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포커스를 말하다!
입력 2008.11.15 (22:42)
수정 2008.11.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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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디어포커스가 오늘로 막을 내리고 다음 주부터는 미디어 비평이란 타이틀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지난 2003년 6월 건강하고 성역 없는 미디어 상호비평을 위해 출발한지 5년 5개월 만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5년여를 돌아보면서 그 동안 미디어 포커스를 둘러싸고 일었던 사회적 파장과 논란, 그리고 그 의미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경래 기자, 그리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책임연구원인 윤호진 박사 자리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김 기자. 미디어포커스 첫 방송이 지난 2003년이었는데, 당시 첫 방송부터 사회적인 반향과 함께 KBS 내부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디어포커스 출범 당시 상황부터 들어볼까요.
<답변>
네, 당시에도 여론 시장에 일부 신문의 독과점 현상이 뚜렷했고 기자들 사회에는 서로의 잘못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 관행이 강했습니다.
물론 2003년 당시에도 MBC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지만, 대표 공영방송인 KBS에도 언론 상호 비평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미디어포커스가 만들어져 첫 전파를 탔고,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회 : “가장 개혁적이라는 정권도 KBS를 장악하려는 우를 범한 것이다. 군사독재에서 문민정부로, 여에서 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KBS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해왔다. 공영방송 KBS, 국민의 방송 KBS는 언제까지 힘 있는자, 가진 자의 편에만 설 것인가”
2003년 6월 28일, 미디어포커스는 KBS에 대한 강도 높은 ‘자기반성’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언론이 언론을 비판하지 않고, 기자가 기자를 비판하지 않으려는’ 언론계의 뿌리 깊은 관행인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KBS에 본격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민임동기 (피디저널 편집장, 당시 미디어오늘 기자) : “KBS에서도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하나 만들어져야 한다라는게 계속해서 물밑에서 요구가 있었고, 그 다음에 MBC 미디어 비평에서 여러 가지 역할들을 하기는 했지만 조금은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형을. 그게 할 곳이 어디냐, 그게 KBS밖에 없다라고 해서…”
하지만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일부 신문들은 못마땅해 하는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녹취> “공영방송의 소나기식 미디어비평은 주요 신문들에 대한 현 정부의 비판과 무관한 걸까…한시도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들이 제 눈의 들보부터 뺐으면 싶다.”
<녹취> “우리는 공영방송이 집권자의 입맛에 맞춰 언론과의 대리전을 치르는 하수인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제 이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디어포커스는 당시 현직에 남아있는 KBS 선배들에 대해서까지 혹독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회 : “5.6공 시절 권력의 옹호자로 발 벗고 나섰던 KBS인들, 그들 대부분은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출세가도를 달렸다. 광주학살의 피를 딛고 들어선 5공화국을 정당화시킨 이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는 오히려 5공의 최대 피해자인 디제이 정권하에서 제작본부장을 거쳐 KBS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인터뷰>김찬태(당시 미디어포커스 데스크) : “당시 언론계 풍토로 볼 때 내부에서 자기비판을 한다는 건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반향도 컸고 하지만 내부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기비판 없이 남을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에 이런 원칙과 가치는 지켜나가자고 하는 것이 제작진들의 분명한 의지였습니다.”
<질문>
윤박사님. KBS가 지금 시각으로 봐도 파격적인 시도를 한 셈인데, 당시 학계 등 외부에서
미디어포커스라는 새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어땠습니까?
<답변>
네, 2003년에 앞서 자료화면에도 나왔듯이 MBC, EBS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본격적인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를 방송한다는 것에 상당히 큰 기대를 걸었었죠. 특히 첫 회에 방송된 진솔한 자기비판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요. 이후에 방송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특히 특집 기획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저널리즘 강의시간에 영상교재로 활용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질문>
김 기자, 첫 방송 이후 미디어포커스가 주로 어떤 내용들을 다뤄왔는지 한번 정리해 볼까요?
<답변>
미디어포커스는 매체비평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5년이 넘도록 언론 권력을 감시하고 잘못된 취재 관행 등을 파헤쳐 왔습니다.
지난 5년여 방송을 이랑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지난 6월 언론 상호비평 프로그램으로서는 처음으로 5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2003년 6월 28일, 첫 방송이 나간 뒤 5년, 매체비평 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최장수를 한 셈입니다.
시작부터 거대 언론 권력을 상대로 강한 비평을 해왔던 미디어포커스, 비평 대상이 된 매체들로부터의 역비판과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창룡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제 4부로서 기능을 했는데 그 언론을 비판하는 그런 조직이나 사회 구조가 없었습니다. 언론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감시 견제 받는 그런 역할을, 미디어 포커스가 충실히 해와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족했던 감시 견제 장치를 완성시켰다 이렇게 볼 수 있고.”
언론의 부패와 일탈을 막는 감시자 역할도 자청하면서 미디어포커스는 먼저 자사 KBS를 포함해 방송사에 메스를 들었습니다.
선정적, 자극적 화면을 사용하는 TV뉴스의 낯 뜨거운 실태, 방송사의 빗나간 선거 결과 예측 조사, 방송사의 연말 연예인 시상식 문제 까지, 미디어포커스는 방송계에 대한 비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SBS의 베이징 올림픽 경기 막말 해설, 중계를 비롯한 방송사의 올림픽 방송 문제점을 지적했고, 제기된 문제들로 인해 일부 방송사는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방송 권력을 감시해 온 미디어포커스는 2004년 언론 개혁 시리즈를 시작으로 거대 신문의 여론 독과점 현상도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지금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거대 신문들의 상품권 등을 통한 구독자 확보 과다 경쟁에 대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미디어 포커스 (2008.6.28) : “취재진이 다가가자 조선일보 판촉 요원이 신문 구독을 권유합니다. 7개월 동안 신문 값을 안 내도 되고, 경제 신문과 상품권은 덤으로 준다고 합니다.”
기자가 대기업 돈으로 공짜 취재 여행을 하거나 후원을 한 기업에 대한 보답으로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계에 남아있는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을 들었습니다.
삼성이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에게 뿌린 협찬 상품 내역서를 입수해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 권력과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최경진 (대구카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이전의 상황과 그 이후의 상황이 달라졌는데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가.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죠. 촌지 관행이라던가, 또는 오보를 내고도 그 오보에 대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던 상황들이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등장 이후에는 거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죠. 처음에는 언론 스스로 부끄럽고 속상하고 했지만 그런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 않았나.”
언론의 고쳐지지 않는 악습뿐만 아니라 오보와 왜곡 보도, 더 나아가서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청와대에 이른바 ‘일일 보고서’를 올리는 것을 고발 보도해 이 ‘일일보고서 제출’을 사라지게 하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다양한 특집 보도를 통해 언론 발전을 위한 의제들도 제시해왔습니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공개 여부가 차단되는 정부 기록의 실태를 파헤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탐사보도에 대한 소개와 국내외 실태를 보여주는 시리즈를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방송했습니다.
<인터뷰>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미디어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경로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미디어 뉴스나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거나 무지 하거나 또는 오해하거나 이런 부분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과정들을 소개시켜 주고 특히 잘못된 부분 지적해 줌으로써 국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교육적인 효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미디어포커스의 노력은 각종 수상으로 이어졌고, 이 상들은 비평보도를 해나가는데 큰 힘을 실어줬습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지난해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에 제1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줬고 언론인권센터와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제작진에게 언론인권상과 특별상을 수여했습니다.
물론 칭찬의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수 신문을 중심으로 <미디어 포커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미디어 포커스>는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럼 미디어포커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요? 윤박사님!
<미디어 포커스>는 비판대상이 됐던 다른 언론사 특히 일부 신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날 선 공격을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어떤 부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일단 방송 초기에 이른바 적기가 파동 등 몇 가지 방송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의 빌미가 됐다고 볼 수 있고요. 지난 5년여 동안 정치적, 사회적으로 격동이 많이 있었습니다.
탄핵을 비롯해서. 그런 와중에 미디어포커스 역시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측면이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자기비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떤 현안에 대해서 각 매체들의 논조들을 보여주면서 그것에 대해서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잘잘못을 판단하게끔 하는 좀 더 세련된 진행보다는 때로는 제도적으로 판단을 강요하거나 그것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그런 측면도 적지 않게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
김기자 ,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한번 살펴보죠.
<답변>
네, 그럼 여기서, 그 동안 <미디어 포커스>로 인해 일어났던 논란을 김영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2004년 8월 14일, <미디어 포커스>의 시사만평 꼭지에 북한 군가인 ‘적기가’ 곡이 삽입됐습니다.
외주 프리랜서 음악 작업자의 실수였지만 결국은 이를 가려내지 못한 KBS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의 명백한 실책이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00회 : “적기가 멜로디가 종합 효과음 음원 중 하나로 40초가량 사용된 데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이후 <미디어 포커스>는 정치권과 언론의 색깔론 공세로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3.12.13) : “진정 미국은 한국 언론의 빅브라더인가”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2003년 12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한반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언론과 어떤 식으로 밀월 관계를 맺어왔는지 발굴 보도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3.12.13) : “경기도 남양주시. 인적이 드문 산자락 아래 위치한 전 동아일보 사장의 별장. 지난 70년 이 별장에서는 극비리에 모임 하나가 열렸다.”
동아일보는 이후 사흘 동안 한 면씩을 할애해 반박기사를 썼고 한동안 격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지난 2004년 6월 탄핵 정국 때는, 미디어포커스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는 언론학회의 ‘탄핵 방송 보고서’를 인용해 <미디어 포커스>가 탄핵 반대 입장에 치우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3월, 당시 노무현 정부가 KBS와 EBS 같은 공영방송을 ‘공공기관 운영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을 비판한 방송도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7.3.3) : “87년 6월 항쟁의 주역들이 대거 참여한 참여정부가 공영방송의 틀을 전두환 정권시절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KBS의 특집 프로그램은 자사 이기주의와 전파 남용의 예”라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대통령에게까지 버림받은 KBS’라며 미디어포커스를 비난했습니다.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8월, KBS 이사회가 공권력을 동원해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의결을 강행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미디어 포커스>가 정 사장의 사유물이냐’는 해묵은 주장을 다시 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2008.9.6) : “문제는 이런 부정확한 좌파라는 용어가 단어 선택에 좀 더 엄격해야 할 언론에서도 그 사용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겁니다.”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9월 ‘좌파’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자의적 통계로 시청자를 우롱하고 편향된 보도를 했다며 반박했습니다.
미디어포커스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다시 반박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같은 논란과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보수 언론의 비판은 거셌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200회 : “미디어 포커스는 신문의 보도 태도를 일방적으로 비판해 시비가 끊이질 않는 프로그램이다.”
“5% 안팎의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개편대상에서 빠졌다.”
“미디어 포커스, 시사 투나잇 모두가 편향 프로그램의 대표선수 격이다.”
“미디어 포커스 등 비판 신문에 시도 때도 없이 오물을 투척하는 저질 프로도 그 중 하나다.”
<질문>
언론과 권력으로부터 동시에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했던 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도 생각됩니다만, 결국 편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논란의 핵심 아니었습니까?
<답변>
네, 비판된 지점을 정리를 하면 세 부분 정도로 요약이 됩니다. 한 가지는 비판이 조중동 일부 신문에 집중됐다, 또 하나는 한나라당은 비판했고 참여정부에는 우호적이었다, 또 하나는 이념적으로 좌편향이었다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비판 지점이 요약되는데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이효용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의 쟁점은 특정 언론, 내지는 특정 정치세력만 편파적으로 비판했느냐는 것입니다.
‘미디어포커스, 동아-조선 비판이 포커스’, ‘미디어비평인가 조중동 때리기인가’
조선 중앙 동아는 미디어포커스가 이들 신문들만 상대로 표적 비평에 매달렸으며, 진보 언론과 KBS 자신에 대한 비판은 소홀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의 막대한 영향력에 비춰보면 이 신문들이 자주 비평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 “저널리즘 비평의 목표 혹은 대상이라는 것도 당연히 미디어 권력일 수밖에 없다. 그 미디어 권력이 얼마만큼 제대로 보도와 저널리즘의 사회적 수행성을 제대로 성실하게 행하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미디어포커스의 기획의도이고 사회적 서비스의 핵심적 내용이고 목표라고 한다면 조선 중앙 동아라고 하는 거대 매체, 독점 신문에 사실상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보다 엄격한 자기성찰이 필요했다는 지적 역시 있습니다.
<인터뷰>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남을 비판하고, 평가하기 위해선 자기 평가가 균형 되게 이뤄져야 되는데 실제 시청자들이 보기엔 자기비평은 없고, 남에 대한 평가가 많았고… 그것이 주로 시청자들이 보기엔 불균형성이 있다는 거죠”
<인터뷰> 주호영 (한나라당 국회의원) : “전체 보수 세력을 악으로 몰고, 진보 세력이나 참여정부는 선으로 모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고 보는 것이죠.”
<인터뷰>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 : “노무현 정권 때도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관해서 미디어포커스가 봐주거나 특정 정파라고 해서 느슨한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포커스는 친노 세력의 입’, ‘미디어포커스는 정사장 사유물인가’
언론에서도 미디어포커스가 친노, 친정연주 성격의 프로그램을 양산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중동과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미디어포커스에 ‘친정부 낙인’을 찍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했다기보단,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터져 나왔던 불만이다…그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못한 방송은 무조건 다 문제라고 공격하는, 아주 구시대적인 정치 공세가 몸에 배어 있다.”
그렇지만 미디어포커스가 비판의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그의 언론정책에 대해, 심지어는 노무현 정권과 좀 코드가 가까웠다고 하는 경향이나 한겨레에 대해 그리고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예리한 비평적 시선을 뒀더라면 그러한 부분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방송 초기부터 시작된 좌편향 논란은 이른바 ‘적기가 파문’과 ‘촛불 정국’을 지나며 증폭됐습니다.
<인터뷰>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을 비판을 하면서 배경음악으로 적기가가 깔렸다. 이 사실 자체가 충격이 엄청난 거라고 봐요, 사람들한테… 아, 이건 완전히 좌파 아니냐, 이 프로그램은… 그렇게 인식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이념논쟁 속에 미디어포커스 역시 어느 한 편으로 구분되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상당 부분 서로의 어떤 상대방 영역과의 경쟁 과정에서 자기를 차별화시키는 과정에서 공격 이데올로기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넌 좌파다, 우리가 그런 시각을 사회적으로 해버렸기 때문에 일부 방송사고 비슷하게 나왔던 적기가 사건이나 그런 사건이 어, 맞아 걔네들 진짜 좌파야, 라고 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나눠진데서 온 좌우의 문제 이념을 착용하는 것이지, 저는 미디어포커스가 좌파다, 그건 아닌거 같아요.”
<질문>
돌이켜 보면, 특히 탄핵 정국이나 촛불 정국 때 미디어포커스 편향성 논란도 심하지 않았었나 생각이 드는데요. 정말 이념적, 정치적으로 편향적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결국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인데요.
윤 박사님, 미디어포커스 지난 5년 동안 방송됐던 세부 아이템을 학술적으로 분석 작업을 하셨죠?
<답변>
네. 앞서 인터뷰에서 나온 것처럼 탄핵 정국, 촛불 정국 때 부풀려진 측면들이 있습니다.
실제 5년여 동안 방송된 육백여건의 아이템을 분석해 본 결과, 사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저널리즘 비평을 하는 그런 측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40% 정도를 차지했는데요. 그 주된 내용들은 오보나 부정확한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제일 많았고요. 또 그다음에 과장보도라든지 편파보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많았습니다.
사실 미디어 비평이 심해지면 오히려 더 언론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 있는데요. 정작 중요한 것은 오보나 부정확한 보도가 양산되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고요. 특히 조선, 중앙, 동아 같은 족벌언론의 행태라든지 유통질서를 문란 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도 예리한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전반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미디어 포커스는 정치적인 소용돌이 와중에서 우리 언론의 문제점들을 제시를 하고 언론이 좀 더 바람직하게 나아갈 방향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도 미디어포커스에 대한 비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답변>
아무래도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년여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이념논쟁이 격화됐고요. 저널리즘 차원에서 보면 분명히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좋은 보도와 그런 것들을 어긴 잘못된 보도가 있습니다.
이것을 지적하는 것은 마땅한 것이고요. 그것에 대해서 개선을 해야겠죠. 그런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서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의 차이라고 보기보다는 이념적인 차이로 인한 보도라고 일반화 시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사실 저널리즘 차원의 비판이 존재할 입지가 좁아집니다.
모든 것에 대한 이념적인 잣대로만 보면요. 그런 혼동 속에서 제대로 된 저널리즘에 비평에 대한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미디어포커스는 그 동안 외부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운영해오지 않았습니까? 미디어포커스의 제작 과정에 깊숙이 참여하셨던 분들인데 이분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답변>
예, 여기서 매주 자문회의를 통해 제작진과 논의를 하고, 또 냉정한 평가를 해 온 자문교수의 평가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미디어포커스 자문위원): “미디어포커스는 기본적으로 개혁적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보수적인 집단에 있어서는 굉장히 아픔을 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영역을 건드리는 그러한 프로그램이었겠죠. 어쩌면 미디어포커스는 그랬기 때문에 비판 받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사회적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고요.”
<질문>
윤 박사님! <미디어 포커스>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상호 비평의 활성화인데, 좀 전에 보셨듯이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
<답변>
사실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언젠가 제대로 된 상호비평 문화가 정착되리라고 보고요.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 분야뿐만 아니라, 각 분야마다 비평문화가 활성화 되지 못한 측면이 있죠.
비평을 비방과 혼동을 하고.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분야만 봤을 때도 쟁점이 되는 것이 공정성 개념입니다. 탄핵 때도 그런 것이 있었고. 과연 소극적 균형주의에 만족할 것이냐 아니면 좀 더 적극적인 공정성을 추구할 것이냐 하는 측면에 있어서, 단순히 양적 균형성으로만 보면 사실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 좀 더 바람직한 어떤 지향점을 제시하는 그런 측면으로 본다면 미디어 포커스는 상당히 그동안 여러 가지 현안들 속에서 바람직한 한국사회의 모습 미디어의 모습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김기자, 지금까지 많은 논란의 중심이었던 미디어포커스란 타이틀이 결국 내려지고 새 이름으로 바뀌게 됐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죠?
<답변>
네, 앞서 보셨듯이 일부 정치권과 일부 언론,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미디어포커스가 편향됐다, 또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초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KBS 사장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은 반대했지만 결국 프로그램명을 바꾸는 개편안이 확정됐습니다.
이병순 KBS 사장은 지난 8월 취임하면서 일부 프로그램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병순 (KBS 사장/2008.8.27) :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 받아온 프로그램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습니다."
결국 미디어포커스 이름을 미디어비평으로 바꾸고 시간대를 토요일에서 금요일 밤 11시 30분으로 옮기는 개편안이 확정 발표됐습니다.
미디어포커스 제작 기자들과 KBS 기자협회는 이에 반대했습니다.
<녹취>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미디어 포커스>라는 이름을 버리는 것은 ‘<미디어 포커스> 폐지’를 줄곧 부르짖어 온 일부 언론과 정치집단에 대한 '보여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에 대해 KBS는 개편 설명회에서 외부의 요구로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중동이나 보수단체가 요구해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명칭변경과 적절한 시간대가 어디냐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편성권자의 고유한 영역이다. 정치적 개편은 절대 아니다."
결국 미디어포커스는 5년 5개월 만에, 260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앵커 멘트>
비평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와 언론, 그리고 미디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권력과 기업은 불편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 사회에 매체 상호 비평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필요성은 크다고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 KBS는 이 역할을 계속합니다.
미디어포커스는 다음주부터 ‘미디어 비평’이란 이름으로 더욱 분발해서 매체 비평을 계속 해나갑니다. 다음 주 금요일 11시30분 미디어비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미디어포커스가 오늘로 막을 내리고 다음 주부터는 미디어 비평이란 타이틀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지난 2003년 6월 건강하고 성역 없는 미디어 상호비평을 위해 출발한지 5년 5개월 만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5년여를 돌아보면서 그 동안 미디어 포커스를 둘러싸고 일었던 사회적 파장과 논란, 그리고 그 의미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경래 기자, 그리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책임연구원인 윤호진 박사 자리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김 기자. 미디어포커스 첫 방송이 지난 2003년이었는데, 당시 첫 방송부터 사회적인 반향과 함께 KBS 내부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디어포커스 출범 당시 상황부터 들어볼까요.
<답변>
네, 당시에도 여론 시장에 일부 신문의 독과점 현상이 뚜렷했고 기자들 사회에는 서로의 잘못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 관행이 강했습니다.
물론 2003년 당시에도 MBC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지만, 대표 공영방송인 KBS에도 언론 상호 비평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미디어포커스가 만들어져 첫 전파를 탔고,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회 : “가장 개혁적이라는 정권도 KBS를 장악하려는 우를 범한 것이다. 군사독재에서 문민정부로, 여에서 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KBS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해왔다. 공영방송 KBS, 국민의 방송 KBS는 언제까지 힘 있는자, 가진 자의 편에만 설 것인가”
2003년 6월 28일, 미디어포커스는 KBS에 대한 강도 높은 ‘자기반성’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언론이 언론을 비판하지 않고, 기자가 기자를 비판하지 않으려는’ 언론계의 뿌리 깊은 관행인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KBS에 본격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민임동기 (피디저널 편집장, 당시 미디어오늘 기자) : “KBS에서도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하나 만들어져야 한다라는게 계속해서 물밑에서 요구가 있었고, 그 다음에 MBC 미디어 비평에서 여러 가지 역할들을 하기는 했지만 조금은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형을. 그게 할 곳이 어디냐, 그게 KBS밖에 없다라고 해서…”
하지만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일부 신문들은 못마땅해 하는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녹취> “공영방송의 소나기식 미디어비평은 주요 신문들에 대한 현 정부의 비판과 무관한 걸까…한시도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들이 제 눈의 들보부터 뺐으면 싶다.”
<녹취> “우리는 공영방송이 집권자의 입맛에 맞춰 언론과의 대리전을 치르는 하수인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제 이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디어포커스는 당시 현직에 남아있는 KBS 선배들에 대해서까지 혹독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회 : “5.6공 시절 권력의 옹호자로 발 벗고 나섰던 KBS인들, 그들 대부분은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출세가도를 달렸다. 광주학살의 피를 딛고 들어선 5공화국을 정당화시킨 이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는 오히려 5공의 최대 피해자인 디제이 정권하에서 제작본부장을 거쳐 KBS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인터뷰>김찬태(당시 미디어포커스 데스크) : “당시 언론계 풍토로 볼 때 내부에서 자기비판을 한다는 건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반향도 컸고 하지만 내부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기비판 없이 남을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에 이런 원칙과 가치는 지켜나가자고 하는 것이 제작진들의 분명한 의지였습니다.”
<질문>
윤박사님. KBS가 지금 시각으로 봐도 파격적인 시도를 한 셈인데, 당시 학계 등 외부에서
미디어포커스라는 새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어땠습니까?
<답변>
네, 2003년에 앞서 자료화면에도 나왔듯이 MBC, EBS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본격적인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를 방송한다는 것에 상당히 큰 기대를 걸었었죠. 특히 첫 회에 방송된 진솔한 자기비판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요. 이후에 방송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특히 특집 기획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저널리즘 강의시간에 영상교재로 활용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질문>
김 기자, 첫 방송 이후 미디어포커스가 주로 어떤 내용들을 다뤄왔는지 한번 정리해 볼까요?
<답변>
미디어포커스는 매체비평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5년이 넘도록 언론 권력을 감시하고 잘못된 취재 관행 등을 파헤쳐 왔습니다.
지난 5년여 방송을 이랑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지난 6월 언론 상호비평 프로그램으로서는 처음으로 5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2003년 6월 28일, 첫 방송이 나간 뒤 5년, 매체비평 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최장수를 한 셈입니다.
시작부터 거대 언론 권력을 상대로 강한 비평을 해왔던 미디어포커스, 비평 대상이 된 매체들로부터의 역비판과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창룡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제 4부로서 기능을 했는데 그 언론을 비판하는 그런 조직이나 사회 구조가 없었습니다. 언론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감시 견제 받는 그런 역할을, 미디어 포커스가 충실히 해와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족했던 감시 견제 장치를 완성시켰다 이렇게 볼 수 있고.”
언론의 부패와 일탈을 막는 감시자 역할도 자청하면서 미디어포커스는 먼저 자사 KBS를 포함해 방송사에 메스를 들었습니다.
선정적, 자극적 화면을 사용하는 TV뉴스의 낯 뜨거운 실태, 방송사의 빗나간 선거 결과 예측 조사, 방송사의 연말 연예인 시상식 문제 까지, 미디어포커스는 방송계에 대한 비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SBS의 베이징 올림픽 경기 막말 해설, 중계를 비롯한 방송사의 올림픽 방송 문제점을 지적했고, 제기된 문제들로 인해 일부 방송사는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방송 권력을 감시해 온 미디어포커스는 2004년 언론 개혁 시리즈를 시작으로 거대 신문의 여론 독과점 현상도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지금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거대 신문들의 상품권 등을 통한 구독자 확보 과다 경쟁에 대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미디어 포커스 (2008.6.28) : “취재진이 다가가자 조선일보 판촉 요원이 신문 구독을 권유합니다. 7개월 동안 신문 값을 안 내도 되고, 경제 신문과 상품권은 덤으로 준다고 합니다.”
기자가 대기업 돈으로 공짜 취재 여행을 하거나 후원을 한 기업에 대한 보답으로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계에 남아있는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을 들었습니다.
삼성이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에게 뿌린 협찬 상품 내역서를 입수해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 권력과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최경진 (대구카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이전의 상황과 그 이후의 상황이 달라졌는데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가.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죠. 촌지 관행이라던가, 또는 오보를 내고도 그 오보에 대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던 상황들이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등장 이후에는 거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죠. 처음에는 언론 스스로 부끄럽고 속상하고 했지만 그런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 않았나.”
언론의 고쳐지지 않는 악습뿐만 아니라 오보와 왜곡 보도, 더 나아가서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청와대에 이른바 ‘일일 보고서’를 올리는 것을 고발 보도해 이 ‘일일보고서 제출’을 사라지게 하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다양한 특집 보도를 통해 언론 발전을 위한 의제들도 제시해왔습니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공개 여부가 차단되는 정부 기록의 실태를 파헤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탐사보도에 대한 소개와 국내외 실태를 보여주는 시리즈를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방송했습니다.
<인터뷰>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미디어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경로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미디어 뉴스나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거나 무지 하거나 또는 오해하거나 이런 부분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과정들을 소개시켜 주고 특히 잘못된 부분 지적해 줌으로써 국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교육적인 효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미디어포커스의 노력은 각종 수상으로 이어졌고, 이 상들은 비평보도를 해나가는데 큰 힘을 실어줬습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지난해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에 제1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줬고 언론인권센터와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제작진에게 언론인권상과 특별상을 수여했습니다.
물론 칭찬의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수 신문을 중심으로 <미디어 포커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미디어 포커스>는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럼 미디어포커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요? 윤박사님!
<미디어 포커스>는 비판대상이 됐던 다른 언론사 특히 일부 신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날 선 공격을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어떤 부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일단 방송 초기에 이른바 적기가 파동 등 몇 가지 방송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의 빌미가 됐다고 볼 수 있고요. 지난 5년여 동안 정치적, 사회적으로 격동이 많이 있었습니다.
탄핵을 비롯해서. 그런 와중에 미디어포커스 역시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측면이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자기비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떤 현안에 대해서 각 매체들의 논조들을 보여주면서 그것에 대해서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잘잘못을 판단하게끔 하는 좀 더 세련된 진행보다는 때로는 제도적으로 판단을 강요하거나 그것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그런 측면도 적지 않게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
김기자 ,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한번 살펴보죠.
<답변>
네, 그럼 여기서, 그 동안 <미디어 포커스>로 인해 일어났던 논란을 김영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2004년 8월 14일, <미디어 포커스>의 시사만평 꼭지에 북한 군가인 ‘적기가’ 곡이 삽입됐습니다.
외주 프리랜서 음악 작업자의 실수였지만 결국은 이를 가려내지 못한 KBS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의 명백한 실책이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00회 : “적기가 멜로디가 종합 효과음 음원 중 하나로 40초가량 사용된 데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이후 <미디어 포커스>는 정치권과 언론의 색깔론 공세로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3.12.13) : “진정 미국은 한국 언론의 빅브라더인가”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2003년 12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한반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언론과 어떤 식으로 밀월 관계를 맺어왔는지 발굴 보도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3.12.13) : “경기도 남양주시. 인적이 드문 산자락 아래 위치한 전 동아일보 사장의 별장. 지난 70년 이 별장에서는 극비리에 모임 하나가 열렸다.”
동아일보는 이후 사흘 동안 한 면씩을 할애해 반박기사를 썼고 한동안 격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지난 2004년 6월 탄핵 정국 때는, 미디어포커스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는 언론학회의 ‘탄핵 방송 보고서’를 인용해 <미디어 포커스>가 탄핵 반대 입장에 치우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3월, 당시 노무현 정부가 KBS와 EBS 같은 공영방송을 ‘공공기관 운영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을 비판한 방송도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7.3.3) : “87년 6월 항쟁의 주역들이 대거 참여한 참여정부가 공영방송의 틀을 전두환 정권시절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KBS의 특집 프로그램은 자사 이기주의와 전파 남용의 예”라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대통령에게까지 버림받은 KBS’라며 미디어포커스를 비난했습니다.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8월, KBS 이사회가 공권력을 동원해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의결을 강행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미디어 포커스>가 정 사장의 사유물이냐’는 해묵은 주장을 다시 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2008.9.6) : “문제는 이런 부정확한 좌파라는 용어가 단어 선택에 좀 더 엄격해야 할 언론에서도 그 사용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겁니다.”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9월 ‘좌파’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자의적 통계로 시청자를 우롱하고 편향된 보도를 했다며 반박했습니다.
미디어포커스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다시 반박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같은 논란과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보수 언론의 비판은 거셌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200회 : “미디어 포커스는 신문의 보도 태도를 일방적으로 비판해 시비가 끊이질 않는 프로그램이다.”
“5% 안팎의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개편대상에서 빠졌다.”
“미디어 포커스, 시사 투나잇 모두가 편향 프로그램의 대표선수 격이다.”
“미디어 포커스 등 비판 신문에 시도 때도 없이 오물을 투척하는 저질 프로도 그 중 하나다.”
<질문>
언론과 권력으로부터 동시에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했던 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도 생각됩니다만, 결국 편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논란의 핵심 아니었습니까?
<답변>
네, 비판된 지점을 정리를 하면 세 부분 정도로 요약이 됩니다. 한 가지는 비판이 조중동 일부 신문에 집중됐다, 또 하나는 한나라당은 비판했고 참여정부에는 우호적이었다, 또 하나는 이념적으로 좌편향이었다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비판 지점이 요약되는데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이효용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의 쟁점은 특정 언론, 내지는 특정 정치세력만 편파적으로 비판했느냐는 것입니다.
‘미디어포커스, 동아-조선 비판이 포커스’, ‘미디어비평인가 조중동 때리기인가’
조선 중앙 동아는 미디어포커스가 이들 신문들만 상대로 표적 비평에 매달렸으며, 진보 언론과 KBS 자신에 대한 비판은 소홀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의 막대한 영향력에 비춰보면 이 신문들이 자주 비평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 “저널리즘 비평의 목표 혹은 대상이라는 것도 당연히 미디어 권력일 수밖에 없다. 그 미디어 권력이 얼마만큼 제대로 보도와 저널리즘의 사회적 수행성을 제대로 성실하게 행하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미디어포커스의 기획의도이고 사회적 서비스의 핵심적 내용이고 목표라고 한다면 조선 중앙 동아라고 하는 거대 매체, 독점 신문에 사실상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보다 엄격한 자기성찰이 필요했다는 지적 역시 있습니다.
<인터뷰>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남을 비판하고, 평가하기 위해선 자기 평가가 균형 되게 이뤄져야 되는데 실제 시청자들이 보기엔 자기비평은 없고, 남에 대한 평가가 많았고… 그것이 주로 시청자들이 보기엔 불균형성이 있다는 거죠”
<인터뷰> 주호영 (한나라당 국회의원) : “전체 보수 세력을 악으로 몰고, 진보 세력이나 참여정부는 선으로 모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고 보는 것이죠.”
<인터뷰>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 : “노무현 정권 때도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관해서 미디어포커스가 봐주거나 특정 정파라고 해서 느슨한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포커스는 친노 세력의 입’, ‘미디어포커스는 정사장 사유물인가’
언론에서도 미디어포커스가 친노, 친정연주 성격의 프로그램을 양산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중동과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미디어포커스에 ‘친정부 낙인’을 찍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했다기보단,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터져 나왔던 불만이다…그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못한 방송은 무조건 다 문제라고 공격하는, 아주 구시대적인 정치 공세가 몸에 배어 있다.”
그렇지만 미디어포커스가 비판의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그의 언론정책에 대해, 심지어는 노무현 정권과 좀 코드가 가까웠다고 하는 경향이나 한겨레에 대해 그리고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예리한 비평적 시선을 뒀더라면 그러한 부분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방송 초기부터 시작된 좌편향 논란은 이른바 ‘적기가 파문’과 ‘촛불 정국’을 지나며 증폭됐습니다.
<인터뷰>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을 비판을 하면서 배경음악으로 적기가가 깔렸다. 이 사실 자체가 충격이 엄청난 거라고 봐요, 사람들한테… 아, 이건 완전히 좌파 아니냐, 이 프로그램은… 그렇게 인식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이념논쟁 속에 미디어포커스 역시 어느 한 편으로 구분되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상당 부분 서로의 어떤 상대방 영역과의 경쟁 과정에서 자기를 차별화시키는 과정에서 공격 이데올로기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넌 좌파다, 우리가 그런 시각을 사회적으로 해버렸기 때문에 일부 방송사고 비슷하게 나왔던 적기가 사건이나 그런 사건이 어, 맞아 걔네들 진짜 좌파야, 라고 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나눠진데서 온 좌우의 문제 이념을 착용하는 것이지, 저는 미디어포커스가 좌파다, 그건 아닌거 같아요.”
<질문>
돌이켜 보면, 특히 탄핵 정국이나 촛불 정국 때 미디어포커스 편향성 논란도 심하지 않았었나 생각이 드는데요. 정말 이념적, 정치적으로 편향적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결국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인데요.
윤 박사님, 미디어포커스 지난 5년 동안 방송됐던 세부 아이템을 학술적으로 분석 작업을 하셨죠?
<답변>
네. 앞서 인터뷰에서 나온 것처럼 탄핵 정국, 촛불 정국 때 부풀려진 측면들이 있습니다.
실제 5년여 동안 방송된 육백여건의 아이템을 분석해 본 결과, 사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저널리즘 비평을 하는 그런 측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40% 정도를 차지했는데요. 그 주된 내용들은 오보나 부정확한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제일 많았고요. 또 그다음에 과장보도라든지 편파보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많았습니다.
사실 미디어 비평이 심해지면 오히려 더 언론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 있는데요. 정작 중요한 것은 오보나 부정확한 보도가 양산되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고요. 특히 조선, 중앙, 동아 같은 족벌언론의 행태라든지 유통질서를 문란 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도 예리한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전반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미디어 포커스는 정치적인 소용돌이 와중에서 우리 언론의 문제점들을 제시를 하고 언론이 좀 더 바람직하게 나아갈 방향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도 미디어포커스에 대한 비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답변>
아무래도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년여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이념논쟁이 격화됐고요. 저널리즘 차원에서 보면 분명히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좋은 보도와 그런 것들을 어긴 잘못된 보도가 있습니다.
이것을 지적하는 것은 마땅한 것이고요. 그것에 대해서 개선을 해야겠죠. 그런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서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의 차이라고 보기보다는 이념적인 차이로 인한 보도라고 일반화 시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사실 저널리즘 차원의 비판이 존재할 입지가 좁아집니다.
모든 것에 대한 이념적인 잣대로만 보면요. 그런 혼동 속에서 제대로 된 저널리즘에 비평에 대한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미디어포커스는 그 동안 외부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운영해오지 않았습니까? 미디어포커스의 제작 과정에 깊숙이 참여하셨던 분들인데 이분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답변>
예, 여기서 매주 자문회의를 통해 제작진과 논의를 하고, 또 냉정한 평가를 해 온 자문교수의 평가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미디어포커스 자문위원): “미디어포커스는 기본적으로 개혁적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보수적인 집단에 있어서는 굉장히 아픔을 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영역을 건드리는 그러한 프로그램이었겠죠. 어쩌면 미디어포커스는 그랬기 때문에 비판 받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사회적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고요.”
<질문>
윤 박사님! <미디어 포커스>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상호 비평의 활성화인데, 좀 전에 보셨듯이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
<답변>
사실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언젠가 제대로 된 상호비평 문화가 정착되리라고 보고요.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 분야뿐만 아니라, 각 분야마다 비평문화가 활성화 되지 못한 측면이 있죠.
비평을 비방과 혼동을 하고.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분야만 봤을 때도 쟁점이 되는 것이 공정성 개념입니다. 탄핵 때도 그런 것이 있었고. 과연 소극적 균형주의에 만족할 것이냐 아니면 좀 더 적극적인 공정성을 추구할 것이냐 하는 측면에 있어서, 단순히 양적 균형성으로만 보면 사실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 좀 더 바람직한 어떤 지향점을 제시하는 그런 측면으로 본다면 미디어 포커스는 상당히 그동안 여러 가지 현안들 속에서 바람직한 한국사회의 모습 미디어의 모습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김기자, 지금까지 많은 논란의 중심이었던 미디어포커스란 타이틀이 결국 내려지고 새 이름으로 바뀌게 됐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죠?
<답변>
네, 앞서 보셨듯이 일부 정치권과 일부 언론,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미디어포커스가 편향됐다, 또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초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KBS 사장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은 반대했지만 결국 프로그램명을 바꾸는 개편안이 확정됐습니다.
이병순 KBS 사장은 지난 8월 취임하면서 일부 프로그램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병순 (KBS 사장/2008.8.27) :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 받아온 프로그램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습니다."
결국 미디어포커스 이름을 미디어비평으로 바꾸고 시간대를 토요일에서 금요일 밤 11시 30분으로 옮기는 개편안이 확정 발표됐습니다.
미디어포커스 제작 기자들과 KBS 기자협회는 이에 반대했습니다.
<녹취>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미디어 포커스>라는 이름을 버리는 것은 ‘<미디어 포커스> 폐지’를 줄곧 부르짖어 온 일부 언론과 정치집단에 대한 '보여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에 대해 KBS는 개편 설명회에서 외부의 요구로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중동이나 보수단체가 요구해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명칭변경과 적절한 시간대가 어디냐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편성권자의 고유한 영역이다. 정치적 개편은 절대 아니다."
결국 미디어포커스는 5년 5개월 만에, 260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앵커 멘트>
비평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와 언론, 그리고 미디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권력과 기업은 불편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 사회에 매체 상호 비평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필요성은 크다고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 KBS는 이 역할을 계속합니다.
미디어포커스는 다음주부터 ‘미디어 비평’이란 이름으로 더욱 분발해서 매체 비평을 계속 해나갑니다. 다음 주 금요일 11시30분 미디어비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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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포커스를 말하다!
-
- 입력 2008-11-15 17:31:06
- 수정2008-11-16 18:04:44
<앵커 멘트>
미디어포커스가 오늘로 막을 내리고 다음 주부터는 미디어 비평이란 타이틀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지난 2003년 6월 건강하고 성역 없는 미디어 상호비평을 위해 출발한지 5년 5개월 만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5년여를 돌아보면서 그 동안 미디어 포커스를 둘러싸고 일었던 사회적 파장과 논란, 그리고 그 의미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경래 기자, 그리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책임연구원인 윤호진 박사 자리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김 기자. 미디어포커스 첫 방송이 지난 2003년이었는데, 당시 첫 방송부터 사회적인 반향과 함께 KBS 내부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디어포커스 출범 당시 상황부터 들어볼까요.
<답변>
네, 당시에도 여론 시장에 일부 신문의 독과점 현상이 뚜렷했고 기자들 사회에는 서로의 잘못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 관행이 강했습니다.
물론 2003년 당시에도 MBC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지만, 대표 공영방송인 KBS에도 언론 상호 비평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미디어포커스가 만들어져 첫 전파를 탔고,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회 : “가장 개혁적이라는 정권도 KBS를 장악하려는 우를 범한 것이다. 군사독재에서 문민정부로, 여에서 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KBS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해왔다. 공영방송 KBS, 국민의 방송 KBS는 언제까지 힘 있는자, 가진 자의 편에만 설 것인가”
2003년 6월 28일, 미디어포커스는 KBS에 대한 강도 높은 ‘자기반성’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언론이 언론을 비판하지 않고, 기자가 기자를 비판하지 않으려는’ 언론계의 뿌리 깊은 관행인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KBS에 본격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민임동기 (피디저널 편집장, 당시 미디어오늘 기자) : “KBS에서도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하나 만들어져야 한다라는게 계속해서 물밑에서 요구가 있었고, 그 다음에 MBC 미디어 비평에서 여러 가지 역할들을 하기는 했지만 조금은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형을. 그게 할 곳이 어디냐, 그게 KBS밖에 없다라고 해서…”
하지만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일부 신문들은 못마땅해 하는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녹취> “공영방송의 소나기식 미디어비평은 주요 신문들에 대한 현 정부의 비판과 무관한 걸까…한시도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들이 제 눈의 들보부터 뺐으면 싶다.”
<녹취> “우리는 공영방송이 집권자의 입맛에 맞춰 언론과의 대리전을 치르는 하수인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제 이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디어포커스는 당시 현직에 남아있는 KBS 선배들에 대해서까지 혹독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회 : “5.6공 시절 권력의 옹호자로 발 벗고 나섰던 KBS인들, 그들 대부분은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출세가도를 달렸다. 광주학살의 피를 딛고 들어선 5공화국을 정당화시킨 이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는 오히려 5공의 최대 피해자인 디제이 정권하에서 제작본부장을 거쳐 KBS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인터뷰>김찬태(당시 미디어포커스 데스크) : “당시 언론계 풍토로 볼 때 내부에서 자기비판을 한다는 건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반향도 컸고 하지만 내부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기비판 없이 남을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에 이런 원칙과 가치는 지켜나가자고 하는 것이 제작진들의 분명한 의지였습니다.”
<질문>
윤박사님. KBS가 지금 시각으로 봐도 파격적인 시도를 한 셈인데, 당시 학계 등 외부에서
미디어포커스라는 새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어땠습니까?
<답변>
네, 2003년에 앞서 자료화면에도 나왔듯이 MBC, EBS에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본격적인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를 방송한다는 것에 상당히 큰 기대를 걸었었죠. 특히 첫 회에 방송된 진솔한 자기비판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요. 이후에 방송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특히 특집 기획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저널리즘 강의시간에 영상교재로 활용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질문>
김 기자, 첫 방송 이후 미디어포커스가 주로 어떤 내용들을 다뤄왔는지 한번 정리해 볼까요?
<답변>
미디어포커스는 매체비평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5년이 넘도록 언론 권력을 감시하고 잘못된 취재 관행 등을 파헤쳐 왔습니다.
지난 5년여 방송을 이랑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지난 6월 언론 상호비평 프로그램으로서는 처음으로 5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2003년 6월 28일, 첫 방송이 나간 뒤 5년, 매체비평 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최장수를 한 셈입니다.
시작부터 거대 언론 권력을 상대로 강한 비평을 해왔던 미디어포커스, 비평 대상이 된 매체들로부터의 역비판과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창룡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제 4부로서 기능을 했는데 그 언론을 비판하는 그런 조직이나 사회 구조가 없었습니다. 언론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감시 견제 받는 그런 역할을, 미디어 포커스가 충실히 해와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족했던 감시 견제 장치를 완성시켰다 이렇게 볼 수 있고.”
언론의 부패와 일탈을 막는 감시자 역할도 자청하면서 미디어포커스는 먼저 자사 KBS를 포함해 방송사에 메스를 들었습니다.
선정적, 자극적 화면을 사용하는 TV뉴스의 낯 뜨거운 실태, 방송사의 빗나간 선거 결과 예측 조사, 방송사의 연말 연예인 시상식 문제 까지, 미디어포커스는 방송계에 대한 비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SBS의 베이징 올림픽 경기 막말 해설, 중계를 비롯한 방송사의 올림픽 방송 문제점을 지적했고, 제기된 문제들로 인해 일부 방송사는 방송통신심의위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방송 권력을 감시해 온 미디어포커스는 2004년 언론 개혁 시리즈를 시작으로 거대 신문의 여론 독과점 현상도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지금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거대 신문들의 상품권 등을 통한 구독자 확보 과다 경쟁에 대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미디어 포커스 (2008.6.28) : “취재진이 다가가자 조선일보 판촉 요원이 신문 구독을 권유합니다. 7개월 동안 신문 값을 안 내도 되고, 경제 신문과 상품권은 덤으로 준다고 합니다.”
기자가 대기업 돈으로 공짜 취재 여행을 하거나 후원을 한 기업에 대한 보답으로 홍보성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계에 남아있는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을 들었습니다.
삼성이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에게 뿌린 협찬 상품 내역서를 입수해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 권력과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최경진 (대구카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이전의 상황과 그 이후의 상황이 달라졌는데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가.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죠. 촌지 관행이라던가, 또는 오보를 내고도 그 오보에 대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던 상황들이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등장 이후에는 거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죠. 처음에는 언론 스스로 부끄럽고 속상하고 했지만 그런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 않았나.”
언론의 고쳐지지 않는 악습뿐만 아니라 오보와 왜곡 보도, 더 나아가서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청와대에 이른바 ‘일일 보고서’를 올리는 것을 고발 보도해 이 ‘일일보고서 제출’을 사라지게 하는 성과를 낳았습니다.
다양한 특집 보도를 통해 언론 발전을 위한 의제들도 제시해왔습니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공개 여부가 차단되는 정부 기록의 실태를 파헤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탐사보도에 대한 소개와 국내외 실태를 보여주는 시리즈를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방송했습니다.
<인터뷰>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미디어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경로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미디어 뉴스나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거나 무지 하거나 또는 오해하거나 이런 부분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과정들을 소개시켜 주고 특히 잘못된 부분 지적해 줌으로써 국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교육적인 효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미디어포커스의 노력은 각종 수상으로 이어졌고, 이 상들은 비평보도를 해나가는데 큰 힘을 실어줬습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지난해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에 제19회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줬고 언론인권센터와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제작진에게 언론인권상과 특별상을 수여했습니다.
물론 칭찬의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수 신문을 중심으로 <미디어 포커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미디어 포커스>는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그럼 미디어포커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요? 윤박사님!
<미디어 포커스>는 비판대상이 됐던 다른 언론사 특히 일부 신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날 선 공격을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어떤 부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일단 방송 초기에 이른바 적기가 파동 등 몇 가지 방송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의 빌미가 됐다고 볼 수 있고요. 지난 5년여 동안 정치적, 사회적으로 격동이 많이 있었습니다.
탄핵을 비롯해서. 그런 와중에 미디어포커스 역시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측면이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자기비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떤 현안에 대해서 각 매체들의 논조들을 보여주면서 그것에 대해서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잘잘못을 판단하게끔 하는 좀 더 세련된 진행보다는 때로는 제도적으로 판단을 강요하거나 그것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그런 측면도 적지 않게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
김기자 ,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한번 살펴보죠.
<답변>
네, 그럼 여기서, 그 동안 <미디어 포커스>로 인해 일어났던 논란을 김영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2004년 8월 14일, <미디어 포커스>의 시사만평 꼭지에 북한 군가인 ‘적기가’ 곡이 삽입됐습니다.
외주 프리랜서 음악 작업자의 실수였지만 결국은 이를 가려내지 못한 KBS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의 명백한 실책이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100회 : “적기가 멜로디가 종합 효과음 음원 중 하나로 40초가량 사용된 데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이후 <미디어 포커스>는 정치권과 언론의 색깔론 공세로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3.12.13) : “진정 미국은 한국 언론의 빅브라더인가”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2003년 12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한반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언론과 어떤 식으로 밀월 관계를 맺어왔는지 발굴 보도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3.12.13) : “경기도 남양주시. 인적이 드문 산자락 아래 위치한 전 동아일보 사장의 별장. 지난 70년 이 별장에서는 극비리에 모임 하나가 열렸다.”
동아일보는 이후 사흘 동안 한 면씩을 할애해 반박기사를 썼고 한동안 격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지난 2004년 6월 탄핵 정국 때는, 미디어포커스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는 언론학회의 ‘탄핵 방송 보고서’를 인용해 <미디어 포커스>가 탄핵 반대 입장에 치우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3월, 당시 노무현 정부가 KBS와 EBS 같은 공영방송을 ‘공공기관 운영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을 비판한 방송도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2007.3.3) : “87년 6월 항쟁의 주역들이 대거 참여한 참여정부가 공영방송의 틀을 전두환 정권시절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KBS의 특집 프로그램은 자사 이기주의와 전파 남용의 예”라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대통령에게까지 버림받은 KBS’라며 미디어포커스를 비난했습니다.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8월, KBS 이사회가 공권력을 동원해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의결을 강행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미디어 포커스>가 정 사장의 사유물이냐’는 해묵은 주장을 다시 폈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2008.9.6) : “문제는 이런 부정확한 좌파라는 용어가 단어 선택에 좀 더 엄격해야 할 언론에서도 그 사용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겁니다.”
<미디어 포커스>는 지난 9월 ‘좌파’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자의적 통계로 시청자를 우롱하고 편향된 보도를 했다며 반박했습니다.
미디어포커스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다시 반박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같은 논란과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보수 언론의 비판은 거셌습니다.
<녹취> 미디어 포커스 200회 : “미디어 포커스는 신문의 보도 태도를 일방적으로 비판해 시비가 끊이질 않는 프로그램이다.”
“5% 안팎의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개편대상에서 빠졌다.”
“미디어 포커스, 시사 투나잇 모두가 편향 프로그램의 대표선수 격이다.”
“미디어 포커스 등 비판 신문에 시도 때도 없이 오물을 투척하는 저질 프로도 그 중 하나다.”
<질문>
언론과 권력으로부터 동시에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했던 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도 생각됩니다만, 결국 편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논란의 핵심 아니었습니까?
<답변>
네, 비판된 지점을 정리를 하면 세 부분 정도로 요약이 됩니다. 한 가지는 비판이 조중동 일부 신문에 집중됐다, 또 하나는 한나라당은 비판했고 참여정부에는 우호적이었다, 또 하나는 이념적으로 좌편향이었다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비판 지점이 요약되는데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이효용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의 쟁점은 특정 언론, 내지는 특정 정치세력만 편파적으로 비판했느냐는 것입니다.
‘미디어포커스, 동아-조선 비판이 포커스’, ‘미디어비평인가 조중동 때리기인가’
조선 중앙 동아는 미디어포커스가 이들 신문들만 상대로 표적 비평에 매달렸으며, 진보 언론과 KBS 자신에 대한 비판은 소홀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의 막대한 영향력에 비춰보면 이 신문들이 자주 비평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뷰>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 “저널리즘 비평의 목표 혹은 대상이라는 것도 당연히 미디어 권력일 수밖에 없다. 그 미디어 권력이 얼마만큼 제대로 보도와 저널리즘의 사회적 수행성을 제대로 성실하게 행하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미디어포커스의 기획의도이고 사회적 서비스의 핵심적 내용이고 목표라고 한다면 조선 중앙 동아라고 하는 거대 매체, 독점 신문에 사실상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보다 엄격한 자기성찰이 필요했다는 지적 역시 있습니다.
<인터뷰>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남을 비판하고, 평가하기 위해선 자기 평가가 균형 되게 이뤄져야 되는데 실제 시청자들이 보기엔 자기비평은 없고, 남에 대한 평가가 많았고… 그것이 주로 시청자들이 보기엔 불균형성이 있다는 거죠”
<인터뷰> 주호영 (한나라당 국회의원) : “전체 보수 세력을 악으로 몰고, 진보 세력이나 참여정부는 선으로 모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고 보는 것이죠.”
<인터뷰>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 : “노무현 정권 때도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관해서 미디어포커스가 봐주거나 특정 정파라고 해서 느슨한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포커스는 친노 세력의 입’, ‘미디어포커스는 정사장 사유물인가’
언론에서도 미디어포커스가 친노, 친정연주 성격의 프로그램을 양산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중동과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미디어포커스에 ‘친정부 낙인’을 찍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했다기보단,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터져 나왔던 불만이다…그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못한 방송은 무조건 다 문제라고 공격하는, 아주 구시대적인 정치 공세가 몸에 배어 있다.”
그렇지만 미디어포커스가 비판의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그의 언론정책에 대해, 심지어는 노무현 정권과 좀 코드가 가까웠다고 하는 경향이나 한겨레에 대해 그리고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예리한 비평적 시선을 뒀더라면 그러한 부분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방송 초기부터 시작된 좌편향 논란은 이른바 ‘적기가 파문’과 ‘촛불 정국’을 지나며 증폭됐습니다.
<인터뷰>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을 비판을 하면서 배경음악으로 적기가가 깔렸다. 이 사실 자체가 충격이 엄청난 거라고 봐요, 사람들한테… 아, 이건 완전히 좌파 아니냐, 이 프로그램은… 그렇게 인식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이념논쟁 속에 미디어포커스 역시 어느 한 편으로 구분되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상당 부분 서로의 어떤 상대방 영역과의 경쟁 과정에서 자기를 차별화시키는 과정에서 공격 이데올로기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넌 좌파다, 우리가 그런 시각을 사회적으로 해버렸기 때문에 일부 방송사고 비슷하게 나왔던 적기가 사건이나 그런 사건이 어, 맞아 걔네들 진짜 좌파야, 라고 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나눠진데서 온 좌우의 문제 이념을 착용하는 것이지, 저는 미디어포커스가 좌파다, 그건 아닌거 같아요.”
<질문>
돌이켜 보면, 특히 탄핵 정국이나 촛불 정국 때 미디어포커스 편향성 논란도 심하지 않았었나 생각이 드는데요. 정말 이념적, 정치적으로 편향적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결국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인데요.
윤 박사님, 미디어포커스 지난 5년 동안 방송됐던 세부 아이템을 학술적으로 분석 작업을 하셨죠?
<답변>
네. 앞서 인터뷰에서 나온 것처럼 탄핵 정국, 촛불 정국 때 부풀려진 측면들이 있습니다.
실제 5년여 동안 방송된 육백여건의 아이템을 분석해 본 결과, 사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저널리즘 비평을 하는 그런 측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40% 정도를 차지했는데요. 그 주된 내용들은 오보나 부정확한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제일 많았고요. 또 그다음에 과장보도라든지 편파보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많았습니다.
사실 미디어 비평이 심해지면 오히려 더 언론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지적이 있는데요. 정작 중요한 것은 오보나 부정확한 보도가 양산되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고요. 특히 조선, 중앙, 동아 같은 족벌언론의 행태라든지 유통질서를 문란 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도 예리한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전반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미디어 포커스는 정치적인 소용돌이 와중에서 우리 언론의 문제점들을 제시를 하고 언론이 좀 더 바람직하게 나아갈 방향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도 미디어포커스에 대한 비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답변>
아무래도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년여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이념논쟁이 격화됐고요. 저널리즘 차원에서 보면 분명히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좋은 보도와 그런 것들을 어긴 잘못된 보도가 있습니다.
이것을 지적하는 것은 마땅한 것이고요. 그것에 대해서 개선을 해야겠죠. 그런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서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의 차이라고 보기보다는 이념적인 차이로 인한 보도라고 일반화 시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사실 저널리즘 차원의 비판이 존재할 입지가 좁아집니다.
모든 것에 대한 이념적인 잣대로만 보면요. 그런 혼동 속에서 제대로 된 저널리즘에 비평에 대한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미디어포커스는 그 동안 외부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운영해오지 않았습니까? 미디어포커스의 제작 과정에 깊숙이 참여하셨던 분들인데 이분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답변>
예, 여기서 매주 자문회의를 통해 제작진과 논의를 하고, 또 냉정한 평가를 해 온 자문교수의 평가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미디어포커스 자문위원): “미디어포커스는 기본적으로 개혁적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보수적인 집단에 있어서는 굉장히 아픔을 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영역을 건드리는 그러한 프로그램이었겠죠. 어쩌면 미디어포커스는 그랬기 때문에 비판 받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사회적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고요.”
<질문>
윤 박사님! <미디어 포커스>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상호 비평의 활성화인데, 좀 전에 보셨듯이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
<답변>
사실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언젠가 제대로 된 상호비평 문화가 정착되리라고 보고요.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 분야뿐만 아니라, 각 분야마다 비평문화가 활성화 되지 못한 측면이 있죠.
비평을 비방과 혼동을 하고.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분야만 봤을 때도 쟁점이 되는 것이 공정성 개념입니다. 탄핵 때도 그런 것이 있었고. 과연 소극적 균형주의에 만족할 것이냐 아니면 좀 더 적극적인 공정성을 추구할 것이냐 하는 측면에 있어서, 단순히 양적 균형성으로만 보면 사실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면서 좀 더 바람직한 어떤 지향점을 제시하는 그런 측면으로 본다면 미디어 포커스는 상당히 그동안 여러 가지 현안들 속에서 바람직한 한국사회의 모습 미디어의 모습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김기자, 지금까지 많은 논란의 중심이었던 미디어포커스란 타이틀이 결국 내려지고 새 이름으로 바뀌게 됐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죠?
<답변>
네, 앞서 보셨듯이 일부 정치권과 일부 언론,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미디어포커스가 편향됐다, 또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초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KBS 사장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은 반대했지만 결국 프로그램명을 바꾸는 개편안이 확정됐습니다.
이병순 KBS 사장은 지난 8월 취임하면서 일부 프로그램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병순 (KBS 사장/2008.8.27) :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비판 받아온 프로그램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습니다."
결국 미디어포커스 이름을 미디어비평으로 바꾸고 시간대를 토요일에서 금요일 밤 11시 30분으로 옮기는 개편안이 확정 발표됐습니다.
미디어포커스 제작 기자들과 KBS 기자협회는 이에 반대했습니다.
<녹취>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미디어 포커스>라는 이름을 버리는 것은 ‘<미디어 포커스> 폐지’를 줄곧 부르짖어 온 일부 언론과 정치집단에 대한 '보여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에 대해 KBS는 개편 설명회에서 외부의 요구로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중동이나 보수단체가 요구해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명칭변경과 적절한 시간대가 어디냐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편성권자의 고유한 영역이다. 정치적 개편은 절대 아니다."
결국 미디어포커스는 5년 5개월 만에, 260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앵커 멘트>
비평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와 언론, 그리고 미디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권력과 기업은 불편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 사회에 매체 상호 비평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필요성은 크다고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 KBS는 이 역할을 계속합니다.
미디어포커스는 다음주부터 ‘미디어 비평’이란 이름으로 더욱 분발해서 매체 비평을 계속 해나갑니다. 다음 주 금요일 11시30분 미디어비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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