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지략-60대 명장 ‘빈손은 싫어’

입력 2008.11.28 (11:20) 수정 2008.11.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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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2008 프로축구 K-리그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 승자에게는 정규리그 1위 수원 삼성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을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 양팀 모두 FA컵 4강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패하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만 확보한 채 올 시즌을 '무관(無冠)'인 3위로 마감해야 한다.
양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다툼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이미지 출처 : ‘마스크맨’ 정조국(FC서울 홈페이지)]

◇ 귀네슈-김정남 '지략싸움' 승자는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터키 대표팀을 이끌고 3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지도력과 용병술을 인정받은 명장이다.
무한 경쟁 체제로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빠른 패스 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을 파고드는 것이 귀네슈 감독 전술의 특징이다.
K-리그 사령탑 가운데 65세로 최고령인 김정남 울산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백전노장다운 빼어난 지략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와 준플레이오프 연장전 종료 직전 주전 수문장 김영광을 빼고 신예 김승규를 투입하며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어냈고, 전북 현대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예상을 깨고 용병 3명을 모두 빼고 국내파 선수로만 공격진을 꾸려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어느 팀의 공격축구가 더 화끈한지도 볼거리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해 초 부임하면서부터 '수비수도 골을 넣는 공격축구'를 표방하고 있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비 축구를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김정남 감독이 "우리를 수비 축구라고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공수 균형이 잘 맞는다고 보면 된다"며 색다른 '공격축구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팀의 전적을 놓고 보면 '공격축구'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골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서울과 울산의 5차례 맞대결에서 터진 골은 겨우 5골이다. 0-0 무승부도 3차례나 된다.
상대가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비에 집중했다는 얘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지 아니면 서로 치고받는 '난타전'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인다.

◇ 서울 이상협ㆍ울산 박동혁 '결승골의 추억'

2006년 7월19일 울산과 서울의 컵대회 조별리그 10차전. 서울 이상협은 0-0이던 후반 15분 정조국과 교체돼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밟았다.
데뷔전이었지만 이상협은 이 경기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교체 투입 2분 만에 헤딩 결승골을 뿜어내며 '특급 조커'의 기질을 발휘한 것이다. 당시 컵대회 1위를 달리던 서울은 이상협의 결승골로 선두를 굳게 지켰고 결국 그해 컵대회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이로부터 1년이 조금 못된 작년 6월27일 서울과 울산은 컵대회 결승에서 또 만났고 영웅은 울산 주장인 '골넣는 수비수' 박동혁이었다.
1-0으로 이기던 전반 인저리타임 박동혁은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줘 '역적'이 될 뻔했지만 후반 17분 천금같은 헤딩 결승포를 꽂아넣으며 2-1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좋은 추억을 간직한 이상협과 박동혁이 이번 대결에서 또 팀 승리를 이끌지 기대된다.

◇ 염기훈-정조국 '황금 왼발 vs 마스크 투혼'

양팀을 공격을 이끌 대표급 공격수는 염기훈(울산)과 정조국(서울). 둘 다 부상을 털고 팀 승리를 위해 뛴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염기훈은 작년 여름 울산 이적 후 긴 부상의 터널을 빠져나와 후반기부터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26일 전북과 준플레이오프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쏘아 올렸다.
자신의 골을 '속죄골'로 표현한 염기훈은 "단기전은 분위기가 중요하다. 우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유리하다. 비교적 느린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잘 파고들어 다시 한번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올 시즌 정조국은 '비운의 사나이'였다. 1년 후배 박주영의 그늘에 빛을 보지 못하다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로 떠난 뒤 지난 9월부터 7경기 4골2도움으로 펄펄 날았지만 지난달 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광대뼈가 골절되고 말았다.
재활을 하던 정조국은 완쾌되지 않았지만 플레이오프에 맞춰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정조국은 물론 마스크를 써 부상 부위를 보호하고 울산 골문을 '정조준'한다.
서울 구단은 정조국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경기 전 선수 입장 때 에스코트 어린이 22명에게 모두 마스크를 씌우는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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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지략-60대 명장 ‘빈손은 싫어’
    • 입력 2008-11-28 11:09:07
    • 수정2008-11-28 15:37:01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2008 프로축구 K-리그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 승자에게는 정규리그 1위 수원 삼성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을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 양팀 모두 FA컵 4강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패하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만 확보한 채 올 시즌을 '무관(無冠)'인 3위로 마감해야 한다. 양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다툼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이미지 출처 : ‘마스크맨’ 정조국(FC서울 홈페이지)] ◇ 귀네슈-김정남 '지략싸움' 승자는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터키 대표팀을 이끌고 3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지도력과 용병술을 인정받은 명장이다. 무한 경쟁 체제로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빠른 패스 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을 파고드는 것이 귀네슈 감독 전술의 특징이다. K-리그 사령탑 가운데 65세로 최고령인 김정남 울산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백전노장다운 빼어난 지략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와 준플레이오프 연장전 종료 직전 주전 수문장 김영광을 빼고 신예 김승규를 투입하며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어냈고, 전북 현대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예상을 깨고 용병 3명을 모두 빼고 국내파 선수로만 공격진을 꾸려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어느 팀의 공격축구가 더 화끈한지도 볼거리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해 초 부임하면서부터 '수비수도 골을 넣는 공격축구'를 표방하고 있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비 축구를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김정남 감독이 "우리를 수비 축구라고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공수 균형이 잘 맞는다고 보면 된다"며 색다른 '공격축구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팀의 전적을 놓고 보면 '공격축구'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골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서울과 울산의 5차례 맞대결에서 터진 골은 겨우 5골이다. 0-0 무승부도 3차례나 된다. 상대가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비에 집중했다는 얘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지 아니면 서로 치고받는 '난타전'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인다. ◇ 서울 이상협ㆍ울산 박동혁 '결승골의 추억' 2006년 7월19일 울산과 서울의 컵대회 조별리그 10차전. 서울 이상협은 0-0이던 후반 15분 정조국과 교체돼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밟았다. 데뷔전이었지만 이상협은 이 경기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교체 투입 2분 만에 헤딩 결승골을 뿜어내며 '특급 조커'의 기질을 발휘한 것이다. 당시 컵대회 1위를 달리던 서울은 이상협의 결승골로 선두를 굳게 지켰고 결국 그해 컵대회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이로부터 1년이 조금 못된 작년 6월27일 서울과 울산은 컵대회 결승에서 또 만났고 영웅은 울산 주장인 '골넣는 수비수' 박동혁이었다. 1-0으로 이기던 전반 인저리타임 박동혁은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줘 '역적'이 될 뻔했지만 후반 17분 천금같은 헤딩 결승포를 꽂아넣으며 2-1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좋은 추억을 간직한 이상협과 박동혁이 이번 대결에서 또 팀 승리를 이끌지 기대된다. ◇ 염기훈-정조국 '황금 왼발 vs 마스크 투혼' 양팀을 공격을 이끌 대표급 공격수는 염기훈(울산)과 정조국(서울). 둘 다 부상을 털고 팀 승리를 위해 뛴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염기훈은 작년 여름 울산 이적 후 긴 부상의 터널을 빠져나와 후반기부터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26일 전북과 준플레이오프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쏘아 올렸다. 자신의 골을 '속죄골'로 표현한 염기훈은 "단기전은 분위기가 중요하다. 우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유리하다. 비교적 느린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잘 파고들어 다시 한번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올 시즌 정조국은 '비운의 사나이'였다. 1년 후배 박주영의 그늘에 빛을 보지 못하다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로 떠난 뒤 지난 9월부터 7경기 4골2도움으로 펄펄 날았지만 지난달 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광대뼈가 골절되고 말았다. 재활을 하던 정조국은 완쾌되지 않았지만 플레이오프에 맞춰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정조국은 물론 마스크를 써 부상 부위를 보호하고 울산 골문을 '정조준'한다. 서울 구단은 정조국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경기 전 선수 입장 때 에스코트 어린이 22명에게 모두 마스크를 씌우는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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