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배구단은 무늬만 프로?

입력 2008.12.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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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 프로배구 V 리그 여자부 1위팀 흥국생명의 전혀 프로답지 못한 행보가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 갑작스럽게 황현주 감독을 중도 해임한 사건은 내부의 복잡한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구단 이미지 제고와 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프로구단의 숙명을 망각한 처사다.
흥국생명은 2005-2006년에 이어 이번까지 팀을 정규 시즌 1위로 이끈 황 감독을 두 번이나 시즌 도중 해임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프로 구단 감독이 시즌 도중 해임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성적이 너무 나쁘거나 비윤리적인 일에 연루됐을 경우다.
리그 선두 팀이 시즌 도중 감독을 갈아치웠다면 감독이 범죄를 저질렀거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도덕적 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흥국생명은 '황 감독이 승부에만 집착한 나머지 부상 선수들을 마구 기용했고 '행복 스파이크, 최강 미녀군단'이라는 구단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지휘봉을 빼앗았다.
하지만 구단이 추구하는 색깔과 감독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면 시즌 후 바꾸는 게 정도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퇴장을 당해 구단 이미지를 깎았다는 황 감독과 6월 1년간 재계약했다.
지난 일은 묻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됐지만 1년도 못 가 다시 경질하면서 자신들이 해놓은 일마저 부정하는 시행착오를 또 저질렀다.
프로답지 못한 행동은 또 있다. 중간에 감독을 경질하면서 잔여 연봉을 주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황 감독은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올해는 구단의 명예를 실추할만한 일도 하지 않았다. 엎질러진 물이나 구단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내년 6월까지 잔여 연봉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3개월치만 주겠다는 말만 들었다. 구단에서는 세화여고 배구팀을 맡으라고 하는데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프로 스포츠에서건 타의로 옷을 벗은 감독이 계약 기간에 연봉을 다 받지 못한 경우는 없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한 감독은 예외이나 전액도 아닌 반액만 주겠다는 흥국생명의 생각은 기업답지 않은 발상이다. 구단 이미지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황 감독은 또 선수 기용을 둘러싸고 구단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했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았다.
미래를 생각하는 구단과 당장 성적에 집중해야 하는 감독은 언제나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단 믿었으면 감독에게 구단 운영을 맡기는 게 그간 프로 구단의 자세였다. 권한을 주고 나중에 책임을 묻는 게 순서이나 흥국생명은 '무엇이 급했는지' 시즌 중 운영에 직접 개입하기로 선택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으나 시즌 중 1위팀이 중도에 감독을 바꾸는 건 썩 좋지 않아 보인다. 잔여 연봉 지급 문제도 그동안 상식과도 어긋나는 점이 많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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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국생명 배구단은 무늬만 프로?
    • 입력 2008-12-30 11:42:45
    연합뉴스
2008-2009 프로배구 V 리그 여자부 1위팀 흥국생명의 전혀 프로답지 못한 행보가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 갑작스럽게 황현주 감독을 중도 해임한 사건은 내부의 복잡한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구단 이미지 제고와 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프로구단의 숙명을 망각한 처사다. 흥국생명은 2005-2006년에 이어 이번까지 팀을 정규 시즌 1위로 이끈 황 감독을 두 번이나 시즌 도중 해임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프로 구단 감독이 시즌 도중 해임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성적이 너무 나쁘거나 비윤리적인 일에 연루됐을 경우다. 리그 선두 팀이 시즌 도중 감독을 갈아치웠다면 감독이 범죄를 저질렀거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도덕적 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흥국생명은 '황 감독이 승부에만 집착한 나머지 부상 선수들을 마구 기용했고 '행복 스파이크, 최강 미녀군단'이라는 구단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지휘봉을 빼앗았다. 하지만 구단이 추구하는 색깔과 감독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면 시즌 후 바꾸는 게 정도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퇴장을 당해 구단 이미지를 깎았다는 황 감독과 6월 1년간 재계약했다. 지난 일은 묻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됐지만 1년도 못 가 다시 경질하면서 자신들이 해놓은 일마저 부정하는 시행착오를 또 저질렀다. 프로답지 못한 행동은 또 있다. 중간에 감독을 경질하면서 잔여 연봉을 주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황 감독은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올해는 구단의 명예를 실추할만한 일도 하지 않았다. 엎질러진 물이나 구단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내년 6월까지 잔여 연봉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3개월치만 주겠다는 말만 들었다. 구단에서는 세화여고 배구팀을 맡으라고 하는데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프로 스포츠에서건 타의로 옷을 벗은 감독이 계약 기간에 연봉을 다 받지 못한 경우는 없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한 감독은 예외이나 전액도 아닌 반액만 주겠다는 흥국생명의 생각은 기업답지 않은 발상이다. 구단 이미지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황 감독은 또 선수 기용을 둘러싸고 구단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했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았다. 미래를 생각하는 구단과 당장 성적에 집중해야 하는 감독은 언제나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단 믿었으면 감독에게 구단 운영을 맡기는 게 그간 프로 구단의 자세였다. 권한을 주고 나중에 책임을 묻는 게 순서이나 흥국생명은 '무엇이 급했는지' 시즌 중 운영에 직접 개입하기로 선택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으나 시즌 중 1위팀이 중도에 감독을 바꾸는 건 썩 좋지 않아 보인다. 잔여 연봉 지급 문제도 그동안 상식과도 어긋나는 점이 많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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