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 같은 훈련장’ 허정무, 텃세에 분통

입력 2009.02.09 (06:52) 수정 2009.02.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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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훈련장 때문에 화가 났다. 오는 1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를 치르려고 테헤란에 도착해 사흘째 훈련을 하고 난 후였다.
허정무 감독은 8일 오후 테헤란의 국립축구아카데미 내 훈련구장에서 1시간40분여 훈련을 지휘하고서 한국 취재진에게 "테헤란에서 3일째 훈련했는데 제대로 된 땅에서 한 적이 없다. 텃세라면 텃세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이어진 이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11일 경기의 준비 상황을 물어오자 "운동장을 못 쓰게 해 훈련을 잘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양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웃으며 이야기는 했지만 첫 마디부터 훈련장 사정을 꺼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뜻밖의 대답이었던지 이란 기자가 '그럼 오늘은 필드가 어떠냐?'라고 궁금해하자 허 감독은 "직접 보면 알겠지만 굴곡이 심하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지난 6일 오전 테헤란에 첫발을 들여놓고 나서 애초 원했던 구장에서 한 번도 훈련하지 못했다.
6일 오후 첫 훈련은 아자디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하려 했지만, 이란축구협회에서 그라운드가 질퍽질퍽하다며 장소를 바꿔 맨땅 같은 라 아한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진행했다.
오전에 눈이 많이 내린 7일에는 국립축구아카데미 내에서 훈련했다. 하지만 눈이 녹은 운동장은 물기를 잔뜩 머금어 훈련 중 선수들이 미끄러지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대표팀은 8일에도 아자디 스타디움 보조구장을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 사정을 이유로 이란축구협회로부터 다른 훈련구장을 소개받았다.
정해성 대표팀 코치는 오전에 먼저 새 훈련장 상태를 점검하러 갔다. 숙소에서 차량으로 1시간30분 거리나 떨어져 있고, 그라운드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대표팀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전날 썼던 국립축구아카데미 내 훈련장을 다시 택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 관계자 말로는 테헤란이 건조한 편이라 배수시설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하다며 애써 이해하려 하면서도 훈련장 배정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했다.
훈련을 마친 미드필더 기성용도 "지금은 기술이나 전술 향상이 아니라 컨디션 조절과 유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운동장 상태가 안 좋다. 부상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같은 시간 한국과 숙소 건물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서 몸을 푼 이란 대표팀의 훈련장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며 "6월 우리 홈 경기 때 한강둔치를 훈련장으로 내 주자"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한국 대표팀은 역대 이란 원정에서 한 번도 못 이긴 징크스(1무2패)가 있다. 텃세 속에서도 징크스를 깨고 새로운 징크스와 역사를 만들고 싶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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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땅 같은 훈련장’ 허정무, 텃세에 분통
    • 입력 2009-02-09 06:44:44
    • 수정2009-02-09 15:31:53
    연합뉴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훈련장 때문에 화가 났다. 오는 1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를 치르려고 테헤란에 도착해 사흘째 훈련을 하고 난 후였다. 허정무 감독은 8일 오후 테헤란의 국립축구아카데미 내 훈련구장에서 1시간40분여 훈련을 지휘하고서 한국 취재진에게 "테헤란에서 3일째 훈련했는데 제대로 된 땅에서 한 적이 없다. 텃세라면 텃세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이어진 이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11일 경기의 준비 상황을 물어오자 "운동장을 못 쓰게 해 훈련을 잘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양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웃으며 이야기는 했지만 첫 마디부터 훈련장 사정을 꺼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뜻밖의 대답이었던지 이란 기자가 '그럼 오늘은 필드가 어떠냐?'라고 궁금해하자 허 감독은 "직접 보면 알겠지만 굴곡이 심하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지난 6일 오전 테헤란에 첫발을 들여놓고 나서 애초 원했던 구장에서 한 번도 훈련하지 못했다. 6일 오후 첫 훈련은 아자디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하려 했지만, 이란축구협회에서 그라운드가 질퍽질퍽하다며 장소를 바꿔 맨땅 같은 라 아한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진행했다. 오전에 눈이 많이 내린 7일에는 국립축구아카데미 내에서 훈련했다. 하지만 눈이 녹은 운동장은 물기를 잔뜩 머금어 훈련 중 선수들이 미끄러지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대표팀은 8일에도 아자디 스타디움 보조구장을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 사정을 이유로 이란축구협회로부터 다른 훈련구장을 소개받았다. 정해성 대표팀 코치는 오전에 먼저 새 훈련장 상태를 점검하러 갔다. 숙소에서 차량으로 1시간30분 거리나 떨어져 있고, 그라운드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대표팀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전날 썼던 국립축구아카데미 내 훈련장을 다시 택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 관계자 말로는 테헤란이 건조한 편이라 배수시설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하다며 애써 이해하려 하면서도 훈련장 배정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했다. 훈련을 마친 미드필더 기성용도 "지금은 기술이나 전술 향상이 아니라 컨디션 조절과 유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운동장 상태가 안 좋다. 부상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같은 시간 한국과 숙소 건물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서 몸을 푼 이란 대표팀의 훈련장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며 "6월 우리 홈 경기 때 한강둔치를 훈련장으로 내 주자"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한국 대표팀은 역대 이란 원정에서 한 번도 못 이긴 징크스(1무2패)가 있다. 텃세 속에서도 징크스를 깨고 새로운 징크스와 역사를 만들고 싶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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