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신종플루 첫 감염자 인터뷰

입력 2009.05.04 (19: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신종 인플루엔자인 '인플루엔자 A(H1N1)'에 처음 감염됐던 50대 수녀(51)는 4일 격리 입원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퇴원하면서 "우리 의료진의 세계적 수준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이날 병원 접견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께서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사히 나가게 돼서 감사드린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현재 몸 상태에 대해 "괜찮아졌다. 처음에 비행기를 탔을 땐 피곤하고 춥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증세가 없어졌다"면서 "감기보다 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행 항공기 안에서는 다른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으나 화장실에 세 차례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정환자) 1명이 발생했다고 하니 죄송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지난 19일부터 멕시코시티 남부 모렐로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37.7℃의 고열과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을 보여 27일 보건소에 신고해 가택 격리됐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추정환자로 분류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음압병동에 격리 입원됐으며, 일주일이 지난 이날 퇴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몸 상태는 어떤가.
▲괜찮아졌다. 처음에 비행기 탔을 땐 피곤하고 춥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증세가 없어졌다.
--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기도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특별한 건강관리가 없고 기도가 끝나면 체조를 한다. 그것 외에는 없다. 건강하지는 않은 편이었다. 잔병치레는 아니고 아주 건강한 체질은 아니었고 중간 정도는 된다.
-- 격리 치료가 불편하지 않았나.
▲그렇다. 내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인데, 내 기분에 따라 할 수 잇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많이 도움을 받는 것이어서 기분은 관계없었던 것 같다. 우리(수녀)는 1년에 8일 정도 (곡기를) 끊고 기도만 하는 과정이 있다. 그 시간과 같았던 것 같다. 일상생활이 책 읽고 밥 먹고 하면서 큰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증상이 평소 감기 등에 비하면 어떻게 달랐나.
▲감기보다는 약했다. 내가 독감도 앓아봤는데, 그것보다는 크게 심하진 않았다. 처음엔 조금 힘들어서 진통제를 먹었는데, 그것만 먹어도 가라앉았다. 국민들이 감기 증세가 왔을 때 대수롭지 않다고 하지 않느냐.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빨리 대처해야 한다. 병원에 빨리 가야 하지 않을까. 그냥 두면 옮길 수 있겠다' 하는 정도로 약했던 것 같다. 통증도 거의 없었다. 목만 조금 불편했다. 깔깔하고 편도가 부었다. 열도 쟀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비행기 안이라서 피곤하다 생각했을뿐 특별하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닌 미약한 정도이다. 대응 안 하고 약을 안 먹었다면 모른다. 약을 빨리 먹어서 이 정도이지 않나 싶다.
--해외에서도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주변에서도 전화하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불안하지 않았나.
▲수도자이니까 우리가 다 봉헌하고 산다. '하나님께 모든 존재를 드렸다고 생각하니까 다시 사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봉헌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안 들었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부터 다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새로운 마음을 가졌다. 두려운 마음은 없었다. 수행들이 이것을(신종플루를) 알고 있었고 나는 몰랐다. 멕시코에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이런 병이 멕시코에 있다고 하면서 못 나오게 하고 밥을 갖다 줬다. 그래서 별 지장이 없었다. 평소 생활과 다르지 않았다.
-- 기내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을 했나.
▲밤이어서 모두 잤다. 초기에만 자리가 불편하더라. 그래도 어쩌겠느냐 하면서 견뎠다. 다른 사람과 접촉은 없었다. 화장실에 세 차례 다녀왔다. 그래서 1명이 발생했다고 해서 죄송한 마음도 있다. 마음이 불편하다. 혼자 아픈 것은 내 문제니까 문제가 안 되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프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면 조심해야겠다. 인터넷도 잘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멕시코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멕시코에 수녀가 세 분 나가 있다. 두 사람은 들어왔고 세 사람은 아직 있다. 매우 가난한 지역이라서 지역 주민들을 돌본다. 한글을 가르쳐 주고 공부방을 한다. 우유가 떨어졌다면 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얼굴도 씻겨준다. 수녀들이 함께하는 활동을 지켜봤다.
--수녀원 내에서 격리됐을 때 기분은 어땠나.
▲내가 이렇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얼떨떨했다. 비행 여독도 안 풀린 상태에서 격리되니까, 자야 하는데 계속 수행하는 사람들이 긴장하고…. 우리(자신과 40대 수녀 추정환자) 생각보다는 대처하는 수녀님을 따라가는 방법을 취했다.
--앞으로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할 텐데.
▲괜찮다.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주치의를 쳐다보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믿고 산다. 믿는 사람마저도 안 믿으면 안 된다. 별 지장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걱정했지 않느냐. 죄송하다. 대통령 각하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사히 나가게 돼서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국가가 있고 나라가 잘 산다는 게 모든 사람에게 든든하겠다. 나라에 대한 것을 어렸을 땐 잘 모르잖느냐. 클수록 김연아와 축구 선수들을 볼 때마다 국위 선양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우리 의료진의 세계적 수준에 감사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조금 진정을 해야 될 것 같다. 큰일이긴 하다.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으니까. 잘못되면 커질 수 있으니까. 기사화될 때, 딱 가운데만 끊으면 서론 본론, 결론 없이 하면 오해할 수 있더라. `웃었다'라고 보도됐는데, 내가 계속 웃으면서 말하지 않느냐. 이게 달리 표현될까 걱정된다. 추정환자가 확정환자가 된 것 아니냐. 병이 다 나았는데 확정됐다니까 웃음이 나더라. 그런데 인터넷에는 크게 보도됐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다. 기사화가 중요한데 많은 분들이 몰려왔다니 두렵다. 재발 우려 때문에 두렵지는 않다.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또 와야 한다. 보건소에 알리고. 국민 한 사람이라도 중요하니까 (수녀원) 문 닫고 자중하고 있다. 나도 잘못되면 또 와야 한다. 그렇게 대응하겠다. 기다리다가 언론에서 다 사그라지면 활동을 개시하겠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퇴원한 신종플루 첫 감염자 인터뷰
    • 입력 2009-05-04 19:13:54
    연합뉴스
신종 인플루엔자인 '인플루엔자 A(H1N1)'에 처음 감염됐던 50대 수녀(51)는 4일 격리 입원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퇴원하면서 "우리 의료진의 세계적 수준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이날 병원 접견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께서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사히 나가게 돼서 감사드린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현재 몸 상태에 대해 "괜찮아졌다. 처음에 비행기를 탔을 땐 피곤하고 춥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증세가 없어졌다"면서 "감기보다 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행 항공기 안에서는 다른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으나 화장실에 세 차례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정환자) 1명이 발생했다고 하니 죄송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지난 19일부터 멕시코시티 남부 모렐로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37.7℃의 고열과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을 보여 27일 보건소에 신고해 가택 격리됐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추정환자로 분류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음압병동에 격리 입원됐으며, 일주일이 지난 이날 퇴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몸 상태는 어떤가. ▲괜찮아졌다. 처음에 비행기 탔을 땐 피곤하고 춥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증세가 없어졌다. --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기도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특별한 건강관리가 없고 기도가 끝나면 체조를 한다. 그것 외에는 없다. 건강하지는 않은 편이었다. 잔병치레는 아니고 아주 건강한 체질은 아니었고 중간 정도는 된다. -- 격리 치료가 불편하지 않았나. ▲그렇다. 내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인데, 내 기분에 따라 할 수 잇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많이 도움을 받는 것이어서 기분은 관계없었던 것 같다. 우리(수녀)는 1년에 8일 정도 (곡기를) 끊고 기도만 하는 과정이 있다. 그 시간과 같았던 것 같다. 일상생활이 책 읽고 밥 먹고 하면서 큰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증상이 평소 감기 등에 비하면 어떻게 달랐나. ▲감기보다는 약했다. 내가 독감도 앓아봤는데, 그것보다는 크게 심하진 않았다. 처음엔 조금 힘들어서 진통제를 먹었는데, 그것만 먹어도 가라앉았다. 국민들이 감기 증세가 왔을 때 대수롭지 않다고 하지 않느냐.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빨리 대처해야 한다. 병원에 빨리 가야 하지 않을까. 그냥 두면 옮길 수 있겠다' 하는 정도로 약했던 것 같다. 통증도 거의 없었다. 목만 조금 불편했다. 깔깔하고 편도가 부었다. 열도 쟀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비행기 안이라서 피곤하다 생각했을뿐 특별하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닌 미약한 정도이다. 대응 안 하고 약을 안 먹었다면 모른다. 약을 빨리 먹어서 이 정도이지 않나 싶다. --해외에서도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주변에서도 전화하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불안하지 않았나. ▲수도자이니까 우리가 다 봉헌하고 산다. '하나님께 모든 존재를 드렸다고 생각하니까 다시 사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봉헌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안 들었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부터 다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새로운 마음을 가졌다. 두려운 마음은 없었다. 수행들이 이것을(신종플루를) 알고 있었고 나는 몰랐다. 멕시코에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이런 병이 멕시코에 있다고 하면서 못 나오게 하고 밥을 갖다 줬다. 그래서 별 지장이 없었다. 평소 생활과 다르지 않았다. -- 기내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을 했나. ▲밤이어서 모두 잤다. 초기에만 자리가 불편하더라. 그래도 어쩌겠느냐 하면서 견뎠다. 다른 사람과 접촉은 없었다. 화장실에 세 차례 다녀왔다. 그래서 1명이 발생했다고 해서 죄송한 마음도 있다. 마음이 불편하다. 혼자 아픈 것은 내 문제니까 문제가 안 되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프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면 조심해야겠다. 인터넷도 잘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멕시코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멕시코에 수녀가 세 분 나가 있다. 두 사람은 들어왔고 세 사람은 아직 있다. 매우 가난한 지역이라서 지역 주민들을 돌본다. 한글을 가르쳐 주고 공부방을 한다. 우유가 떨어졌다면 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얼굴도 씻겨준다. 수녀들이 함께하는 활동을 지켜봤다. --수녀원 내에서 격리됐을 때 기분은 어땠나. ▲내가 이렇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얼떨떨했다. 비행 여독도 안 풀린 상태에서 격리되니까, 자야 하는데 계속 수행하는 사람들이 긴장하고…. 우리(자신과 40대 수녀 추정환자) 생각보다는 대처하는 수녀님을 따라가는 방법을 취했다. --앞으로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할 텐데. ▲괜찮다.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주치의를 쳐다보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믿고 산다. 믿는 사람마저도 안 믿으면 안 된다. 별 지장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걱정했지 않느냐. 죄송하다. 대통령 각하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사히 나가게 돼서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국가가 있고 나라가 잘 산다는 게 모든 사람에게 든든하겠다. 나라에 대한 것을 어렸을 땐 잘 모르잖느냐. 클수록 김연아와 축구 선수들을 볼 때마다 국위 선양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우리 의료진의 세계적 수준에 감사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조금 진정을 해야 될 것 같다. 큰일이긴 하다.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으니까. 잘못되면 커질 수 있으니까. 기사화될 때, 딱 가운데만 끊으면 서론 본론, 결론 없이 하면 오해할 수 있더라. `웃었다'라고 보도됐는데, 내가 계속 웃으면서 말하지 않느냐. 이게 달리 표현될까 걱정된다. 추정환자가 확정환자가 된 것 아니냐. 병이 다 나았는데 확정됐다니까 웃음이 나더라. 그런데 인터넷에는 크게 보도됐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다. 기사화가 중요한데 많은 분들이 몰려왔다니 두렵다. 재발 우려 때문에 두렵지는 않다.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또 와야 한다. 보건소에 알리고. 국민 한 사람이라도 중요하니까 (수녀원) 문 닫고 자중하고 있다. 나도 잘못되면 또 와야 한다. 그렇게 대응하겠다. 기다리다가 언론에서 다 사그라지면 활동을 개시하겠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