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했던’ 18분 취임사

입력 2009.01.2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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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신임 미 대통령은 20일 18분 30초에 걸쳐 취임사를 했다.
명연설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오바마는 `레토릭(수사)'의 거품을 걷어내고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된 연설을 선보였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와 비교할 때 오바마의 취임사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었다.
오바마 취임사에는 `우리(We)' `우리의(Our)'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했다. 지난 해 대선 당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의 연장선상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미국의 총체적 단합과 책임있는 행동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취임사에는 또한 `위기(crisis)'라는 말도 4번 등장했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안팎의 도전과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임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유럽의 호사가들이 오바마 취임사에 등장할 단어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을 꼽으며 베팅을 걸었지만, 미국이 전쟁을 수행중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외국 국가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날 오바마에게 `바통'을 넘겨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집권 2기 취임연설에서 자유 확산을 주제로 1천800단어를 사용해 17분 길이의 취임 연설을 했다.
그는 `자유'라는 단어를 27번이나 사용해 자유를 위한 투쟁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첫 취임 때는 이보다 짧은 15분을 취임사에 할애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첫 취임 때는 14분, 1997년 집권 2기 출범 때는 이보다는 훨씬 긴 22분 동안 취임사를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첫 취임사에서 선거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9차례나 변화를 거듭해 언급하면서 새로운 미국 건설을 위한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번에 퇴임하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1989년 취임 당시 직전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1년 첫 취임사에서 사용한 시간과 동일한 20분을 취임사에 썼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취임식 연설을 가장 오래한 대통령은 윌리엄 헨리 해리슨으로 혹한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시간45분에 걸쳐 무려 8천495단어나 되는 장문의 연설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열차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한 첫번째 대통령이기도 한 해리슨은 그러나 방한모와 코트도 걸치지 않은 채 장시간 연설을 하다 얻은 폐렴 때문에 결국 1개월 뒤에 사망했다.
가장 짧은 연설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집권2기 취임식 연설이다. 워싱턴 대통령은 2분 동안 135개 단어밖에 사용하지 않아 글자 그대로 짧은 연설을 했다.
한편 라디오와 TV를 통한 취임연설 중계는 1925년 존 캘빈 쿨리지 대통령과 1949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취임식이 각각 최초였고 인터넷을 통해 취임식 중계는 1997년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 때 처음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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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당했던’ 18분 취임사
    • 입력 2009-01-21 06:09:25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신임 미 대통령은 20일 18분 30초에 걸쳐 취임사를 했다. 명연설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오바마는 `레토릭(수사)'의 거품을 걷어내고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된 연설을 선보였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와 비교할 때 오바마의 취임사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었다. 오바마 취임사에는 `우리(We)' `우리의(Our)'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했다. 지난 해 대선 당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의 연장선상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미국의 총체적 단합과 책임있는 행동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취임사에는 또한 `위기(crisis)'라는 말도 4번 등장했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안팎의 도전과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임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유럽의 호사가들이 오바마 취임사에 등장할 단어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을 꼽으며 베팅을 걸었지만, 미국이 전쟁을 수행중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외국 국가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날 오바마에게 `바통'을 넘겨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집권 2기 취임연설에서 자유 확산을 주제로 1천800단어를 사용해 17분 길이의 취임 연설을 했다. 그는 `자유'라는 단어를 27번이나 사용해 자유를 위한 투쟁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첫 취임 때는 이보다 짧은 15분을 취임사에 할애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첫 취임 때는 14분, 1997년 집권 2기 출범 때는 이보다는 훨씬 긴 22분 동안 취임사를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첫 취임사에서 선거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9차례나 변화를 거듭해 언급하면서 새로운 미국 건설을 위한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번에 퇴임하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1989년 취임 당시 직전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1년 첫 취임사에서 사용한 시간과 동일한 20분을 취임사에 썼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취임식 연설을 가장 오래한 대통령은 윌리엄 헨리 해리슨으로 혹한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시간45분에 걸쳐 무려 8천495단어나 되는 장문의 연설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열차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한 첫번째 대통령이기도 한 해리슨은 그러나 방한모와 코트도 걸치지 않은 채 장시간 연설을 하다 얻은 폐렴 때문에 결국 1개월 뒤에 사망했다. 가장 짧은 연설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집권2기 취임식 연설이다. 워싱턴 대통령은 2분 동안 135개 단어밖에 사용하지 않아 글자 그대로 짧은 연설을 했다. 한편 라디오와 TV를 통한 취임연설 중계는 1925년 존 캘빈 쿨리지 대통령과 1949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취임식이 각각 최초였고 인터넷을 통해 취임식 중계는 1997년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 때 처음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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