원이다. 전력의 상향 평준화로 김성근 감독은 '골라 쓰는 재미'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우승 주역 이호준, 정경배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진영과 정근우가 훌륭히 공백을 메웠다. 이진영이 1루로 자리를 옮기면 우익수로는 박재홍과 조동화가 경쟁했다. 박경완이 후반기 막판 다쳐서 빠졌을 때는 백업 정상호가 주가를 높였다. SK 타자 중 규정 타석을 채운 이는 박재홍, 최정, 정근우, 나주환 등 4명뿐이다. 거의 전 포지션에서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이 엇비슷했기에 김 감독은 선수단을 폭넓게 기용했다. 지난해 타율 0.323, 홈런 9개에 44타점을 올렸던 정근우는 타율 0.314에 홈런 8개, 58타점으로 팀 공헌도가 좋아졌다. 최정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지난해 타율 0.267에 홈런 16개, 77타점을 남긴 그는 4년차인 올해 타율 0.328에 홈런 12개, 61타점을 올리며 '소년장사' 꼬리표를 완전히 뗐다. 조동화와 김강민, 박재상은 타율 0.270대를 때리면서 도루를 각각 19개, 16개, 21개나 기록, 정근우(40개)와 발야구 사총사를 형성하며 팀의 공수 스피드를 향상시켰다. 케니 레이번, 마이크 로마노에게 1-2선발을 내줬던 선발 투수진은 김광현의 성장으로 좌우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다승 1위(16승4패), 탈삼진 1위(150개), 평균자책점 2위(2.39)에 오른 그는 올해 정규 시즌과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등에서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3승7패에서 비약적인 발전이다. 지난해 1패 14홀드, 평균자책점 4.28에 머물렀던 정우람은 올해 팀에서 가장 많은 85경기에 등판, 9승2패 5세이브, 25홀드, 방어율 2.09를 올리며 원 포인트 릴리프에서 불펜의 핵으로 성장했다. ◇박재홍·김재현·김원형 '베테랑의 희생정신' 프로 13년차 박재홍은 30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회 도루에 성공했다. 그는 현대 시절이던 2000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8년 만에 도루를 추가했다. 이호준을 대신해 시즌 내내 4번 타자로 활약해 온 베테랑 박재홍마저 뛰는 게 SK 야구다. 타율 0.318을 때린 그는 홈런(19개)과 타점(72개)에서 팀 내 1위를 차지하며 '해결사'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좌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벤치를 지키는 좌타자 김재현은 불규칙한 출장에도 불구, 타율 0.310, 10홈런 60타점을 남기며 15년차 베테랑의 관록을 뽐냈다. 둘 다 팀 승리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김성근 감독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랐다. 베테랑의 절대복종은 후배들에게도 급속히 전파됐고 응집력 강화로 이어졌다. 마운드에서는 김원형의 선전이 눈부셨다. 18년차 노장 김원형은 마당쇠를 자임하며 선발과 중간을 오갔고 42경기에서 12승6패, 2세이브, 방어율 3.15를 남겼다. 동점이나 뒤진 상황에 주로 나왔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그는 생애 네 번째 두자릿수 승리라는 보너스도 얻었다. 신구의 조화, 조직력과 개인기의 융화로 SK는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토종들의 활약상이 워낙 대단했기에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을 탓할 이유도 없었다. 야구를 보는 눈이 활짝 열려 누구나 생각하는 야구를 펼치면서 비룡 전성시대가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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