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동반 자살 왜 못 막나?

입력 2009.04.24 (07:10) 수정 2009.04.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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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최근 강원도 내에서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박과 펜션, 승용차 안에서 서,너 명이 함께 목숨을 끊는 동반자살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달 들어 강원도 내에서 발생한 동반자살자만 네 건에 10명이 넘습니다. 홍천에서는 자살 하려던 5명이 펜션 주인의 신고로 목숨을 건진 일도 있었습니다. 숙박업소 주인들은 손님들의 표정을 살피는 게 일상이 됐고, 기척이 없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말합니다.
동반자살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살을 사전 공모한 것으로 파악돼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은 지난 2000년대 초 사회 문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이 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졌지만 인터넷에서는 지금도 자살을 부추기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비공개 카페나 쪽지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이 예전과 다를 뿐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 글을 통해 만나 동반자살을 할 동안 이를 막으려는 노력은 소홀했던 게 아닌지 따져볼 일입니다. 포털 운영업체는 자살 관련 글들이 버젓이 떠도는데도 사이트 폐쇄나 글을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역시 개인 간에 정보 교환이다 보니 찾기도 어렵고 찾는다 하더라도 원천 봉쇄는 더 힘들다고 하소연 합니다. 이러다 보니 문제가 생긴 후에야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뒷북 행태’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18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을 크게 웃돕니다. 지난 10년 동안 자살자는 어지간한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8만명이나 돼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까지 쓰고 있습니다. 최근엔 인터넷을 통한 동반자살이나 모방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자살이 한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가가 자살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당장은 인터넷상에서 자살을 부추기는 어떤 글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필요하다면 이런 글을 추적해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최근 동반자살자의 절반 이상이 10대와 20대라는 점에서 젊은층이 충동적인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가 이들을 보듬고 자살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자살은 언제 누가 할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징후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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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동반 자살 왜 못 막나?
    • 입력 2009-04-24 06:23:54
    • 수정2009-04-24 17:12:31
    뉴스광장 1부
[전영제 해설위원] 최근 강원도 내에서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박과 펜션, 승용차 안에서 서,너 명이 함께 목숨을 끊는 동반자살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달 들어 강원도 내에서 발생한 동반자살자만 네 건에 10명이 넘습니다. 홍천에서는 자살 하려던 5명이 펜션 주인의 신고로 목숨을 건진 일도 있었습니다. 숙박업소 주인들은 손님들의 표정을 살피는 게 일상이 됐고, 기척이 없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말합니다. 동반자살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살을 사전 공모한 것으로 파악돼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은 지난 2000년대 초 사회 문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이 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졌지만 인터넷에서는 지금도 자살을 부추기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비공개 카페나 쪽지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이 예전과 다를 뿐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 글을 통해 만나 동반자살을 할 동안 이를 막으려는 노력은 소홀했던 게 아닌지 따져볼 일입니다. 포털 운영업체는 자살 관련 글들이 버젓이 떠도는데도 사이트 폐쇄나 글을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역시 개인 간에 정보 교환이다 보니 찾기도 어렵고 찾는다 하더라도 원천 봉쇄는 더 힘들다고 하소연 합니다. 이러다 보니 문제가 생긴 후에야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뒷북 행태’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18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을 크게 웃돕니다. 지난 10년 동안 자살자는 어지간한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8만명이나 돼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까지 쓰고 있습니다. 최근엔 인터넷을 통한 동반자살이나 모방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자살이 한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가가 자살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당장은 인터넷상에서 자살을 부추기는 어떤 글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필요하다면 이런 글을 추적해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최근 동반자살자의 절반 이상이 10대와 20대라는 점에서 젊은층이 충동적인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가 이들을 보듬고 자살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자살은 언제 누가 할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징후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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