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좌절’ 정재성, 금빛 한 푼다

입력 2009.05.14 (11:26) 수정 2009.05.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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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18일 베이징올림픽 선수촌에서 정재성(27.상무)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를 모두 마친 한국 대표팀이 조촐한 회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직후 룸메이트 이용대(21.삼성전기)는 기분좋은 단잠에 빠졌지만 정재성은 왠지 모를 설움이 북받쳤다.
이용대는 이효정(27.삼성전기)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정재성은 이용대와 함께 출전한 남자복식에서 16강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저녁 회식 때 이용대가 "형 미안해"라며 눈물을 쏟아내자 정재성은 그의 등을 두들기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숙소로 돌아와 잠에 빠진 이용대를 바라보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4년을 기다렸던 올림픽에서 허무하게 패한데다 임파선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 생각도 떠올랐다.
때마침 방 앞을 지나가던 이동수 코치가 들어와 등을 어루만졌고 김중수 감독마저 "지금 흘리는 눈물을 절대 잊지 말라"며 껴안았다.
정재성은 올림픽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지난 2월 상무에 입대했다.
6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군인 신분이 된 정재성은 지난 달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배드민턴 국가대항전인 제11회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는 입대한 뒤 처음 치르는 국제대회다.
"말레이시아와 1차전때는 상당히 긴장했는데 의외로 경기가 잘풀려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정재성은 "입대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진작 군대올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용대와 함께 남자복식 부동의 에이스인 정재성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 운영 능력이 훨씬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해까지는 매경기 상대를 지나치게 분석해 이것만 조심하자는 고정관념에 빠졌던 것 같다"고 밝힌 정재성은 "지금은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플레이를 변화시키는 쪽으로 패턴을 바꾸니 훨씬 게임이 잘풀리는 것 같다"며 노련미를 보였다.
한국 나이로 28살인 정재성이 언제까지 대표선수로 활동할지는 아직 모른다.
"현재로선 내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뛸 수 있을 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정재성은 "상무의 정신은 `수사불패(雖死不敗)'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비록 죽을지라도 지지는 않겠다'는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정재성이 배드민턴 국가대항전에서 인도네시아와 중국을 물리치고 6년만에 단체전 우승을 안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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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좌절’ 정재성, 금빛 한 푼다
    • 입력 2009-05-14 11:25:25
    • 수정2009-05-14 11:28:14
    연합뉴스
지난 해 8월18일 베이징올림픽 선수촌에서 정재성(27.상무)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를 모두 마친 한국 대표팀이 조촐한 회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직후 룸메이트 이용대(21.삼성전기)는 기분좋은 단잠에 빠졌지만 정재성은 왠지 모를 설움이 북받쳤다. 이용대는 이효정(27.삼성전기)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정재성은 이용대와 함께 출전한 남자복식에서 16강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저녁 회식 때 이용대가 "형 미안해"라며 눈물을 쏟아내자 정재성은 그의 등을 두들기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숙소로 돌아와 잠에 빠진 이용대를 바라보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4년을 기다렸던 올림픽에서 허무하게 패한데다 임파선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 생각도 떠올랐다. 때마침 방 앞을 지나가던 이동수 코치가 들어와 등을 어루만졌고 김중수 감독마저 "지금 흘리는 눈물을 절대 잊지 말라"며 껴안았다. 정재성은 올림픽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지난 2월 상무에 입대했다. 6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군인 신분이 된 정재성은 지난 달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배드민턴 국가대항전인 제11회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는 입대한 뒤 처음 치르는 국제대회다. "말레이시아와 1차전때는 상당히 긴장했는데 의외로 경기가 잘풀려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정재성은 "입대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진작 군대올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용대와 함께 남자복식 부동의 에이스인 정재성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 운영 능력이 훨씬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해까지는 매경기 상대를 지나치게 분석해 이것만 조심하자는 고정관념에 빠졌던 것 같다"고 밝힌 정재성은 "지금은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플레이를 변화시키는 쪽으로 패턴을 바꾸니 훨씬 게임이 잘풀리는 것 같다"며 노련미를 보였다. 한국 나이로 28살인 정재성이 언제까지 대표선수로 활동할지는 아직 모른다. "현재로선 내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뛸 수 있을 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정재성은 "상무의 정신은 `수사불패(雖死不敗)'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비록 죽을지라도 지지는 않겠다'는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정재성이 배드민턴 국가대항전에서 인도네시아와 중국을 물리치고 6년만에 단체전 우승을 안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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