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리없이 찾아오는 ‘눈 중풍’

입력 2009.06.12 (09: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질환을 ‘뇌졸중’, 흔히 중풍이라고 하는데, 건강했던 사람도 갑자기 쓰러지면 일어나기 힘든 무서운 병이죠.

그런데 ‘중풍’ 하면 흔히 뇌에 생기는 질환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눈에도 중풍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박석호 기자, 눈에 중풍이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리포트>

네. 정확한 병명은 ‘망막혈관폐쇄증’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한쪽 눈의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눈앞이 어른거리면 ‘눈중풍’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평소 시력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이 70대 여성은 올해 초, 갑자기 눈앞이 보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이순례(망막혈관폐쇄증 환자): “그날 약간 추웠거든요. 머리랑 온몸이 좀 춥더라고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래서 사람이 안 보이더라고요. 죽으려고 그러나, 갑자기 이게 웬일인가 해서 눈물을 닦고 봤는데도 사람이 안 보이더라고요.”

급히 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망막혈관폐쇄증’. 쉽게 말해 눈에 발생한 중풍이었습니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 뿌옇게나마 보이긴 하지만 하마터면 시력을 아예 잃을 뻔했습니다.

<녹취> “이 부분의 정맥이 막힌 겁니다. 이쪽으로 피가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못하니까 반대쪽으로 피가 터져 나온 거죠.”

정상적인 망막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망막의 혈관은 고르고 깨끗하게 뻗어있지만 이 환자의 경우, 혈관 내 찌꺼기인 혈전이 망막 혈관을 막아 출혈이 생겼습니다. 눈앞이 보이지 않게 된 것도 이 때문이죠.

‘당뇨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눈중풍은 실명의 3대 원인으로 꼽힐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인터뷰> 송준홍(안과 전문의): “이 병 자체가 갑자기 생기는 병이고 통증이 없기 때문에 환자분이 의식적으로 자기 눈이 갑자기 안 보인다는 것을 자각해야만 병원에 오셔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병입니다.”

그런데 최근 눈 중풍 환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99년, 802명에 그쳤던 환자 수가 지난해에는 6,600여명으로 10년 사이 8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성인병이 크게 늘어나고 서구화된 식습관 탓입니다. 특히, 과거에는 60대 이상의 노인층에서 주로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발병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1년 전 눈중풍 진단을 받은 이 40대 남성은 왼쪽 눈의 시력을 아예 잃은 상황입니다.

<녹취> “피가 안 통하는 데가 지금 부었어요. 부으면 잘 안 보여요.”

시력을 잃게 될 때까지 어떤 증상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창수(망막혈관폐쇄증 환자): “눈은 자신이 있었어요.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까 실명 단계라고 할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죠.”

문제는 나빠진 시력을 되돌릴 수 있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 부어오른 혈관을 가라앉히는 주사요법과 녹내장 합병증을 예방하는 레이저치료, 혈관을 튼튼히 하는 약물치료가 있지만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됩니다.

<인터뷰> 조성원(건양의대 김안과 교수): “혈관이 막힌 망막 부분이 기능을 못하는, 쉽게 얘기하면 (그 기능이) 죽기 때문에 시력이 떨어진 것을 정상으로 돌릴 방법이 없고 시야가 흐려지는 시야결손이 있는 것도 정상만큼 돌릴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시력을 잃기 전 조기발견이 중요합니다. 노안에 의한 시력저하와 달리 눈중풍은 특별한 통증없이 한쪽 눈의 시력만 급격히 나빠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시야가 좁아지거나 눈 앞이 어른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눈 중풍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평소 한쪽 눈을 가려서 양쪽 눈의 시력을 따로따로 점검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반적인 중풍과 마찬가지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이 원인 인만큼 평소에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입니다.

<인터뷰> 조성원(건양의대 김안과 교수): “평소에 혈압 관리라든가 당 관리. 너무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식생활 개선도 중요하고 평소에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소리 없이 찾아와 실명에 이르게 하는 ‘눈중풍’. 평소의 건강한 생활습관만이 큰 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 소리없이 찾아오는 ‘눈 중풍’
    • 입력 2009-06-12 08:42:28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질환을 ‘뇌졸중’, 흔히 중풍이라고 하는데, 건강했던 사람도 갑자기 쓰러지면 일어나기 힘든 무서운 병이죠. 그런데 ‘중풍’ 하면 흔히 뇌에 생기는 질환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눈에도 중풍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박석호 기자, 눈에 중풍이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리포트> 네. 정확한 병명은 ‘망막혈관폐쇄증’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한쪽 눈의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눈앞이 어른거리면 ‘눈중풍’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평소 시력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이 70대 여성은 올해 초, 갑자기 눈앞이 보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이순례(망막혈관폐쇄증 환자): “그날 약간 추웠거든요. 머리랑 온몸이 좀 춥더라고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래서 사람이 안 보이더라고요. 죽으려고 그러나, 갑자기 이게 웬일인가 해서 눈물을 닦고 봤는데도 사람이 안 보이더라고요.” 급히 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망막혈관폐쇄증’. 쉽게 말해 눈에 발생한 중풍이었습니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 뿌옇게나마 보이긴 하지만 하마터면 시력을 아예 잃을 뻔했습니다. <녹취> “이 부분의 정맥이 막힌 겁니다. 이쪽으로 피가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못하니까 반대쪽으로 피가 터져 나온 거죠.” 정상적인 망막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망막의 혈관은 고르고 깨끗하게 뻗어있지만 이 환자의 경우, 혈관 내 찌꺼기인 혈전이 망막 혈관을 막아 출혈이 생겼습니다. 눈앞이 보이지 않게 된 것도 이 때문이죠. ‘당뇨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눈중풍은 실명의 3대 원인으로 꼽힐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인터뷰> 송준홍(안과 전문의): “이 병 자체가 갑자기 생기는 병이고 통증이 없기 때문에 환자분이 의식적으로 자기 눈이 갑자기 안 보인다는 것을 자각해야만 병원에 오셔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병입니다.” 그런데 최근 눈 중풍 환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99년, 802명에 그쳤던 환자 수가 지난해에는 6,600여명으로 10년 사이 8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성인병이 크게 늘어나고 서구화된 식습관 탓입니다. 특히, 과거에는 60대 이상의 노인층에서 주로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발병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1년 전 눈중풍 진단을 받은 이 40대 남성은 왼쪽 눈의 시력을 아예 잃은 상황입니다. <녹취> “피가 안 통하는 데가 지금 부었어요. 부으면 잘 안 보여요.” 시력을 잃게 될 때까지 어떤 증상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창수(망막혈관폐쇄증 환자): “눈은 자신이 있었어요.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까 실명 단계라고 할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죠.” 문제는 나빠진 시력을 되돌릴 수 있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 부어오른 혈관을 가라앉히는 주사요법과 녹내장 합병증을 예방하는 레이저치료, 혈관을 튼튼히 하는 약물치료가 있지만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됩니다. <인터뷰> 조성원(건양의대 김안과 교수): “혈관이 막힌 망막 부분이 기능을 못하는, 쉽게 얘기하면 (그 기능이) 죽기 때문에 시력이 떨어진 것을 정상으로 돌릴 방법이 없고 시야가 흐려지는 시야결손이 있는 것도 정상만큼 돌릴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시력을 잃기 전 조기발견이 중요합니다. 노안에 의한 시력저하와 달리 눈중풍은 특별한 통증없이 한쪽 눈의 시력만 급격히 나빠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시야가 좁아지거나 눈 앞이 어른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눈 중풍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평소 한쪽 눈을 가려서 양쪽 눈의 시력을 따로따로 점검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반적인 중풍과 마찬가지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이 원인 인만큼 평소에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입니다. <인터뷰> 조성원(건양의대 김안과 교수): “평소에 혈압 관리라든가 당 관리. 너무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식생활 개선도 중요하고 평소에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소리 없이 찾아와 실명에 이르게 하는 ‘눈중풍’. 평소의 건강한 생활습관만이 큰 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