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죽음의 산소 들이키는 소방대원

입력 2008.11.1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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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 호흡기가 심하게 부식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한 채 불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오염된 산소만 들이킨 셈입니다.

현장 추적, 박현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불길과 유독가스 속에서 작업을 해야하는 소방관들, 공기호흡기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산소통의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할 소방관들이 어찌된 일인지 부작용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김광균(인천소방본부 소방교) : "목도 많이 아프고 코가 많이 간질간질하다는 느낌 있잖아요. 그런 느낌들이 많이 있죠."

공기호흡기 내부를 잘라보았습니다.

하얗게 부식된 알루미늄 가루가 떨어져 내립니다. 이런 금속 가루가 섞인 공기를 소방대원이 그대로 마셔온 겁니다.

공기호흡기는 각종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숨통을 터주는 장비입니다.

호흡기에서 부식된 공기가 들어오면 건강에는 당연히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호흡기의 부식은 이미 3년 전에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소방당국은 압축 산소를 주입하는 충전기가 문제라는 호흡기 제공업체의 말만 믿고 충전기를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소방방재청 관계자 : " 관리부실하고 충전기하고 가장 큰 문제였죠. 충전기가 옛날에 만들어진 게 좀 부실했죠..."

결국 한 대에 2천만 원에서 6천만 원에 이르는 외제 충전기를 들여오고 부식된 공기호흡기도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올들어 인천 소방안전본부가 새로 지급된 공기호흡기를 점검한 결과 부식은 여전했습니다. 전체 3천여 개 공기호흡기 가운데 860개 정도를 점검했고 이 가운데 800개 용기에서 부식이 확인됐습니다.

136개는 부식이 너무 심해 아예 폐기됐을 정도입니다.

충전기와 공기호흡기를 모두 바꿨지만 부식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겁니다.

<인터뷰> 방원배(인천소방본부 장비 담당자) : "알루미늄이 산화가 되는 거예요. 알루미늄 자체가 수분하고 만나 이런(부식)현상이 발생하는 거죠. "

부식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기름과 각종 이물질도 호흡기 안에서 나왔습니다.

<인터뷰> 서병성(성균관대학교 산업의학과 교수) : "알루미늄 자체도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그 이외에도 축적이 되면 뇌라든지 신장 기능에도 영향을 줍니다. 오일 같은 경우 암을 일으킬 수도 있고요."

소방본부는 왜 부식이 발생하는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인천에서만 충전기를 교체하는데 든 돈은 30여억 원, 공연히 예산만 낭비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은 여전히 오염된 산소를 마시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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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죽음의 산소 들이키는 소방대원
    • 입력 2008-11-18 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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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 호흡기가 심하게 부식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한 채 불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오염된 산소만 들이킨 셈입니다. 현장 추적, 박현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불길과 유독가스 속에서 작업을 해야하는 소방관들, 공기호흡기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산소통의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할 소방관들이 어찌된 일인지 부작용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김광균(인천소방본부 소방교) : "목도 많이 아프고 코가 많이 간질간질하다는 느낌 있잖아요. 그런 느낌들이 많이 있죠." 공기호흡기 내부를 잘라보았습니다. 하얗게 부식된 알루미늄 가루가 떨어져 내립니다. 이런 금속 가루가 섞인 공기를 소방대원이 그대로 마셔온 겁니다. 공기호흡기는 각종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숨통을 터주는 장비입니다. 호흡기에서 부식된 공기가 들어오면 건강에는 당연히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호흡기의 부식은 이미 3년 전에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소방당국은 압축 산소를 주입하는 충전기가 문제라는 호흡기 제공업체의 말만 믿고 충전기를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소방방재청 관계자 : " 관리부실하고 충전기하고 가장 큰 문제였죠. 충전기가 옛날에 만들어진 게 좀 부실했죠..." 결국 한 대에 2천만 원에서 6천만 원에 이르는 외제 충전기를 들여오고 부식된 공기호흡기도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올들어 인천 소방안전본부가 새로 지급된 공기호흡기를 점검한 결과 부식은 여전했습니다. 전체 3천여 개 공기호흡기 가운데 860개 정도를 점검했고 이 가운데 800개 용기에서 부식이 확인됐습니다. 136개는 부식이 너무 심해 아예 폐기됐을 정도입니다. 충전기와 공기호흡기를 모두 바꿨지만 부식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겁니다. <인터뷰> 방원배(인천소방본부 장비 담당자) : "알루미늄이 산화가 되는 거예요. 알루미늄 자체가 수분하고 만나 이런(부식)현상이 발생하는 거죠. " 부식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기름과 각종 이물질도 호흡기 안에서 나왔습니다. <인터뷰> 서병성(성균관대학교 산업의학과 교수) : "알루미늄 자체도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그 이외에도 축적이 되면 뇌라든지 신장 기능에도 영향을 줍니다. 오일 같은 경우 암을 일으킬 수도 있고요." 소방본부는 왜 부식이 발생하는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인천에서만 충전기를 교체하는데 든 돈은 30여억 원, 공연히 예산만 낭비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은 여전히 오염된 산소를 마시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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