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간 외 수당’ 또 조작

입력 2009.06.0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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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른 공무원도 아닌 경찰들이 시간외수당을 타내기 위해 퇴근시간을 조작하는 장면이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간부 직원들도 있었는데, 경찰이 강조해온 법질서가 정작 돈 앞에서는 헛구호가 되고 있습니다.

황정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밤 11시, 여성 한 명이 대전경찰청 청사에 들어섭니다.

곧이어 남성 3명이 뒤따릅니다.

다 함께 민원실로 들어가 차례로 지문인식기에 손가락을 대고는 채 5분도 안 돼 건물을 빠져나갑니다.

대전지방경찰청 소속 직원들로, 퇴근 시간을 입력하기 위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것입니다.

<녹취> 대전지방경찰청 직원 : "저녁은 먹지 않습니까? 일하다 보면 6시에 저녁 먹을 수도 있고, 8시 이후에 먹을 수도 있고."

며칠 뒤 다시 대전경찰청을 찾았습니다.

밤 10시가 넘어 사무실은 대부분 불이 꺼졌지만, 이번에는 남자직원 5명이 한꺼번에 되돌아와 지문을 입력합니다.

특히 가장 먼저 지문을 입력하는 이 직원은 경정급 고위 간부입니다.

<녹취> 대전지방경찰청 직원 : "제가 우리 직원들하고 회식을 했어요. 회식을 해서 수고했다는 취지로."

술에 취해 지문만 입력하고 곧바로 돌아가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이 여직원은 아예 운동복 차림입니다.

수시로 시간외수당 실태에 대한 내부 점검이 있지만 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경찰의 퇴근시간 조작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6년 충남경찰청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경찰은 당시 대대적인 감찰을 벌이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데 경찰의 행동은 정반대입니다.

<녹취> 대전경찰청 직원 :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엄격한 규정대로 따지면 잘못됐죠. 잘못됐습니다. 잘못됐고..."

민감한 사안마다 성숙한 법치주의, 무관용 원칙을 외쳐온 경찰이 정작 내부의 그릇된 관행은 눈감아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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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시간 외 수당’ 또 조작
    • 입력 2009-06-05 07: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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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른 공무원도 아닌 경찰들이 시간외수당을 타내기 위해 퇴근시간을 조작하는 장면이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간부 직원들도 있었는데, 경찰이 강조해온 법질서가 정작 돈 앞에서는 헛구호가 되고 있습니다. 황정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밤 11시, 여성 한 명이 대전경찰청 청사에 들어섭니다. 곧이어 남성 3명이 뒤따릅니다. 다 함께 민원실로 들어가 차례로 지문인식기에 손가락을 대고는 채 5분도 안 돼 건물을 빠져나갑니다. 대전지방경찰청 소속 직원들로, 퇴근 시간을 입력하기 위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것입니다. <녹취> 대전지방경찰청 직원 : "저녁은 먹지 않습니까? 일하다 보면 6시에 저녁 먹을 수도 있고, 8시 이후에 먹을 수도 있고." 며칠 뒤 다시 대전경찰청을 찾았습니다. 밤 10시가 넘어 사무실은 대부분 불이 꺼졌지만, 이번에는 남자직원 5명이 한꺼번에 되돌아와 지문을 입력합니다. 특히 가장 먼저 지문을 입력하는 이 직원은 경정급 고위 간부입니다. <녹취> 대전지방경찰청 직원 : "제가 우리 직원들하고 회식을 했어요. 회식을 해서 수고했다는 취지로." 술에 취해 지문만 입력하고 곧바로 돌아가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이 여직원은 아예 운동복 차림입니다. 수시로 시간외수당 실태에 대한 내부 점검이 있지만 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경찰의 퇴근시간 조작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6년 충남경찰청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경찰은 당시 대대적인 감찰을 벌이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데 경찰의 행동은 정반대입니다. <녹취> 대전경찰청 직원 :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엄격한 규정대로 따지면 잘못됐죠. 잘못됐습니다. 잘못됐고..." 민감한 사안마다 성숙한 법치주의, 무관용 원칙을 외쳐온 경찰이 정작 내부의 그릇된 관행은 눈감아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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