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층 잇단 남녀 동반 자살 ‘충격’

입력 2009.04.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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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지역에서 남녀 동반자살이 잇따르면서 보름 만에 12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10대 및 20대의 청소년층 희생자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23일 양구에서 동반자살을 기도한 집단은 10, 20대 여성과 20대 및 40대 남성 등으로 10대인 박모(19) 양이 숨졌고 지난 17일 인제에서는 20대 남녀 각 1명이 동반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앞서 발생한 15일 횡성 동반자살 역시 20대 남성 1명과 10대 여성 2명 등의 희생을 낳았고, 8일 정선 동반자살에도 10, 20대 여성이 포함되는 등 젊은층의 동반자살 풍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 미수에 그친 지난 22일 홍천 동반자살 기도자는 전원이 10, 20대였다.
이같이 젊은층이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안정하고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기 쉬운 이들의 심리를 역이용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사이버상담실 상담위원인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정진 교수는 "청소년들의 자살은 의지나 시도에 비해 실행률이 낮은 편인데 동반자살로 인해 충동을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라고 염려했다.
이인혜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동반자살 기도자는 대개 젊은층"이라면서 "이들은 절실하게 죽음을 택해야 할 이유가 있다기보다 그냥 사는 게 어렵고 자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렵지만 젊은이들은 더욱 죽음을 생소하게 느끼는데, 비슷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면 이를 감행하게 된다"면서 "달리 말하면 죽을 때마저 사회적인 지지가 필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사학 전문가인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살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이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이 부족한 철학의 부재로 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정신의학이나 심리상담과 같은 객관적인 학문으로는 이 같은 병폐를 완치할 수 없다"면서 "자살의 연쇄고리를 끊으려면 생사학에 기반한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젊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동반자살하는 등 부정적인 파급력이 커지는 현상을 뒤집어보면 긍정적인 모티브를 제공할 경우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라며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과거 시국사태로 인한 젊은이들의 자살이 유행처럼 번질 때 이를 준엄하게 꾸짖었던 김지하 시인의 사례를 들면서 "젊은 세대에게 영향력이 있는 정신적 지도자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탄과 번개탄을 보여주는 등의 자극적인 보도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면서 자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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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층 잇단 남녀 동반 자살 ‘충격’
    • 입력 2009-04-23 15:55:50
    연합뉴스
최근 강원지역에서 남녀 동반자살이 잇따르면서 보름 만에 12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10대 및 20대의 청소년층 희생자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23일 양구에서 동반자살을 기도한 집단은 10, 20대 여성과 20대 및 40대 남성 등으로 10대인 박모(19) 양이 숨졌고 지난 17일 인제에서는 20대 남녀 각 1명이 동반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앞서 발생한 15일 횡성 동반자살 역시 20대 남성 1명과 10대 여성 2명 등의 희생을 낳았고, 8일 정선 동반자살에도 10, 20대 여성이 포함되는 등 젊은층의 동반자살 풍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 미수에 그친 지난 22일 홍천 동반자살 기도자는 전원이 10, 20대였다. 이같이 젊은층이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안정하고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기 쉬운 이들의 심리를 역이용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사이버상담실 상담위원인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정진 교수는 "청소년들의 자살은 의지나 시도에 비해 실행률이 낮은 편인데 동반자살로 인해 충동을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라고 염려했다. 이인혜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동반자살 기도자는 대개 젊은층"이라면서 "이들은 절실하게 죽음을 택해야 할 이유가 있다기보다 그냥 사는 게 어렵고 자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렵지만 젊은이들은 더욱 죽음을 생소하게 느끼는데, 비슷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면 이를 감행하게 된다"면서 "달리 말하면 죽을 때마저 사회적인 지지가 필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사학 전문가인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살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이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이 부족한 철학의 부재로 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정신의학이나 심리상담과 같은 객관적인 학문으로는 이 같은 병폐를 완치할 수 없다"면서 "자살의 연쇄고리를 끊으려면 생사학에 기반한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젊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동반자살하는 등 부정적인 파급력이 커지는 현상을 뒤집어보면 긍정적인 모티브를 제공할 경우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라며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과거 시국사태로 인한 젊은이들의 자살이 유행처럼 번질 때 이를 준엄하게 꾸짖었던 김지하 시인의 사례를 들면서 "젊은 세대에게 영향력이 있는 정신적 지도자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탄과 번개탄을 보여주는 등의 자극적인 보도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면서 자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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