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 증시’ 기관이 급제동

입력 2009.03.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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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장중 1,000선을 밑돌았던 코스피지수가 기관 투자가와 프로그램 매매의 힘으로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브레이크 없이 낭떠러지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던 최근 증시에서 기관과 프로그램 거래가 급제동을 건 것이다.
기관들은 코스피지수가 1,000선 밑으로 내려가면 충분한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만 다소 꺾인다면 앞으로도 중요 고비마다 지수 방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코스피지수는 개장하자마자 1,000선 밑으로 급락해 오전 한때 992선까지 내려갔으나, 오후 들어서는 상승 반전해 전날보다 6.76포인트(0.66%) 오른 1,025.57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의 동반 매도에 맞서 지수를 지켜낸 것은 바로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였다. 투신권이 1천8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인 것을 비롯해 기관이 총 2천385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동안 순매도 또는 소극적인 매수로 일관했던 기관의 태도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최근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관의 매수 여력이 다소 회복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일 돈이 빠져나가 연초부터 지난달 20일까지 2천260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26일부터는 5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입돼 5일간 1천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들어 기관이 주식을 많이 팔아치운 상태여서 펀드 내 주식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데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와 매수 여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멈추고 지난해 10월과 같은 달러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진 점도 기관의 주식 매수를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됐다.
동양종금증권의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지수 1,000선 이하에서는 국내 증시의 주가장부가치비율(PBR)이 0.8배 이하로 내려가는 저평가 상태에 진입하므로 주가 매력도가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매매도 이날 증시의 반등을 이끈 또 다른 주체였다.
프로그램 매매는 그동안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냈으나, 이날은 978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투신, 보험 등의 주식 매수와 함께 지수 방어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프로그램 매수를 이끌어내려면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인 베이시스가 개선돼야 하는데, 이날 외국인이 선물 순매수에 나서면서 베이시스가 전날보다 0.9포인트가량 개선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신증권의 이승재 애널리스트는 "만약 외국인이 선물 순매수를 지속한다면 프로그램 매매에서 1조8천억원 가까운 주식 매수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외국인이 선물 매도로 돌아선다면 프로그램 수급은 다시 악화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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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떠러지 증시’ 기관이 급제동
    • 입력 2009-03-03 15:42:12
    연합뉴스
3일 장중 1,000선을 밑돌았던 코스피지수가 기관 투자가와 프로그램 매매의 힘으로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브레이크 없이 낭떠러지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던 최근 증시에서 기관과 프로그램 거래가 급제동을 건 것이다. 기관들은 코스피지수가 1,000선 밑으로 내려가면 충분한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만 다소 꺾인다면 앞으로도 중요 고비마다 지수 방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코스피지수는 개장하자마자 1,000선 밑으로 급락해 오전 한때 992선까지 내려갔으나, 오후 들어서는 상승 반전해 전날보다 6.76포인트(0.66%) 오른 1,025.57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의 동반 매도에 맞서 지수를 지켜낸 것은 바로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였다. 투신권이 1천8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인 것을 비롯해 기관이 총 2천385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동안 순매도 또는 소극적인 매수로 일관했던 기관의 태도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최근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관의 매수 여력이 다소 회복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일 돈이 빠져나가 연초부터 지난달 20일까지 2천260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26일부터는 5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입돼 5일간 1천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들어 기관이 주식을 많이 팔아치운 상태여서 펀드 내 주식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데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와 매수 여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멈추고 지난해 10월과 같은 달러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진 점도 기관의 주식 매수를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됐다. 동양종금증권의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지수 1,000선 이하에서는 국내 증시의 주가장부가치비율(PBR)이 0.8배 이하로 내려가는 저평가 상태에 진입하므로 주가 매력도가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매매도 이날 증시의 반등을 이끈 또 다른 주체였다. 프로그램 매매는 그동안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냈으나, 이날은 978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투신, 보험 등의 주식 매수와 함께 지수 방어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프로그램 매수를 이끌어내려면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인 베이시스가 개선돼야 하는데, 이날 외국인이 선물 순매수에 나서면서 베이시스가 전날보다 0.9포인트가량 개선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신증권의 이승재 애널리스트는 "만약 외국인이 선물 순매수를 지속한다면 프로그램 매매에서 1조8천억원 가까운 주식 매수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외국인이 선물 매도로 돌아선다면 프로그램 수급은 다시 악화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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