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빛바랜 ‘황금연휴’

입력 2009.04.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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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주말이 겹친 다음 달 1~5일은 '빨간 날'만 3일이나 되는 황금연휴가 기다린다. 근로자의 날과 휴가를 붙여 4-5일까지 쉬는 사업장도 많다.
예년 같으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기대에 부풀었을 법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일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내야 하는 제조업 분야 근로자들로서는 연휴가 편치만은 않은 분위기다. '일자리 나누기'나 '자발적 임금 삭감'으로 얇아진 월급봉투도 황금연휴가 썩 달갑지 않은 이유다.

◇사무직들, 설레는 '봄 휴가' =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4일을 회사 전체 휴무일로 정하거나 자유롭게 휴가를 낼 수 있게 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SDS,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제일모직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다음 달 4일을 공식휴무로 지정, 5월 1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장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이달 초 새로 도입한 '휴무 예고제'에 따른 것이다.
LG그룹은 5월 4일을 공식 휴무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업무에 지장이 없는 직원들의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LG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은 특별한 업무가 없는 한 자율적으로 긴 연휴를 즐길 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다음 달 4일에 자율적으로 연월차 휴무를 낼 수 있도록 함에 따라 1일부터 최장 5일간의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 회사는 특히 상ㆍ하반기 각각 한 차례씩 4∼5일간 쉴 수 있는 '가족사랑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가정의 달'인 다음 달에 직원들이 이 제도를 적절히 사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연휴 전후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각종 이벤트나 행사를 마련하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자는 26일 첨단연구개발단지인 수원사업장에서 임직원 및 협력사 가족 등 4만3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09 삼성가족 사랑 가득 봄나들이'행사를 개최했다. 수원사업장을 이날 하루 놀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놀이동산'으로 깜짝 변신시킨 것이다.
LG디스플레이도 5월 중 사업장별로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도 없으니…." 편치 않은 긴 연휴 = 생산라인 근로자들에게는 이번 연휴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불황으로 공장가동률이 낮아져 쉬고 싶지 않아도 휴가를 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생산라인은 다음 달 4일을 일단 근무일로 잡고 있으나 그대로 조업을 할지는 이달 말에 확정된다.
GM대우는 다음 달 4일 사무직 직원을 제외하고 부평과 창원, 군산 등 전 생산라인이 휴무를 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구조조정안 관련 교섭 결렬로 노조가 4시간 부분파업을 했던 쌍용차는 다음 달 4일 평택의 각 생산라인에서 정상조업을 할 방침이다. 다만 평택공장 1라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 C200의 라인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휴업을 하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생산직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도 "시장 수요에 맞춰 각 라인별로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해 불황의 여파를 실감케 했다.

◇유통업계 "황금연휴, 우린 몰라요" = 가정의 달인 5월은 유통업계 1년 '장사'에 더없이 중요한 기간이다.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고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직장인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는 이번 황금연휴 기간 중 별도의 직원대상 휴무나 행사를 개최하는 곳이 거의 없다.
롯데는 지난해보다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본사 직원들에게 휴가를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전직원 대상 의 휴무일을 정하지는 않았다.
신세계도 본사 직원들만 4일을 쉬게 했을 뿐 그 밖의 다른 휴무나 행사는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 연휴 동안 밀려들 해외 관광객도 일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나마 소비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즌"이라며 "예년에 비해 5월 첫주 휴일이 길어져 더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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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 속 빛바랜 ‘황금연휴’
    • 입력 2009-04-26 08:23:26
    연합뉴스
어린이날과 주말이 겹친 다음 달 1~5일은 '빨간 날'만 3일이나 되는 황금연휴가 기다린다. 근로자의 날과 휴가를 붙여 4-5일까지 쉬는 사업장도 많다. 예년 같으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기대에 부풀었을 법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일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내야 하는 제조업 분야 근로자들로서는 연휴가 편치만은 않은 분위기다. '일자리 나누기'나 '자발적 임금 삭감'으로 얇아진 월급봉투도 황금연휴가 썩 달갑지 않은 이유다. ◇사무직들, 설레는 '봄 휴가' =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4일을 회사 전체 휴무일로 정하거나 자유롭게 휴가를 낼 수 있게 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SDS,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제일모직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다음 달 4일을 공식휴무로 지정, 5월 1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장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이달 초 새로 도입한 '휴무 예고제'에 따른 것이다. LG그룹은 5월 4일을 공식 휴무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업무에 지장이 없는 직원들의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LG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은 특별한 업무가 없는 한 자율적으로 긴 연휴를 즐길 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다음 달 4일에 자율적으로 연월차 휴무를 낼 수 있도록 함에 따라 1일부터 최장 5일간의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 회사는 특히 상ㆍ하반기 각각 한 차례씩 4∼5일간 쉴 수 있는 '가족사랑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가정의 달'인 다음 달에 직원들이 이 제도를 적절히 사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연휴 전후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각종 이벤트나 행사를 마련하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자는 26일 첨단연구개발단지인 수원사업장에서 임직원 및 협력사 가족 등 4만3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09 삼성가족 사랑 가득 봄나들이'행사를 개최했다. 수원사업장을 이날 하루 놀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놀이동산'으로 깜짝 변신시킨 것이다. LG디스플레이도 5월 중 사업장별로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도 없으니…." 편치 않은 긴 연휴 = 생산라인 근로자들에게는 이번 연휴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불황으로 공장가동률이 낮아져 쉬고 싶지 않아도 휴가를 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생산라인은 다음 달 4일을 일단 근무일로 잡고 있으나 그대로 조업을 할지는 이달 말에 확정된다. GM대우는 다음 달 4일 사무직 직원을 제외하고 부평과 창원, 군산 등 전 생산라인이 휴무를 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구조조정안 관련 교섭 결렬로 노조가 4시간 부분파업을 했던 쌍용차는 다음 달 4일 평택의 각 생산라인에서 정상조업을 할 방침이다. 다만 평택공장 1라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 C200의 라인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휴업을 하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생산직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도 "시장 수요에 맞춰 각 라인별로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해 불황의 여파를 실감케 했다. ◇유통업계 "황금연휴, 우린 몰라요" = 가정의 달인 5월은 유통업계 1년 '장사'에 더없이 중요한 기간이다.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고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직장인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는 이번 황금연휴 기간 중 별도의 직원대상 휴무나 행사를 개최하는 곳이 거의 없다. 롯데는 지난해보다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본사 직원들에게 휴가를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전직원 대상 의 휴무일을 정하지는 않았다. 신세계도 본사 직원들만 4일을 쉬게 했을 뿐 그 밖의 다른 휴무나 행사는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 연휴 동안 밀려들 해외 관광객도 일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나마 소비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즌"이라며 "예년에 비해 5월 첫주 휴일이 길어져 더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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