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폐기 선언한 ‘서해경계선’ 조항은?

입력 2009.01.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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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30일 성명을 통해 남북 불가침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경계선 조항을 폐기한다고 발표해 군사적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조평통은 이날 성명에서 1992년 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공언했다.
조평통의 성명은 우리 정부가 현재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이자 사실상 '영토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서해상 무력충돌에 대한 우려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상경계선과 NLL = 북측이 언급한 불가침합의서 제2장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불가침부속합의서 제3장 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이들 조항은 서해 상에 남북 합의로 새로운 해상경계선이 선포될 때까지 NLL을 경계선으로 인정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조평통은 이날 이들 조항을 일방적으로 폐기한다고 주장, 사실상 NLL을 인정할 수 없음을 재차 선언했다.
조평통은 이와 관련, "당시 합의는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성을 미리 방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 결코 조선전쟁 교전 일방인 미국이 제멋대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실 NLL은 남북 합의로 그어진 것이 아니라 1953년 8월30일 당시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 대장에 의해 설정됐다. 클라크는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간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동해와 서해에 아측 해군과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자는 목적으로 NLL을 설정한 것.
이후 NLL은 반세기가 넘도록 실질적인 해상군사경계선 역할을 해왔으며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이를 준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과거 북측이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고수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데 이어 이번 조평통 성명에서도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이 발발한 뒤인 그해 9월2일 인민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북측 강령반도 끝단인 등산곶과 남측 굴업도 사이의 등거리점 ▲북측 웅도와 남측 서격렬비열도, 서엽도 사이의 등거리점 ▲그로부터 서남쪽의 점을 지나 북한과 중국의 해상경계선까지 연결한 선의 북쪽 해상수역을 인민군 해상군사통제수역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즉 서해 격렬비열도부터 등산곶까지의 해상 대부분을 북쪽 관할 수역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인민군 해군사령부는 2000년 3월23일에 '중대보도'를 통해 '서해 5개섬 통항질서'를 발표하고 남측 선박은 북측이 지정한 2개의 수로를 통해서만 운항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백령도와 연평도로 출.입항하는 2개 수로를 지정해 함정과 민간선박이 이곳으로만 다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무력충돌 가능성 배제못해 = 서해상에 남북이 주장하는 2개의 해상군사경계선이 존재하는 한 제3의 무력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남측은 NLL을 사실상 '영토개념'으로 인식하고 무력으로 사수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북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무력충돌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모두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남측이 이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자 기본합의서 조항 폐기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해상경계선 조항 폐기까지 선언함에 따라 서해상 무력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조평통 성명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면서 "NLL은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선으로서 현재까지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해왔고 해상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남북간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NLL을 인정하겠다고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특히 중요시하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군당국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발표 후 발령한 전군경계태세 강화 지침을 유지하고 있으며 NLL 인접 백령도와 연평도 일원에서 대북감시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유사시를 대비해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도 함정 출동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평양 일원에서 주민대피훈련 등 긴장을 조성하고 있으나 서해 함대사령부 등에서는 특이동향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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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폐기 선언한 ‘서해경계선’ 조항은?
    • 입력 2009-01-30 10:01:04
    연합뉴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30일 성명을 통해 남북 불가침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경계선 조항을 폐기한다고 발표해 군사적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조평통은 이날 성명에서 1992년 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공언했다. 조평통의 성명은 우리 정부가 현재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이자 사실상 '영토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서해상 무력충돌에 대한 우려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상경계선과 NLL = 북측이 언급한 불가침합의서 제2장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불가침부속합의서 제3장 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이들 조항은 서해 상에 남북 합의로 새로운 해상경계선이 선포될 때까지 NLL을 경계선으로 인정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조평통은 이날 이들 조항을 일방적으로 폐기한다고 주장, 사실상 NLL을 인정할 수 없음을 재차 선언했다. 조평통은 이와 관련, "당시 합의는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성을 미리 방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 결코 조선전쟁 교전 일방인 미국이 제멋대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실 NLL은 남북 합의로 그어진 것이 아니라 1953년 8월30일 당시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 대장에 의해 설정됐다. 클라크는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간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동해와 서해에 아측 해군과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자는 목적으로 NLL을 설정한 것. 이후 NLL은 반세기가 넘도록 실질적인 해상군사경계선 역할을 해왔으며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이를 준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과거 북측이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고수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데 이어 이번 조평통 성명에서도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이 발발한 뒤인 그해 9월2일 인민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북측 강령반도 끝단인 등산곶과 남측 굴업도 사이의 등거리점 ▲북측 웅도와 남측 서격렬비열도, 서엽도 사이의 등거리점 ▲그로부터 서남쪽의 점을 지나 북한과 중국의 해상경계선까지 연결한 선의 북쪽 해상수역을 인민군 해상군사통제수역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즉 서해 격렬비열도부터 등산곶까지의 해상 대부분을 북쪽 관할 수역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인민군 해군사령부는 2000년 3월23일에 '중대보도'를 통해 '서해 5개섬 통항질서'를 발표하고 남측 선박은 북측이 지정한 2개의 수로를 통해서만 운항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백령도와 연평도로 출.입항하는 2개 수로를 지정해 함정과 민간선박이 이곳으로만 다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무력충돌 가능성 배제못해 = 서해상에 남북이 주장하는 2개의 해상군사경계선이 존재하는 한 제3의 무력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남측은 NLL을 사실상 '영토개념'으로 인식하고 무력으로 사수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북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무력충돌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모두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남측이 이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자 기본합의서 조항 폐기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해상경계선 조항 폐기까지 선언함에 따라 서해상 무력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조평통 성명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면서 "NLL은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선으로서 현재까지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해왔고 해상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남북간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NLL을 인정하겠다고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특히 중요시하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군당국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발표 후 발령한 전군경계태세 강화 지침을 유지하고 있으며 NLL 인접 백령도와 연평도 일원에서 대북감시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유사시를 대비해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도 함정 출동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평양 일원에서 주민대피훈련 등 긴장을 조성하고 있으나 서해 함대사령부 등에서는 특이동향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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