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철저한 준비로 일군 우승’

입력 2008.10.3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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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한국프로야구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고 명실공히 '야신(野神)'으로 우뚝 선 김성근(66) SK 감독은 "눈에 띄는 (스타급) 선수가 없었는데 단결하면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여러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테마가 됐을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2-0으로 승리, 4승1패로 우승을 확정하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헹가래를 받은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야구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다. 굉장히 행복하다"며 철저한 준비로 일군 우승이었음을 강조했다.
일문일답을 하기 전 김 감독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그는 "작년보다는 우승의 감격이 덜하다. 그러나 워낙 잠실에서 세 경기 모두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 아직 우승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국시리즈 내내 고비마다 선수들이 잘 극복해줬다. 오늘 조동화, 박재상의 수비는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플레이라고 본다. 평상시 연습을 많이 한 결과 선수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김 감독은 "잠실 3-5차전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보여준 경우다. 세 경기 중 한 경기라도 삐걱거렸다면 두산이 우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년 내내 바깥에서는 쉽게 봤겠지만 이진영, 이호준, 박정권, 박경완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바깥에 내색하지 않고 우승할 수 있던 건 작년과 달리 선수들의 자세, 생각이 바뀌어 가능해졌다"며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말했던 '영업기밀'을 밝혀달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이틀 전인 24일 두산의 선발 투수인 맷 랜들과 포수 채상병의 볼배합을 읽었다. 그래서 1차전에 톱타자 정근우의 도루를 살리고자 김재현 대신 박재홍을 3번에 집어넣었다.
채상병은 왼손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시즌 중 25번 중 15번이나 도루를 잡았다. 반면 오른손 타자가 있을 때는 50번 중 6차례에 불과했다. 어제 랜들을 쉽게 공략했던 것도 볼배합을 읽었고 볼 카운트에 따라 루상에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두산이 플레이오프 때 삼성을 상대로 한 데이터와 SK를 상대로 펼친 데이터를 분석했다. 다행히도 두산이 정규 시즌과 똑같은 데이터로 우리를 상대했고 이길 수 있었다.
이제야 밝힐 수 있지만 박경완이 9월 초 다쳤을 때 2군에 내리지 않고 벤치에 뒀는데 박경완이 정상호에게 다 사인을 냈다. 난 한번도 올해 볼 배합 사인을 낸 적이 없다. 이런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자세가 오늘의 SK를 만들었다.

--이틀 연속 채병용을 마무리로 기용한 이유는.

▲정대현이 허리가 아파 고육책을 썼다. 누구를 마무리로 쓸까 고민을 했고 전날 (6차전 선발 대비를 앞두고)불펜에서 어깨를 푼 채병용을 갑자기 마무리로 기용했다. 좀 미안한 마음도 있다.
채병용을 정규 시즌에서도 불펜으로 기용했는데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올해 윤길현 사건을 겪었는데 이후 가치관에 영향을 받았나.

▲구단 이미지, 팬들에 대한 모습을 생각하며 많이 움직였다. 내가 현역 감독 중 제일 나이가 많은데 미안하다고 말해야 했다. 1년 내내 야구가 뭔가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내달 13일부터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 대한 각오는.

▲지바(예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 시절)의 지인들이 전화를 몇 통화 해왔다. 제발 아시아시리즈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이겨달라고 하더라. 이왕 붙는다면 요미우리와 상대하고 싶다. 요미우리를 우리가 이겨야 아시아시리즈도 계속 열릴 것 아닌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에 대한 생각은.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하던 사람이 계속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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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신 김성근 ‘철저한 준비로 일군 우승’
    • 입력 2008-10-31 23:28:09
    연합뉴스
2년 연속 한국프로야구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고 명실공히 '야신(野神)'으로 우뚝 선 김성근(66) SK 감독은 "눈에 띄는 (스타급) 선수가 없었는데 단결하면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여러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테마가 됐을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2-0으로 승리, 4승1패로 우승을 확정하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헹가래를 받은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야구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다. 굉장히 행복하다"며 철저한 준비로 일군 우승이었음을 강조했다. 일문일답을 하기 전 김 감독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그는 "작년보다는 우승의 감격이 덜하다. 그러나 워낙 잠실에서 세 경기 모두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 아직 우승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국시리즈 내내 고비마다 선수들이 잘 극복해줬다. 오늘 조동화, 박재상의 수비는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플레이라고 본다. 평상시 연습을 많이 한 결과 선수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김 감독은 "잠실 3-5차전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보여준 경우다. 세 경기 중 한 경기라도 삐걱거렸다면 두산이 우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년 내내 바깥에서는 쉽게 봤겠지만 이진영, 이호준, 박정권, 박경완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바깥에 내색하지 않고 우승할 수 있던 건 작년과 달리 선수들의 자세, 생각이 바뀌어 가능해졌다"며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말했던 '영업기밀'을 밝혀달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이틀 전인 24일 두산의 선발 투수인 맷 랜들과 포수 채상병의 볼배합을 읽었다. 그래서 1차전에 톱타자 정근우의 도루를 살리고자 김재현 대신 박재홍을 3번에 집어넣었다. 채상병은 왼손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시즌 중 25번 중 15번이나 도루를 잡았다. 반면 오른손 타자가 있을 때는 50번 중 6차례에 불과했다. 어제 랜들을 쉽게 공략했던 것도 볼배합을 읽었고 볼 카운트에 따라 루상에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두산이 플레이오프 때 삼성을 상대로 한 데이터와 SK를 상대로 펼친 데이터를 분석했다. 다행히도 두산이 정규 시즌과 똑같은 데이터로 우리를 상대했고 이길 수 있었다. 이제야 밝힐 수 있지만 박경완이 9월 초 다쳤을 때 2군에 내리지 않고 벤치에 뒀는데 박경완이 정상호에게 다 사인을 냈다. 난 한번도 올해 볼 배합 사인을 낸 적이 없다. 이런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자세가 오늘의 SK를 만들었다. --이틀 연속 채병용을 마무리로 기용한 이유는. ▲정대현이 허리가 아파 고육책을 썼다. 누구를 마무리로 쓸까 고민을 했고 전날 (6차전 선발 대비를 앞두고)불펜에서 어깨를 푼 채병용을 갑자기 마무리로 기용했다. 좀 미안한 마음도 있다. 채병용을 정규 시즌에서도 불펜으로 기용했는데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올해 윤길현 사건을 겪었는데 이후 가치관에 영향을 받았나. ▲구단 이미지, 팬들에 대한 모습을 생각하며 많이 움직였다. 내가 현역 감독 중 제일 나이가 많은데 미안하다고 말해야 했다. 1년 내내 야구가 뭔가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내달 13일부터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 대한 각오는. ▲지바(예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 시절)의 지인들이 전화를 몇 통화 해왔다. 제발 아시아시리즈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이겨달라고 하더라. 이왕 붙는다면 요미우리와 상대하고 싶다. 요미우리를 우리가 이겨야 아시아시리즈도 계속 열릴 것 아닌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에 대한 생각은.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하던 사람이 계속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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