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온난화, 농산물 재배 지도 바꿨다

입력 2009.03.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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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 특성이 바뀌고 있죠.

과일의 재배 지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과하면 대구 사과를 으뜸으로 치죠. 30년 전 사과 재배는 대구를 비롯해 영주, 의성 등 경북 지역이 주축이었는데요.

이제는 재배 지역이 북상해서 강원도 영월, 양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과일의 지역 명성도 달라질 판인데요, 아예 열대 과일로 승부하는 농가도 늘고 있습니다.

모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음성의 한 과수원, 여기서 재배하는 건 다름 아닌 열대 과일 구아버입니다.

열대 과일을 우리나라 같은 온대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건 지하수를 데워 온도를 높이는 경작법 덕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초여름 같은 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3월에도 난방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이기현(경원농장 대표) : "수년 전에는 가온을 해야 했거든요, 근데 요즘 같은 때는 날씨가 워낙 따뜻하니까 야간에 가온을 안 해도 구아버가 너무 잘 자라요."

연료비가 줄어 수익이 늘자 구아버 농장은 최근 10년 새 60여 곳으로 급증했습니다.

경기도 연천과 파주 등 최북단에서도 재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본격 상륙한 것은 이 구아버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열대 과일들도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재배 면적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망고, 용과, 아떼모야 등 이름조차 생소했던 과일들은 이제 제주 특산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파파야 역시 전라남도 곡성에서 지난해부터 본격 재배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기존 과수 농가는 경작지를 옮겨야 할 형편입니다.

복숭아의 경우 정부 특성화 지역으로 선정된 곳은 뜻밖에도 강원도 춘천.

경상북도에서 강원도로 주무대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사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강원도 영월은 몇 년 사이 새롭게 뜨고 있는 사과 산지입니다.

<녹취> 채수면(농업인) :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상당히 안 좋은 재앙이죠. 그런데 영월로 봐서는 행운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죠."

온난화로 사과의 맛도 변하고 있습니다.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당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이면 작황 포기 상태, 때문에 지난 15년 간 재배 면적이 44%나 줄었습니다.

<녹취> 이인복(원예연구소 원예환경과) : "과일도 작아지고 착색도 잘 되지 않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거든요."

포도는 경북 영천, 김천에서 충북 옥천, 영동으로, 녹차는 전남 보성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쌀보리는 충남 아산에서 인천 강화로 재배지가 일제히 북상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 기온 상승폭은 1.5도.

앞으로 10년 안에 1.2도가 더 오른다니, 이제 정말 사과 대신 열대 과일을 먹는 날이 올 지 모릅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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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 온난화, 농산물 재배 지도 바꿨다
    • 입력 2009-03-25 20:24:34
    뉴스타임
<앵커 멘트>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 특성이 바뀌고 있죠. 과일의 재배 지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과하면 대구 사과를 으뜸으로 치죠. 30년 전 사과 재배는 대구를 비롯해 영주, 의성 등 경북 지역이 주축이었는데요. 이제는 재배 지역이 북상해서 강원도 영월, 양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과일의 지역 명성도 달라질 판인데요, 아예 열대 과일로 승부하는 농가도 늘고 있습니다. 모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음성의 한 과수원, 여기서 재배하는 건 다름 아닌 열대 과일 구아버입니다. 열대 과일을 우리나라 같은 온대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건 지하수를 데워 온도를 높이는 경작법 덕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초여름 같은 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3월에도 난방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이기현(경원농장 대표) : "수년 전에는 가온을 해야 했거든요, 근데 요즘 같은 때는 날씨가 워낙 따뜻하니까 야간에 가온을 안 해도 구아버가 너무 잘 자라요." 연료비가 줄어 수익이 늘자 구아버 농장은 최근 10년 새 60여 곳으로 급증했습니다. 경기도 연천과 파주 등 최북단에서도 재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본격 상륙한 것은 이 구아버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열대 과일들도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재배 면적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망고, 용과, 아떼모야 등 이름조차 생소했던 과일들은 이제 제주 특산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파파야 역시 전라남도 곡성에서 지난해부터 본격 재배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기존 과수 농가는 경작지를 옮겨야 할 형편입니다. 복숭아의 경우 정부 특성화 지역으로 선정된 곳은 뜻밖에도 강원도 춘천. 경상북도에서 강원도로 주무대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사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강원도 영월은 몇 년 사이 새롭게 뜨고 있는 사과 산지입니다. <녹취> 채수면(농업인) : "전 세계적으로 보면 상당히 안 좋은 재앙이죠. 그런데 영월로 봐서는 행운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죠." 온난화로 사과의 맛도 변하고 있습니다.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당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이면 작황 포기 상태, 때문에 지난 15년 간 재배 면적이 44%나 줄었습니다. <녹취> 이인복(원예연구소 원예환경과) : "과일도 작아지고 착색도 잘 되지 않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거든요." 포도는 경북 영천, 김천에서 충북 옥천, 영동으로, 녹차는 전남 보성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쌀보리는 충남 아산에서 인천 강화로 재배지가 일제히 북상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 기온 상승폭은 1.5도. 앞으로 10년 안에 1.2도가 더 오른다니, 이제 정말 사과 대신 열대 과일을 먹는 날이 올 지 모릅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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