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고객 보험금 가로챈 ‘보험왕의 몰락’

입력 2009.03.09 (08:58) 수정 2009.03.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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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연간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보험왕으로 불리던 한 보험사 직원이 단골 고객들의 보험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서 고객들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수 십 억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는데요. 이호을 기자! 이게 다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였다고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설계사는 2번이나 사내 보험왕에 뽑힐 정도로 실적이 우수했는데요. 동대문 상인들 사이에선 수완이 좋아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높은 수익을 미끼로 상인들에게 돈을 받아서 보험에 가입하거나, 심지어 고객 몰래 기존 계약을 해지시키고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수법으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는데요.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한때 보험왕까지 오른 보험설계사의 사기행각을 취재했습니다.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상가입니다. 이곳 상인들은 오랫동안 보험설계사 안 모 씨에게 돈을 맡겨 왔습니다. 안 씨가 투자를 해 돈을 불려주겠다고 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꼬박꼬박 들어오던 이자가 몇 달 전부터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00 (피해자) : “1월 3일에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 사람이 연락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도 의심도 못했어요. 믿었어요. 그냥 믿었어요. 이자가 12월까지 정확하게 들어왔던 거예요.”

이때부터는 안 씨와 연락도 잘 닿지 않았습니다. 불안해진 상인들은 일단 안 씨를 통해 가입했던 보험을 확인해봤습니다. 확인해보니 자신이 보험금을 내 온 보험이 몇 달 전 해약돼 있었습니다. 상인 박 모 씨의 경우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까지 돼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00 (피해자) : “작년 4월인가 보험이 해약이 되었는데 이번에 이 사건 터지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본인 적금이 다른 사람으로 전환된 걸 알고 있냐고. 4천 만 원을 또 대출 받았더라고요. 그건 알지도 못했던 건데 안 씨가 내가 대출받았다고 했대요.”

지난 2001년부터 안 씨와 알고 지냈다는 상인 이 모 씨도 자신이 들었던 보험이 해지되어 있고, 자신도 모르는 새 10개가 넘는 보험에 가입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안 씨가 서류를 조작해 이 씨의 위임을 받은 것처럼 속여 보험을 해약하고, 받은 해약금 수 천 만원으로 또 다른 보험에 가입한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이00 (피해 상인): “제가 (보험) 4개를 들었는데 제 앞으로 (가입된 보험이) 열 댓 개도 넘어요. 그걸 제 앞으로 다 들어놓은 거예요. 해약을 했으면 (돈이) 제 통장으로 들어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 통장으로 안 들어왔어요.”

안 씨는 지난 99년 보험 영업을 시작한 뒤 1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상가를 방문했을 정도로 이 일대에서 성실한 보험설계사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안 씨는 2003년 매출이 15억 원을 넘는 등, 높은 실적을 인정받아 2004년과 2005년에 연거푸 회사 보험왕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성실함과 명성에 상인들은 쉽게 안 씨와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상인 : “그 분이 여기에서 진짜 오래 됐죠. (상가) 개점 이래 지금까지 성실하게 열심히 잘 했어요. 이미지도 좋고 성실하고 매일 와서 보험료를 수금해갔어요.”

<녹취> 상인 : “지하 1층에 매장이 500개 정도 되고 여기서부터 하여튼 다 돌았다고 보면 돼요. 보험왕도 몇 번 됐을걸요. 신문에도 나고 그랬으니까.”

특히 안 씨가 회사에서 휴식 공간으로 제공받았다는 오피스텔은 상인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안 씨는 상인들에게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며 자주 들릴 것을 권했고 상인들은 안 씨와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면서 안 씨에 대한 믿음은 더 커졌습니다.

이같은 믿음을 바탕으로 안 씨는 상인들에게 보험 외에도 투자 할 것을 권했고, 상인들은 이를 거절하지 못한 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가족들에게 빌려 안 씨에게 돈을 맡겼습니다. 상인 박 씨의 경우 안 씨에게 빌려준 돈이 7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박00 (피해자) : “그 사람이 저한테 돈을 달라고 요구를 하면 몇 날 며칠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없다고 해도 계속 얘기하다 보면 또 저한테 굉장히 잘하고 집요했어요. 나한테 집 (담보)대출 받으라고 몇 달을 조른 거야.”

지난 2005년부터 안 씨가 상인들에게 돈을 불려주겠다며 빌린 투자금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23억 원, 피해자도 10여 명에 달하는데요, 상인들은 안 씨가 거래해 온 상인들 숫자를 감안할 때 실제 피해자들과 피해 액수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상인들을 속여오던 안 씨는 지난 금요일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안 씨가 보험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들의 돈을 빼내거나 투자금을 빌려 신규 가입을 늘린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인들에게 빌린 돈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을 해약해 빌린 돈의 이자를주는 등 돌려막기를 해 온 겁니다. 안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안 씨는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식으로 금융 피라미드를 운영해 온 셈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지금까지는 거의 실적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전부 보험회사 고객들이에요. 보험금 이외에 투자한 것도 보험 고객으로 알고 지낸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피해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안 씨가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 대출을 받은 것에 대해, 보험사가 본인 확인을 정확히 하지 않아서 피해가 더 커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녹취> 박00 (피해자) : “그때(지난해 4월) 만약에 저한테 (해약) 통보가 있었으면 그 사람한테 그렇게 투자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무리 그 사람을 믿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보험사는 통상적인 절차를 따랐을 뿐 안 씨가 보험왕 출신이라고 해서 관리 감독상에 특별 대우를 해 준 것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상인들이 편하게 드나들면서 안 씨와 접촉했던 오피스텔도 휴식을 위해 제공한 것이지 영업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해당 보험사 관계자: “본인이 오지 않았을 시에는 본인 확인 할 수 있는 서류를 증거로 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 서류를 다 가지고 온 거죠. 회사가 좀 더 확실하게 계약자 의사를 확인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 아쉽고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보험사는 일단 보험사 쪽의 과실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얼마나 과실을 인정할 지도 의문인데다 개인적으로 안 씨에게 투자한 돈도 있어 상인들의 피해는 불가피해보입니다.

경찰은 안 씨가 피해자들의 돈을 모두 어디에 사용했는지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성실하고 모범적이었던 보험왕은 고객을 속이고 실적을 높이려다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됐는데요. 보험사의 직원 관리나 운영에 허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구조적인 원인도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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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고객 보험금 가로챈 ‘보험왕의 몰락’
    • 입력 2009-03-09 08:39:43
    • 수정2009-03-09 09: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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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연간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보험왕으로 불리던 한 보험사 직원이 단골 고객들의 보험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서 고객들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수 십 억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는데요. 이호을 기자! 이게 다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였다고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설계사는 2번이나 사내 보험왕에 뽑힐 정도로 실적이 우수했는데요. 동대문 상인들 사이에선 수완이 좋아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높은 수익을 미끼로 상인들에게 돈을 받아서 보험에 가입하거나, 심지어 고객 몰래 기존 계약을 해지시키고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수법으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혔는데요.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한때 보험왕까지 오른 보험설계사의 사기행각을 취재했습니다.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상가입니다. 이곳 상인들은 오랫동안 보험설계사 안 모 씨에게 돈을 맡겨 왔습니다. 안 씨가 투자를 해 돈을 불려주겠다고 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꼬박꼬박 들어오던 이자가 몇 달 전부터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00 (피해자) : “1월 3일에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 사람이 연락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도 의심도 못했어요. 믿었어요. 그냥 믿었어요. 이자가 12월까지 정확하게 들어왔던 거예요.” 이때부터는 안 씨와 연락도 잘 닿지 않았습니다. 불안해진 상인들은 일단 안 씨를 통해 가입했던 보험을 확인해봤습니다. 확인해보니 자신이 보험금을 내 온 보험이 몇 달 전 해약돼 있었습니다. 상인 박 모 씨의 경우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까지 돼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00 (피해자) : “작년 4월인가 보험이 해약이 되었는데 이번에 이 사건 터지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본인 적금이 다른 사람으로 전환된 걸 알고 있냐고. 4천 만 원을 또 대출 받았더라고요. 그건 알지도 못했던 건데 안 씨가 내가 대출받았다고 했대요.” 지난 2001년부터 안 씨와 알고 지냈다는 상인 이 모 씨도 자신이 들었던 보험이 해지되어 있고, 자신도 모르는 새 10개가 넘는 보험에 가입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안 씨가 서류를 조작해 이 씨의 위임을 받은 것처럼 속여 보험을 해약하고, 받은 해약금 수 천 만원으로 또 다른 보험에 가입한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이00 (피해 상인): “제가 (보험) 4개를 들었는데 제 앞으로 (가입된 보험이) 열 댓 개도 넘어요. 그걸 제 앞으로 다 들어놓은 거예요. 해약을 했으면 (돈이) 제 통장으로 들어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 통장으로 안 들어왔어요.” 안 씨는 지난 99년 보험 영업을 시작한 뒤 1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상가를 방문했을 정도로 이 일대에서 성실한 보험설계사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안 씨는 2003년 매출이 15억 원을 넘는 등, 높은 실적을 인정받아 2004년과 2005년에 연거푸 회사 보험왕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성실함과 명성에 상인들은 쉽게 안 씨와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상인 : “그 분이 여기에서 진짜 오래 됐죠. (상가) 개점 이래 지금까지 성실하게 열심히 잘 했어요. 이미지도 좋고 성실하고 매일 와서 보험료를 수금해갔어요.” <녹취> 상인 : “지하 1층에 매장이 500개 정도 되고 여기서부터 하여튼 다 돌았다고 보면 돼요. 보험왕도 몇 번 됐을걸요. 신문에도 나고 그랬으니까.” 특히 안 씨가 회사에서 휴식 공간으로 제공받았다는 오피스텔은 상인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안 씨는 상인들에게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며 자주 들릴 것을 권했고 상인들은 안 씨와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면서 안 씨에 대한 믿음은 더 커졌습니다. 이같은 믿음을 바탕으로 안 씨는 상인들에게 보험 외에도 투자 할 것을 권했고, 상인들은 이를 거절하지 못한 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가족들에게 빌려 안 씨에게 돈을 맡겼습니다. 상인 박 씨의 경우 안 씨에게 빌려준 돈이 7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박00 (피해자) : “그 사람이 저한테 돈을 달라고 요구를 하면 몇 날 며칠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없다고 해도 계속 얘기하다 보면 또 저한테 굉장히 잘하고 집요했어요. 나한테 집 (담보)대출 받으라고 몇 달을 조른 거야.” 지난 2005년부터 안 씨가 상인들에게 돈을 불려주겠다며 빌린 투자금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23억 원, 피해자도 10여 명에 달하는데요, 상인들은 안 씨가 거래해 온 상인들 숫자를 감안할 때 실제 피해자들과 피해 액수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상인들을 속여오던 안 씨는 지난 금요일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안 씨가 보험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들의 돈을 빼내거나 투자금을 빌려 신규 가입을 늘린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인들에게 빌린 돈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을 해약해 빌린 돈의 이자를주는 등 돌려막기를 해 온 겁니다. 안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안 씨는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식으로 금융 피라미드를 운영해 온 셈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지금까지는 거의 실적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전부 보험회사 고객들이에요. 보험금 이외에 투자한 것도 보험 고객으로 알고 지낸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피해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안 씨가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 대출을 받은 것에 대해, 보험사가 본인 확인을 정확히 하지 않아서 피해가 더 커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녹취> 박00 (피해자) : “그때(지난해 4월) 만약에 저한테 (해약) 통보가 있었으면 그 사람한테 그렇게 투자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무리 그 사람을 믿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보험사는 통상적인 절차를 따랐을 뿐 안 씨가 보험왕 출신이라고 해서 관리 감독상에 특별 대우를 해 준 것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상인들이 편하게 드나들면서 안 씨와 접촉했던 오피스텔도 휴식을 위해 제공한 것이지 영업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해당 보험사 관계자: “본인이 오지 않았을 시에는 본인 확인 할 수 있는 서류를 증거로 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 서류를 다 가지고 온 거죠. 회사가 좀 더 확실하게 계약자 의사를 확인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 아쉽고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보험사는 일단 보험사 쪽의 과실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얼마나 과실을 인정할 지도 의문인데다 개인적으로 안 씨에게 투자한 돈도 있어 상인들의 피해는 불가피해보입니다. 경찰은 안 씨가 피해자들의 돈을 모두 어디에 사용했는지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성실하고 모범적이었던 보험왕은 고객을 속이고 실적을 높이려다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됐는데요. 보험사의 직원 관리나 운영에 허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구조적인 원인도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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