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장의 숨겨진 의혹

입력 2001.03.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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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40여 년간 부모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좋은 고아원으로 언론에 소개되어 온 보육시설에 대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고아원 시설도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되어 왔으며 시설 아동들이 학대를 당하고 심지어 시설 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도 묵인되어 왔다는 의혹입니다.
곽정환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디 만졌어?
⊙피해자 A양(당시 초등학교 1학년): 여기.
⊙기자: 여기가 어디야?
⊙피해자 A양(당시 초등학교 1학년): 쉬 누는데...
⊙기자: 얼마나 아팠어?
⊙피해자 A양(당시 초등학교 1학년): 많이요.
⊙피해자 B양(당시 초등학교 2학년): 오빠 방에서 막 이상한 짓 해. 침대에서 바지 벗기고... 언니들도 안다니까.
⊙기자: 또?
⊙피해자 B양(당시 초등학교 2학년): 그건 말 못해.
⊙기자: 그거보다 더 이상해?
⊙피해자 B양(당시 초등학교 2학년): 응.
⊙기자: 초등학생들이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 곳은 서울시내 한 산기슭에 위치한 미인가 아동보호시설, 이 고아원은 지난 81년 이 그린벨트지역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이곳 원장이 40여 년간 오갈 데 없는 아동들을 보호해 왔다며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제는 각종 종교기관과 사회단체들의 자원봉사행렬이 줄을 잇습니다.
⊙기자: 성폭행이나 성폭력들?
⊙원장: 그런 건 없어요. 저희는 형제라니까요.
⊙기자: 혹시 모르실 수도?
⊙원장: 아니에요. 없어요.

⊙기자: 취재진은 20여 년간 시설에서 자라 이제는 밖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자신도 성폭행을 당했으며 원장도 사실을 알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기자: 성폭행을 몇 살때 당한 건데요?
⊙피해자 C양: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기자: 한 번?
⊙피해자 C양: 많죠. 열 번 넘게...
⊙기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원장이 알아요?
⊙피해자 C양: 알아요. 알았는데 아무말도 없었어요.
⊙기자: 취재진은 또 10년 남짓 그곳에서 자랐으며 이제는 독립해 살고 있다는 2명의 여성을 만났습니다.
이들 역시 성폭행이 시설 내에서 오래전부터 상습적으로 벌어져 왔다고 말합니다.
⊙피해자 D양: 초등학교 4학년때 ○○, ○○, 나 다 한 번씩 건드렸지, 오빠가. 지금도 기억이 잘 나는 게 창고에서 성폭행하고...
⊙피해자 E양: 언니가 원장한테 얘기했는데 오빠가 주범인 걸 알지만 애들 모아놓고 혼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다 마는 거야.
⊙자원봉사자: 안 하면 때린다. 여기 아프다 그런 얘길 하고...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원장한테 얘기했죠.

⊙기자: 시설에서는 또 지난 99년부터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면서 아동들에게 노동을 시켜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시설을 찾아가 여기 저기 널려 있는 200여 개의 콩나물통을 확인했습니다.
아동들은 콩나물을 다듬기 위해 새벽까지 일하거나 학교를 빠지기까지 했다고 제보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C양: 콩나물 팔려면 따야 되잖아요. 학교 갔다 오면 바로 따고 8시, 10시에 끝나요. 전날 못 딴 게 으면 새벽까지 따고...
⊙피해자 D양: 콩나물을 꼭 애들 학교가는 시간에 팔아야 되니까 빨리 따고 학교 가라는 식으로 말하니까...
⊙피해자 C양:: 콩나물 다 못 따서 학교 안 갔지?
⊙피해자 D양: 그래서 학교 빠졌는데, 원장은 (학교에서 전화오면) 아파서 그랬댜다 전화를 해...

⊙기자: 심지어 시설에 있는 아동들이 일을 하기 위해 지방의 한 도시에 번갈아 머문다는 제보를 접한 취재진은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강원도의 한 산골에서 개 20여 마리를 키우는 이곳에 현재는 중학교 2학년의 두 남학생이 개를 키우며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 아이들은 전학까지 해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이들은 현재 전교생 50여 명의 한 시골학교를 다닙니다.
⊙기자: 원장이 뭐하러 보냈지?
⊙인터뷰: 식당, 민박 도와주라고... 설저기하고 개밥주고...
⊙기자: 밥은 누가 해?
⊙인터뷰: 제가요.
⊙기자: 개 키우는 것도 아들 시키나?
⊙원장: 개 키우는 사람은 월급 주고 써요. 애들 일 시키는 건 저희하고 안 맞아요...
⊙기자: 지난해 말 고아원에 12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한 대기업 자원봉사단을 찾았습니다.
이 단체는 고아 외에도 30명의 성인들이 시설에 보호 중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고 고아원 이전을 위한 시설까지 지원했습니다.
⊙H그룹 자원봉사 회장: 이사를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고 상황을 보니까 막 너무 딱하게 되어 있는 그런 상황이어서 보일러 공사 정도...
⊙기자: 하지만 아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위해 보일러를 시공한 원장 큰 딸 소유의 건물 지하층은 다른 교회에 세를 내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아이들과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장은 이 건물 5층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입자: 다른 교회에 세 들었구요, 현재 집주인은 5층에 살아요. 한 목사님인데, 5층으로 가 보세요.
⊙기자: 다시 찾아간 취재진에게 원장은 현재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동들의 피해사실을 확인해야 할 노원구청 가정복지과는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원구청 가정복지과 담당자: 확인이 어려우니까... 방문해서 원장과 얘기해 보고 그런식으로 밖에...

⊙조흥식(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설사 관리자가 아이에 대해서 학대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버려 둔다면 그래서 아이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하나의 방임이고 그것은 명백한 아동학대입니다.
⊙이명숙(변호사/아동학대예방협회 이사): 원생들을 보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 줘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하지 않고 노동을 하도록 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나 혹사죄가 경우에 따라서 적용이 될 수가 있고요...
⊙기자: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조차 지난 10여 년간 성폭행이 상습적으로 저질러져 왔는지 이제 사실확인과 아동보호를 위해 나설 곳은 수사기관을 비롯한 국가기관뿐입니다.
KBS뉴스 곽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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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아원장의 숨겨진 의혹
    • 입력 2001-03-23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지난 40여 년간 부모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좋은 고아원으로 언론에 소개되어 온 보육시설에 대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고아원 시설도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되어 왔으며 시설 아동들이 학대를 당하고 심지어 시설 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도 묵인되어 왔다는 의혹입니다. 곽정환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디 만졌어? ⊙피해자 A양(당시 초등학교 1학년): 여기. ⊙기자: 여기가 어디야? ⊙피해자 A양(당시 초등학교 1학년): 쉬 누는데... ⊙기자: 얼마나 아팠어? ⊙피해자 A양(당시 초등학교 1학년): 많이요. ⊙피해자 B양(당시 초등학교 2학년): 오빠 방에서 막 이상한 짓 해. 침대에서 바지 벗기고... 언니들도 안다니까. ⊙기자: 또? ⊙피해자 B양(당시 초등학교 2학년): 그건 말 못해. ⊙기자: 그거보다 더 이상해? ⊙피해자 B양(당시 초등학교 2학년): 응. ⊙기자: 초등학생들이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 곳은 서울시내 한 산기슭에 위치한 미인가 아동보호시설, 이 고아원은 지난 81년 이 그린벨트지역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이곳 원장이 40여 년간 오갈 데 없는 아동들을 보호해 왔다며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제는 각종 종교기관과 사회단체들의 자원봉사행렬이 줄을 잇습니다. ⊙기자: 성폭행이나 성폭력들? ⊙원장: 그런 건 없어요. 저희는 형제라니까요. ⊙기자: 혹시 모르실 수도? ⊙원장: 아니에요. 없어요. ⊙기자: 취재진은 20여 년간 시설에서 자라 이제는 밖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자신도 성폭행을 당했으며 원장도 사실을 알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기자: 성폭행을 몇 살때 당한 건데요? ⊙피해자 C양: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기자: 한 번? ⊙피해자 C양: 많죠. 열 번 넘게... ⊙기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원장이 알아요? ⊙피해자 C양: 알아요. 알았는데 아무말도 없었어요. ⊙기자: 취재진은 또 10년 남짓 그곳에서 자랐으며 이제는 독립해 살고 있다는 2명의 여성을 만났습니다. 이들 역시 성폭행이 시설 내에서 오래전부터 상습적으로 벌어져 왔다고 말합니다. ⊙피해자 D양: 초등학교 4학년때 ○○, ○○, 나 다 한 번씩 건드렸지, 오빠가. 지금도 기억이 잘 나는 게 창고에서 성폭행하고... ⊙피해자 E양: 언니가 원장한테 얘기했는데 오빠가 주범인 걸 알지만 애들 모아놓고 혼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다 마는 거야. ⊙자원봉사자: 안 하면 때린다. 여기 아프다 그런 얘길 하고...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원장한테 얘기했죠. ⊙기자: 시설에서는 또 지난 99년부터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면서 아동들에게 노동을 시켜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시설을 찾아가 여기 저기 널려 있는 200여 개의 콩나물통을 확인했습니다. 아동들은 콩나물을 다듬기 위해 새벽까지 일하거나 학교를 빠지기까지 했다고 제보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C양: 콩나물 팔려면 따야 되잖아요. 학교 갔다 오면 바로 따고 8시, 10시에 끝나요. 전날 못 딴 게 으면 새벽까지 따고... ⊙피해자 D양: 콩나물을 꼭 애들 학교가는 시간에 팔아야 되니까 빨리 따고 학교 가라는 식으로 말하니까... ⊙피해자 C양:: 콩나물 다 못 따서 학교 안 갔지? ⊙피해자 D양: 그래서 학교 빠졌는데, 원장은 (학교에서 전화오면) 아파서 그랬댜다 전화를 해... ⊙기자: 심지어 시설에 있는 아동들이 일을 하기 위해 지방의 한 도시에 번갈아 머문다는 제보를 접한 취재진은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강원도의 한 산골에서 개 20여 마리를 키우는 이곳에 현재는 중학교 2학년의 두 남학생이 개를 키우며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 아이들은 전학까지 해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이들은 현재 전교생 50여 명의 한 시골학교를 다닙니다. ⊙기자: 원장이 뭐하러 보냈지? ⊙인터뷰: 식당, 민박 도와주라고... 설저기하고 개밥주고... ⊙기자: 밥은 누가 해? ⊙인터뷰: 제가요. ⊙기자: 개 키우는 것도 아들 시키나? ⊙원장: 개 키우는 사람은 월급 주고 써요. 애들 일 시키는 건 저희하고 안 맞아요... ⊙기자: 지난해 말 고아원에 12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한 대기업 자원봉사단을 찾았습니다. 이 단체는 고아 외에도 30명의 성인들이 시설에 보호 중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고 고아원 이전을 위한 시설까지 지원했습니다. ⊙H그룹 자원봉사 회장: 이사를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고 상황을 보니까 막 너무 딱하게 되어 있는 그런 상황이어서 보일러 공사 정도... ⊙기자: 하지만 아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위해 보일러를 시공한 원장 큰 딸 소유의 건물 지하층은 다른 교회에 세를 내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아이들과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장은 이 건물 5층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입자: 다른 교회에 세 들었구요, 현재 집주인은 5층에 살아요. 한 목사님인데, 5층으로 가 보세요. ⊙기자: 다시 찾아간 취재진에게 원장은 현재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동들의 피해사실을 확인해야 할 노원구청 가정복지과는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원구청 가정복지과 담당자: 확인이 어려우니까... 방문해서 원장과 얘기해 보고 그런식으로 밖에... ⊙조흥식(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설사 관리자가 아이에 대해서 학대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버려 둔다면 그래서 아이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하나의 방임이고 그것은 명백한 아동학대입니다. ⊙이명숙(변호사/아동학대예방협회 이사): 원생들을 보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 줘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하지 않고 노동을 하도록 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나 혹사죄가 경우에 따라서 적용이 될 수가 있고요... ⊙기자: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조차 지난 10여 년간 성폭행이 상습적으로 저질러져 왔는지 이제 사실확인과 아동보호를 위해 나설 곳은 수사기관을 비롯한 국가기관뿐입니다. KBS뉴스 곽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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