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새 시대 과제와 전망

입력 2009.01.21 (02:06) 수정 2009.01.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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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여년 미국 역사에 신기원이 열렸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 역사적 의미 만큼 중대한 과제와 막중한 책무를 안고 20일 출범했기 때문이다.
1990년초 냉전이 붕괴된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자임해온 미국은 20년도 채 안돼 대내외적으로 `제국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많은 도전과 위기에 봉착해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을 거론하면서 `제2의 건국'을 역설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오바마 정부의 어깨에 지워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일컬어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주택시장 침체에서 시작돼 금융위기를 거쳐 경제전반의 붕괴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연쇄 위기의 고리를 끊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작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그동안 `당선인'이라는 어정쩡한 신분 때문에 경제위기 극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못한 것은 물론 제대로 훈수조차 못했다. 하지만 이젠 최일선에서 경제문제 해결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당장 그는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의회가 집행을 승인한 7천억달러 가운데 나머지 3천500억달러를 효과적으로 집행, 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의회에서 심의중인 8천250억달러 규모의 감세 및 경기부양책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이를 차질없이 집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을 비롯해 일각에선 추가적인 퍼붓기 식 경기부양책이 `모럴 해저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 철저한 집행감독 대책 등을 요구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오바마로선 이를 설득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21일 경제자문회의를 소집한 것도 이런 시급성과 중대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 혼자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 오바마는 오는 4월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경제대국들의 모임인 `G-20회의'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경제위기 해결과 함께 오바마는 흑백간.종교간 국민적 통합을 이루고, 의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개혁과 변화를 통해 `미국병'도 고쳐야 한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기록 자체가 미국 사회에서 흑백차별의 획기적 진전을 상징하는 `정치적 사변'이지만 국민들이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과 관행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최근 연설에서 "보수의 미국도 없고, 진보의 미국도 없다"며 `하나의 미국'을 강조했는데, 이젠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실천을 보일 때라는 지적이다.
물론 그는 대권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몇 차례 회동하는 등 통합의 리더십을 보였지만 국민들의 갈증을 풀기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뿐만아니라 오바마는 대선 때 주제구호였던 `변화'의 세부내용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인 오바마 앞에는 대외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이라크전쟁을 책임있게 마무리하고, 아프가니스탄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오바마가 21일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 소집, 이라크.아프간전쟁 문제를 논의키로 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오바마는 선거과정에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16개월내 철군하겠다고 공약했고, 국방부에서도 곧 16개월 철군안을 포함한 이라크 대책을 보고할 예정이다.
오바마 핵심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는 최근 ABC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16개월 철군안이) 합리적인 시간표라고 믿고 있으며, 취임하자마자 약속한 대로 철군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로선 공약이행도 중요하지만 섣불리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가 이라크 사태를 다시 혼돈에 빠뜨릴 위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선택과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7년이 넘어섰지만 탈레반 및 알카에다의 세력재건으로 시간이 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아프간 사태도 시급히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아프간 전쟁에 집중할 방침임을 약속해온 오바마는 이라크처럼 아프간에도 미군을 증파할 계획이지만 이라크처럼 이런 병력증강처방이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아프간 문제를 풀기 위해선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어떤 해법을 강구할 지 주목된다.
중동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무력충돌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세력인 하마스간 가자전쟁으로 악화된 팔레스타인 사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오바마는 당장 중동전문가인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중동특사로 임명, 외교적 해법찾기에 나설 예정이지만 전망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오바마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부시 행정부가 이란, 이라크, 아프간, 파키스탄을 개별적인 문제로 다뤘다고 비판하며 통합적 외교정책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통합적 외교정책에 어떤 복안들을 담을 지도 관심이다.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등 핵확산을 막고 핵을 이용한 테러 위협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오바마는 선거과정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이른바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만나겠다며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역설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핵, 이란핵문제와 관련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이와함께 오바마는 국제사회에서 부시 행정부의 패권적 일방주의로 훼손된 미국의 리더십과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특히 오바마는 미국의 잠재적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이룰 지, 냉전 붕괴 이후 오랜 침묵 끝에 다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부심하는 러시아와 어떻게 협력체제를 구축할 지도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과의 실질적인 동맹 강화도 오바마 정부가 직면한 대외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실추된 대외이미지를 개선하는 문제와 관련, 무법과 인권유린의 상징으로, 미국이 테러용의자들을 구금했던 관타나모 기지를 언제 어떻게 폐지할 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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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취임…새 시대 과제와 전망
    • 입력 2009-01-21 02:06:33
    • 수정2009-01-21 06:50:17
    연합뉴스
230여년 미국 역사에 신기원이 열렸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 역사적 의미 만큼 중대한 과제와 막중한 책무를 안고 20일 출범했기 때문이다. 1990년초 냉전이 붕괴된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자임해온 미국은 20년도 채 안돼 대내외적으로 `제국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많은 도전과 위기에 봉착해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을 거론하면서 `제2의 건국'을 역설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오바마 정부의 어깨에 지워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일컬어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주택시장 침체에서 시작돼 금융위기를 거쳐 경제전반의 붕괴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연쇄 위기의 고리를 끊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작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그동안 `당선인'이라는 어정쩡한 신분 때문에 경제위기 극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못한 것은 물론 제대로 훈수조차 못했다. 하지만 이젠 최일선에서 경제문제 해결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당장 그는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의회가 집행을 승인한 7천억달러 가운데 나머지 3천500억달러를 효과적으로 집행, 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의회에서 심의중인 8천250억달러 규모의 감세 및 경기부양책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이를 차질없이 집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공화당을 비롯해 일각에선 추가적인 퍼붓기 식 경기부양책이 `모럴 해저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 철저한 집행감독 대책 등을 요구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오바마로선 이를 설득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21일 경제자문회의를 소집한 것도 이런 시급성과 중대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 혼자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 오바마는 오는 4월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경제대국들의 모임인 `G-20회의'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경제위기 해결과 함께 오바마는 흑백간.종교간 국민적 통합을 이루고, 의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개혁과 변화를 통해 `미국병'도 고쳐야 한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기록 자체가 미국 사회에서 흑백차별의 획기적 진전을 상징하는 `정치적 사변'이지만 국민들이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과 관행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최근 연설에서 "보수의 미국도 없고, 진보의 미국도 없다"며 `하나의 미국'을 강조했는데, 이젠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실천을 보일 때라는 지적이다. 물론 그는 대권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몇 차례 회동하는 등 통합의 리더십을 보였지만 국민들의 갈증을 풀기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뿐만아니라 오바마는 대선 때 주제구호였던 `변화'의 세부내용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인 오바마 앞에는 대외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이라크전쟁을 책임있게 마무리하고, 아프가니스탄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오바마가 21일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 소집, 이라크.아프간전쟁 문제를 논의키로 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오바마는 선거과정에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16개월내 철군하겠다고 공약했고, 국방부에서도 곧 16개월 철군안을 포함한 이라크 대책을 보고할 예정이다. 오바마 핵심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는 최근 ABC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16개월 철군안이) 합리적인 시간표라고 믿고 있으며, 취임하자마자 약속한 대로 철군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로선 공약이행도 중요하지만 섣불리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가 이라크 사태를 다시 혼돈에 빠뜨릴 위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선택과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7년이 넘어섰지만 탈레반 및 알카에다의 세력재건으로 시간이 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아프간 사태도 시급히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아프간 전쟁에 집중할 방침임을 약속해온 오바마는 이라크처럼 아프간에도 미군을 증파할 계획이지만 이라크처럼 이런 병력증강처방이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아프간 문제를 풀기 위해선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어떤 해법을 강구할 지 주목된다. 중동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무력충돌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세력인 하마스간 가자전쟁으로 악화된 팔레스타인 사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오바마는 당장 중동전문가인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중동특사로 임명, 외교적 해법찾기에 나설 예정이지만 전망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오바마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부시 행정부가 이란, 이라크, 아프간, 파키스탄을 개별적인 문제로 다뤘다고 비판하며 통합적 외교정책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통합적 외교정책에 어떤 복안들을 담을 지도 관심이다.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등 핵확산을 막고 핵을 이용한 테러 위협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오바마는 선거과정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이른바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만나겠다며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역설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핵, 이란핵문제와 관련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이와함께 오바마는 국제사회에서 부시 행정부의 패권적 일방주의로 훼손된 미국의 리더십과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특히 오바마는 미국의 잠재적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이룰 지, 냉전 붕괴 이후 오랜 침묵 끝에 다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부심하는 러시아와 어떻게 협력체제를 구축할 지도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과의 실질적인 동맹 강화도 오바마 정부가 직면한 대외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실추된 대외이미지를 개선하는 문제와 관련, 무법과 인권유린의 상징으로, 미국이 테러용의자들을 구금했던 관타나모 기지를 언제 어떻게 폐지할 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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