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물가 급등에 시름도 커간다

입력 2009.03.03 (11:31) 수정 2009.03.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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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차라리 안 사고 안 쓴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해요."
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백화점 내 오디오 매장.
제품을 구경하던 오디오마니아 김모(26) 씨는 미국 A사가 만든 한 제품의 가격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2주 전 이곳에서 165만원을 주고 샀던 제품 가격이 20여만원가량 올라 있었던 것.
김씨는 "환율이 너무 올랐기 때문"라는 매장 직원의 말을 듣고서야 최근의 환율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새삼 느끼게 됐다.
3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천552원(마감)으로 전날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1천600원대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수입 완제품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소비자 물가도 요동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월 식료품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10.5% 올라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7%의 3배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가사용 소모품 값도 11.5%나 올랐다.
특히 환율상승에 따른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싸다고만 여겨졌던 중국산 제품값이 올라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가고 있다.
3일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선 중국산 고사리와 도라지가 2개월 전보다 200원가량 올라 ㎏당 3천500원에 판매됐다.
콩나물 가격은 1상자가 3천 원으로 작년 말과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상자에 담긴 콩나물 양은 4㎏에서 3.5㎏으로 바뀌었다.
나물가게 주인 김모(56) 씨는 "중국산도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며 "비싸니까 잘 팔리지 않아 물건을 받아놓기가 겁이 난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날 시장을 찾은 주부 홍희경(54) 씨는 "가장 싼 것들만 골라서 사고 있다"며 "이전보다 사는 양도 많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최근 자전거 매장을 찾은 주부 김모(61) 씨는 15만원 하는 중국산 자전거를 두고 `왜 이리 비싸냐'고 했다가 가게 주인으로부터 `세상 물정 모르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부류의 하나가 해외에서 공부하는 자녀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송금해야 하는 부모들이다.
딸 두 명을 외국에 유학 보낸 이모(48.개인사업) 씨는 "작년 말에는 생활비로 220만원을 보냈는데 지난달에는 280만원을 보내야 했다"고 씁쓰레했다.
2년 전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학자금을 융자받았다가 올해부터 매달 1천 달러씩 갚아나가는 회사원 김모(36.여)씨는 "환율이 1천 원일 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매달 50만원을 추가로 송금하는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 문제, 경상수지 악화, 외국인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감 등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있어 환율이 단기간 내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들 스스로 가계지출을 합리화하고 소비의 거품을 없애는 가계 구조조정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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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물가 급등에 시름도 커간다
    • 입력 2009-03-03 11:31:04
    • 수정2009-03-03 15:44:15
    연합뉴스
"요즘은 차라리 안 사고 안 쓴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해요." 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백화점 내 오디오 매장. 제품을 구경하던 오디오마니아 김모(26) 씨는 미국 A사가 만든 한 제품의 가격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2주 전 이곳에서 165만원을 주고 샀던 제품 가격이 20여만원가량 올라 있었던 것. 김씨는 "환율이 너무 올랐기 때문"라는 매장 직원의 말을 듣고서야 최근의 환율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새삼 느끼게 됐다. 3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천552원(마감)으로 전날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1천600원대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수입 완제품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소비자 물가도 요동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월 식료품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10.5% 올라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7%의 3배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가사용 소모품 값도 11.5%나 올랐다. 특히 환율상승에 따른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싸다고만 여겨졌던 중국산 제품값이 올라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가고 있다. 3일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선 중국산 고사리와 도라지가 2개월 전보다 200원가량 올라 ㎏당 3천500원에 판매됐다. 콩나물 가격은 1상자가 3천 원으로 작년 말과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상자에 담긴 콩나물 양은 4㎏에서 3.5㎏으로 바뀌었다. 나물가게 주인 김모(56) 씨는 "중국산도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며 "비싸니까 잘 팔리지 않아 물건을 받아놓기가 겁이 난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날 시장을 찾은 주부 홍희경(54) 씨는 "가장 싼 것들만 골라서 사고 있다"며 "이전보다 사는 양도 많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최근 자전거 매장을 찾은 주부 김모(61) 씨는 15만원 하는 중국산 자전거를 두고 `왜 이리 비싸냐'고 했다가 가게 주인으로부터 `세상 물정 모르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부류의 하나가 해외에서 공부하는 자녀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송금해야 하는 부모들이다. 딸 두 명을 외국에 유학 보낸 이모(48.개인사업) 씨는 "작년 말에는 생활비로 220만원을 보냈는데 지난달에는 280만원을 보내야 했다"고 씁쓰레했다. 2년 전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학자금을 융자받았다가 올해부터 매달 1천 달러씩 갚아나가는 회사원 김모(36.여)씨는 "환율이 1천 원일 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매달 50만원을 추가로 송금하는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 문제, 경상수지 악화, 외국인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감 등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있어 환율이 단기간 내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들 스스로 가계지출을 합리화하고 소비의 거품을 없애는 가계 구조조정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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