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잔치, 텅빈 그들만의 리그

입력 2008.12.02 (17:21) 수정 2008.12.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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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잔치가 아니라 대학농구 팀 간 작은 잔치 정도나 될까요."
아마추어 농구 최강을 가리는 농구대잔치가 해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은 꾸준히 향상하는 반면 경기 운영은 갈수록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3년부터 시작한 농구대잔치는 1994-1995 시즌 40여만 명의 관중을 유치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지만 1997년 프로농구 개막 이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농구대잔치가 열린 6천7천석 규모의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는 평균 관중은 고작 200-300명.
대학농구 최강으로 꼽히는 중앙대와 상무가 나오는 경기에서나 관중 수가 약간 늘 뿐이다.
상무와 건국대 결승이 열린 2일에도 각 대학 응원단과 농구부 선수, 학부모, 대한농구협회 관계자 등 1천여 명밖에 들어차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처럼 텅 빈 관중석이 대부분인 가운데 대회가 매년 진행된 데는 농구협회의 장기적인 전략 부재와 마케팅, 홍보 미흡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감독은 "관중도 많고 응원 열기가 있어야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고 싶은 마음이 날 텐데…"라면서 "예전보다 각 팀 경기력은 더 좋아졌지만 관중 수가 너무 적은 게 아쉽기만하다"고 말했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졸업반 선수들 기량을 점검하려고 경기장을 찾은 한 프로구단 관계자도 "농구대잔치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상무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학농구대회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남자 1,2부 통틀어 전체 18개 팀 가운데 대학팀이 아닌 팀은 상무 한 팀뿐이었다.
경기진행에서도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대다수 경기는 무리없이 진행됐지만 일부 경기에서는 심판진의 운영 미숙으로 양 감독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경기별 개인기록이 통계석에 배치된 세 명에 의해 수기되면서 기록원 성향에 따라 어시스트 등 일부 집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고농구연맹조차 지난해부터 엑셀프로그램을 활용해 개인별 성적을 전산화하는 데 반해 농구협회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농구대잔치가 다시 옛 명성을 회복하려면 한국농구연맹(KBL)과 협력해 프로와 아마 팀이 모두 참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훈재 상무 감독은 "올해 프로팀에서 2군 팀도 생겼는데 이 팀들이 농구대잔치에 참가하면 대회가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프로팀 관계자도 "농구대잔치가 발전하려면 아마와 프로가 연계를 해야한다"면서 "지금 농구대잔치로는 스폰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재정상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주최측이 대회를 운영하는 데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구협회도 올해 메인 타이틀스폰서로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의 수입이 사실상 대회 운영 예산이어서 자체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벌이기에는 당연히 힘겨울 수밖에 없는 상황.
농구협회 관계자는 "프로에도 문호는 개방됐다"면서 "KBL에서 팀이 구성돼 농구대잔치에 출전하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수용할 자세는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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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구대잔치, 텅빈 그들만의 리그
    • 입력 2008-12-02 17:05:34
    • 수정2008-12-02 17:34:54
    연합뉴스
"농구대잔치가 아니라 대학농구 팀 간 작은 잔치 정도나 될까요." 아마추어 농구 최강을 가리는 농구대잔치가 해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은 꾸준히 향상하는 반면 경기 운영은 갈수록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3년부터 시작한 농구대잔치는 1994-1995 시즌 40여만 명의 관중을 유치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지만 1997년 프로농구 개막 이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농구대잔치가 열린 6천7천석 규모의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는 평균 관중은 고작 200-300명. 대학농구 최강으로 꼽히는 중앙대와 상무가 나오는 경기에서나 관중 수가 약간 늘 뿐이다. 상무와 건국대 결승이 열린 2일에도 각 대학 응원단과 농구부 선수, 학부모, 대한농구협회 관계자 등 1천여 명밖에 들어차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처럼 텅 빈 관중석이 대부분인 가운데 대회가 매년 진행된 데는 농구협회의 장기적인 전략 부재와 마케팅, 홍보 미흡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감독은 "관중도 많고 응원 열기가 있어야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고 싶은 마음이 날 텐데…"라면서 "예전보다 각 팀 경기력은 더 좋아졌지만 관중 수가 너무 적은 게 아쉽기만하다"고 말했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졸업반 선수들 기량을 점검하려고 경기장을 찾은 한 프로구단 관계자도 "농구대잔치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상무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학농구대회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남자 1,2부 통틀어 전체 18개 팀 가운데 대학팀이 아닌 팀은 상무 한 팀뿐이었다. 경기진행에서도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대다수 경기는 무리없이 진행됐지만 일부 경기에서는 심판진의 운영 미숙으로 양 감독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경기별 개인기록이 통계석에 배치된 세 명에 의해 수기되면서 기록원 성향에 따라 어시스트 등 일부 집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고농구연맹조차 지난해부터 엑셀프로그램을 활용해 개인별 성적을 전산화하는 데 반해 농구협회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농구대잔치가 다시 옛 명성을 회복하려면 한국농구연맹(KBL)과 협력해 프로와 아마 팀이 모두 참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훈재 상무 감독은 "올해 프로팀에서 2군 팀도 생겼는데 이 팀들이 농구대잔치에 참가하면 대회가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프로팀 관계자도 "농구대잔치가 발전하려면 아마와 프로가 연계를 해야한다"면서 "지금 농구대잔치로는 스폰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재정상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주최측이 대회를 운영하는 데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구협회도 올해 메인 타이틀스폰서로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의 수입이 사실상 대회 운영 예산이어서 자체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벌이기에는 당연히 힘겨울 수밖에 없는 상황. 농구협회 관계자는 "프로에도 문호는 개방됐다"면서 "KBL에서 팀이 구성돼 농구대잔치에 출전하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수용할 자세는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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