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업된다면 헌혈쯤이야”

입력 2009.03.10 (09:00) 수정 2009.03.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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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같은 경제난에 젊은이들, 취업만 된다면 정말 뭐든지 하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인가요?

최근 헌혈의 집에도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김지영 기자!

취업하려고 피를 뽑는 건가요?

<리포트>

네. 최근 신입사원을 뽑을 때 헌혈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늘면서 헌혈의 집에 청년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혈액 수급난 해소에는 보탬이 되고 있지만, 헌혈이 취업 가산점을 위한 하나의 자격증이라고 생각하면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취업을 위해 피를 뽑는 것도 마다 않는 구직자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취재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헌혈의 집입니다. 헌혈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20댑니다. 순수한 헌혈자들도 많지만 취업 가산점을 위해 헌혈을 하러 오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29살인 취업 준비생 박 모 씨도 헌혈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습니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혈증서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박OO(취업 준비생) : "이력서는 한 80곳 정도 넣은 것 같은데요. 다 잘 안 돼서 이번에는 헌혈뿐만 아니라 다른 것이라도 취업을 하는데 가산점을 준다고 하면 어떤 것이라도 준비해서 이번에는 꼭 취업을 하고 싶어요."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도 미리 헌혈증서를 준비하는 추셉니다. 대학생 최 모 씨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 씨가 갖고 있는 헌혈증은 모두 5개. 적지 않은 개수지만, 최 씨는 취업 전까지 계속 헌혈을 할 생각입니다.

<녹취> 최OO(대학교 4학년) : "요즘 취직하려고 대학도 한 학기 더 다니고 석?박사도 따고 자격증도 따는 가운데 헌혈 10분 15분 그 정도 걸리는 시간이 앞으로 도움이 된다면 저뿐만 아니라 (헌혈이) 가능한 사람은 모두 하지 않을까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대학생 헌혈 인구는 지난 2007년, 56만2천 명에서 지난해 65만4천 명으로, 9만2천 명 정도 증가했습니다.

군인과 회사원 등의 헌혈이 각각 8%와 11% 정도 늘어난 반면, 대학생은 16%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요, 이 같은 증가는 취업전형에서 봉사활동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 큽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조폐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을 포함해 일부 대기업 등에서도 헌혈을 봉사활동 경력에 포함해 최고 5%의 가산점을 주고 있습니다. 입사지원서에 헌혈 횟수를 기록하는 헌혈인증이력서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100인 이상의 기업 22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채용 시, 출신학교와 학과에 이어 봉사활동 비중이 10%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공인외국어성적 보다도 높은 비중입니다. 그만큼 봉사활동 경력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인터뷰> 정재훈(취업포털사이트 관계자) : "조직과 융화를 잘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인재가 봉사활동도 잘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해온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걸 기업들이 파악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세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녹취> 백OO(대학교 3학년) : "만약에 (헌혈이)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저도 물론 하겠죠. 근데 기업이 평가를 쉽게 하려고 헌혈을 봉사활동 측정의 도구로 삼는다는 자체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은 저마다 좀 더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절박함으로 헌혈을 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전상진(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 "기업 측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어느 정도 변화했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헌혈이라고 하는 것은 숭고한 공동체 정신에서 비롯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취업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도 취업문을 뚫기 위해 헌혈의 집을 찾는 젊은이들... 청년층의 헌혈 증가는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봉사가 아닌 취업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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