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반복…‘재판 관여’ 결정타

입력 2009.03.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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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은 "법대로 하자고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반복적인 이메일 발송이 결국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재판 관여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었지만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을 독촉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고 반복적으로 보낸데다 회의석상 발언 등을 종합하면 결국 판사들로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 사법행정의 한계, 어디까지 = 사법행정인지 재판 개입인지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조사단은 법원장이 사법행정의 일환으로 직무감독을 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 범위가 법관의 독립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 원칙에 대한 설명이나 주의 환기, 규정에 어긋나는 재판에 대한 경고, 명백한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한 주의 촉구가 아닌 이상 재판의 내용과 절차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의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 관여 여부는 발언자 의도나 상대의 인식보다는 객관적ㆍ외형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장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재판 관여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단순히 판사들이 이메일에서 압력을 느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에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전제했다.
유사한 사례가 비교적 많은 독일에서는 재판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요소와 해당 법관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주관적인 구성요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이번 사건이 우선 독일의 객관적인 유형에 포함되는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판사가 문제를 제기하는) 주관적 요건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는 법리적으로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 `이메일에 대한 온도차' = 조사단은 신 대법관이 당시 형사 단독판사에게 보낸 이메일 중 3건에 대한 신 대법관의 입장과 이를 받은 판사의 반응을 공개했다.
대상은 지난해 10월14일, 11월6일, 11월24일에 보낸 메일.
그는 첫 번째 메일에서 집시법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언급하며 "사회적으로 소모적 논쟁에 발을 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법원이 일사불란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두 번째 메일에서는 헌재가 집시법 위헌 여부에 대해 연말 전 결론을 내릴 것이며 재판부 변동을 앞두고 부담되는 사건은 넘기지 않는 것이 미덕인 만큼 통상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에는 헌재 결정이 예상보다 지연되게 됐으니 피고인이 위헌 여부를 다투지 않고 결과가 신병과 관계없다면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신 대법관은 각 메일에 대해 평소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전한 것이고 헌재 진행상황을 알리는 한편 인사이동 전 사건을 처리할 것을 독촉했을 뿐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판사에게 압력을 가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메일을 받은 일부 판사는 사법행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다른 일부는 항소부에서도 위헌 여부를 고려한다거나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려 달라는 등의 표현이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을 재촉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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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대로’ 반복…‘재판 관여’ 결정타
    • 입력 2009-03-16 17:46:19
    연합뉴스
신영철 대법관은 "법대로 하자고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반복적인 이메일 발송이 결국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재판 관여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었지만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을 독촉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고 반복적으로 보낸데다 회의석상 발언 등을 종합하면 결국 판사들로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 사법행정의 한계, 어디까지 = 사법행정인지 재판 개입인지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조사단은 법원장이 사법행정의 일환으로 직무감독을 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 범위가 법관의 독립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 원칙에 대한 설명이나 주의 환기, 규정에 어긋나는 재판에 대한 경고, 명백한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한 주의 촉구가 아닌 이상 재판의 내용과 절차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의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 관여 여부는 발언자 의도나 상대의 인식보다는 객관적ㆍ외형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장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재판 관여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단순히 판사들이 이메일에서 압력을 느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에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전제했다. 유사한 사례가 비교적 많은 독일에서는 재판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요소와 해당 법관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주관적인 구성요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이번 사건이 우선 독일의 객관적인 유형에 포함되는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판사가 문제를 제기하는) 주관적 요건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는 법리적으로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 `이메일에 대한 온도차' = 조사단은 신 대법관이 당시 형사 단독판사에게 보낸 이메일 중 3건에 대한 신 대법관의 입장과 이를 받은 판사의 반응을 공개했다. 대상은 지난해 10월14일, 11월6일, 11월24일에 보낸 메일. 그는 첫 번째 메일에서 집시법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언급하며 "사회적으로 소모적 논쟁에 발을 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법원이 일사불란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두 번째 메일에서는 헌재가 집시법 위헌 여부에 대해 연말 전 결론을 내릴 것이며 재판부 변동을 앞두고 부담되는 사건은 넘기지 않는 것이 미덕인 만큼 통상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에는 헌재 결정이 예상보다 지연되게 됐으니 피고인이 위헌 여부를 다투지 않고 결과가 신병과 관계없다면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신 대법관은 각 메일에 대해 평소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전한 것이고 헌재 진행상황을 알리는 한편 인사이동 전 사건을 처리할 것을 독촉했을 뿐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판사에게 압력을 가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메일을 받은 일부 판사는 사법행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다른 일부는 항소부에서도 위헌 여부를 고려한다거나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려 달라는 등의 표현이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을 재촉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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