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저축은행들, 대주주 ‘사금고’

입력 2008.12.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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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전북저축은행은 한마디로 '고양이(대주주)'에게 맡긴 '생선'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북저축은행은 대주주가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500억 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 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이모씨가 수십 개의 계좌를 동원해 우회적으로 대출을 받았고 이런 불법 대출이 모두 부실로 잡히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 6월 말 3.3%에서 9월 말 -25.5%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자신이 보유한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사업자금과 건물 신축 비용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이중 일부는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총자산 규모가 1천918억 원인 전북저축은행은 앞으로 2개월 동안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나 부실 규모가 커 쉽지 않을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자체 정상화에 실패하면 영업인가 취소 결정이 내려진다. 예금보험공사는 이 저축은행의 부실자산을 정리보험공사에 넘기고 우량자산은 가교저축은행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게 된다.
전북저축은행은 올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영업정지된 첫 금융회사다.

◇ 대주주 도덕적해이 심각
올해 상반기에 영업정지를 받은 경기 분당저축은행과 전북 현대저축은행에도 각각 320억 원, 370억 원 규모의 대주주 관련 불법 대출이 있었다.
전북 현대저축은행은 대주주가 특정회사에 90명의 이름으로 분산해 한도를 넘는 자금을 대출해준 것이 부실의 원인이 됐다. 경기 분당저축은행도 동일차주에 대한 여신한도 초과 등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3개 저축은행은 모두 불법 대출로 부실이 생겼다"며 "BIS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적기시정 조치를 받고 인수.합병(M&A) 대상이 된 4개 저축은행에도 모두 불법 대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구조조정 대상이 된 7개 저축은행에 공통으로 대주주의 사금고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경영감시 기능이 강해 대주주가 불법, 편법을 저지를 여지가 별로 없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경영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의 유형을 보면 대주주가 타인 명의 계좌를 동원해 자신이 대출을 받아 개인 용도로 쓰거나 자신이 보유한 회사에 한도를 넘어서는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저축은행은 대주주에 신용공여를 할 수 없고 동일차주에 자기자본의 25%를 대출해줄 수 없다.
대개는 수십 개의 계좌를 이용해 불법 대출을 숨기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정밀검사를 하지 않으면 잡아내기 어렵다. 올해 적발된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도 BIS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금감원이 자산과 부채를 실사하면서 적발했다.

◇ 다른 저축은행에 불똥 튀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어 다른 저축은행으로 부실 문제가 확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16.0%로 6월 말보다 2%포인트나 뛰었다.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은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같은 기간 14.3%에서 16.9%로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인 중소 상공인의 대출상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도 악화하고 있어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며 자산관리공사는 조만간 부실 PF 대출채권의 매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저축은행들의 총자산은 6월 말 현재 63조6천억 원으로 금융권 총자산 2천678억 원의 2.4%에 불과해 일부 저축은행에 부실이 발생해도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부실이 계속 쌓이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를 감안해 저축은행의 불 법대출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등 불법행위로 부실화된 저축은행에는 곧바로 영업정지 조치를 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대주주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저축은행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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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실 저축은행들, 대주주 ‘사금고’
    • 입력 2008-12-26 21:03:35
    연합뉴스
26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전북저축은행은 한마디로 '고양이(대주주)'에게 맡긴 '생선'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북저축은행은 대주주가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500억 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 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이모씨가 수십 개의 계좌를 동원해 우회적으로 대출을 받았고 이런 불법 대출이 모두 부실로 잡히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 6월 말 3.3%에서 9월 말 -25.5%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자신이 보유한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사업자금과 건물 신축 비용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이중 일부는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총자산 규모가 1천918억 원인 전북저축은행은 앞으로 2개월 동안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나 부실 규모가 커 쉽지 않을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자체 정상화에 실패하면 영업인가 취소 결정이 내려진다. 예금보험공사는 이 저축은행의 부실자산을 정리보험공사에 넘기고 우량자산은 가교저축은행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게 된다. 전북저축은행은 올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영업정지된 첫 금융회사다. ◇ 대주주 도덕적해이 심각 올해 상반기에 영업정지를 받은 경기 분당저축은행과 전북 현대저축은행에도 각각 320억 원, 370억 원 규모의 대주주 관련 불법 대출이 있었다. 전북 현대저축은행은 대주주가 특정회사에 90명의 이름으로 분산해 한도를 넘는 자금을 대출해준 것이 부실의 원인이 됐다. 경기 분당저축은행도 동일차주에 대한 여신한도 초과 등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3개 저축은행은 모두 불법 대출로 부실이 생겼다"며 "BIS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적기시정 조치를 받고 인수.합병(M&A) 대상이 된 4개 저축은행에도 모두 불법 대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구조조정 대상이 된 7개 저축은행에 공통으로 대주주의 사금고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경영감시 기능이 강해 대주주가 불법, 편법을 저지를 여지가 별로 없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경영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의 유형을 보면 대주주가 타인 명의 계좌를 동원해 자신이 대출을 받아 개인 용도로 쓰거나 자신이 보유한 회사에 한도를 넘어서는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저축은행은 대주주에 신용공여를 할 수 없고 동일차주에 자기자본의 25%를 대출해줄 수 없다. 대개는 수십 개의 계좌를 이용해 불법 대출을 숨기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정밀검사를 하지 않으면 잡아내기 어렵다. 올해 적발된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도 BIS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금감원이 자산과 부채를 실사하면서 적발했다. ◇ 다른 저축은행에 불똥 튀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어 다른 저축은행으로 부실 문제가 확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16.0%로 6월 말보다 2%포인트나 뛰었다.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은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같은 기간 14.3%에서 16.9%로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인 중소 상공인의 대출상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도 악화하고 있어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며 자산관리공사는 조만간 부실 PF 대출채권의 매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저축은행들의 총자산은 6월 말 현재 63조6천억 원으로 금융권 총자산 2천678억 원의 2.4%에 불과해 일부 저축은행에 부실이 발생해도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부실이 계속 쌓이면서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를 감안해 저축은행의 불 법대출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등 불법행위로 부실화된 저축은행에는 곧바로 영업정지 조치를 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대주주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저축은행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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