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줄줄 새는 복지 예산

입력 2009.03.12 (07:29) 수정 2009.03.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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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소외 계층의 복지 지원금을 빼먹는 공직 비리가 전국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청에서 장애인 보조금 26억여 원 횡령사건이 터진 데 이어 용산과 충남 아산, 전남 해남과 경기 양평 등에서도 10억여 원을 빼돌린 사실이 또 적발됐습니다. 범행 대상은 사회가 보호해야 할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등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 예산입니다. 학업을 중단할 처지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까지 손을 댔습니다. 이런 돈으로 땅과 집을 사고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호화 생활을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범행은 길게는 5년 동안 수백 차례에 걸쳐 저질러졌지만 누구도 이를 잡아 내지 못했습니다. 이들을 감독해야 할 상급자나 자체 감사도 있으나 마나였습니다. 수 백억 원의 지원금 배분을 담당 공무원 한 사람의 양심에 맡겼다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런 주먹구구식 복지 전달 체계와 감시 시스템은 다른 자치단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공무원만의 비리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당장은 감사원의 특별 감사를 전국으로 확대해 공무원의 불법, 탈법 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처벌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복지 지원금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각종 지원금 수급 현황을 전산화해 통합 관리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전산화가 이뤄진다 해도 일선 공무원이나 중간 관리자가 남다른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다면 범죄를 막을 수 없습니다. “결재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상사 밑에서는 돈을 빼돌릴 수 없었다”는 한 공무원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금 전용통장을 만들어 차명계좌를 이용한 횡령을 막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감사 전문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합니다.
한 해 취약계층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은 전국적으로 수십조 원에 이릅니다. 추경 예산에서 더 배정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중간에서 새 나간다면 아무리 지원금을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부정부패는 국가 경쟁력을 깎아 내리는 요인입니다. 특히 공직자의 범법 행위는 국민 전체의 준법 의식까지 희석시키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복지예산 횡령사건은 단순히 개인 비리 차원이 아닌 국가의 행정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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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줄줄 새는 복지 예산
    • 입력 2009-03-12 06:26:35
    • 수정2009-03-12 07:40:26
    뉴스광장 1부
[전영제 해설위원] 소외 계층의 복지 지원금을 빼먹는 공직 비리가 전국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청에서 장애인 보조금 26억여 원 횡령사건이 터진 데 이어 용산과 충남 아산, 전남 해남과 경기 양평 등에서도 10억여 원을 빼돌린 사실이 또 적발됐습니다. 범행 대상은 사회가 보호해야 할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등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 예산입니다. 학업을 중단할 처지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까지 손을 댔습니다. 이런 돈으로 땅과 집을 사고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호화 생활을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범행은 길게는 5년 동안 수백 차례에 걸쳐 저질러졌지만 누구도 이를 잡아 내지 못했습니다. 이들을 감독해야 할 상급자나 자체 감사도 있으나 마나였습니다. 수 백억 원의 지원금 배분을 담당 공무원 한 사람의 양심에 맡겼다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런 주먹구구식 복지 전달 체계와 감시 시스템은 다른 자치단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공무원만의 비리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당장은 감사원의 특별 감사를 전국으로 확대해 공무원의 불법, 탈법 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처벌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복지 지원금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각종 지원금 수급 현황을 전산화해 통합 관리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전산화가 이뤄진다 해도 일선 공무원이나 중간 관리자가 남다른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다면 범죄를 막을 수 없습니다. “결재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상사 밑에서는 돈을 빼돌릴 수 없었다”는 한 공무원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금 전용통장을 만들어 차명계좌를 이용한 횡령을 막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감사 전문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합니다. 한 해 취약계층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은 전국적으로 수십조 원에 이릅니다. 추경 예산에서 더 배정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중간에서 새 나간다면 아무리 지원금을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부정부패는 국가 경쟁력을 깎아 내리는 요인입니다. 특히 공직자의 범법 행위는 국민 전체의 준법 의식까지 희석시키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복지예산 횡령사건은 단순히 개인 비리 차원이 아닌 국가의 행정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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